입을 가린 말
포스가 마운드 위의 투수에게 다가가자
투수는 넓은 글로브로 입을 가린다
저들은 말의 구질을 의논 중이다
이것은 누구에게도 들키기 싫은 코너워크,
옮겨 다니는 구질을 감추자는 것이다
손으로 입을 가리고 주고받는
모양 없는 말들이 공중에서 섞이고 있다
두 사람은 단박에 알아차렸다는 듯 고개를 끄떡인다
전화벨이 울리자 슬그머니 밖으로 나가는 남편,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자기들끼리 주고받는 말이
서로의 글러브 안으로 쏙쏙 들어가는지
창문 너머로 보이는 남편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연신 번진다
나는 남편의 미트를 오래 응시했다
저 입 속에 감춰진 말의 구질을 알아내야 하는데
말에도 손을 댈 수 없는 말이 있다
구석을 찌르는 말이 가장 속기 쉬운 말이지만
그것은 내 구석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