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이 필 때
동백은 왜 아래쪽에서부터 피는 것일까
이십 개들이 한 봉지의 흰 달을 준비해야겠다
조수간만의 때가 되면 골반 안쪽으로부터 떠오르는 흰 달
어둠을 삼킨 힘으로 또 다른 어둠을 지나
저 동백은 십오 년쯤 해를 삼켰을까
배앓이를 하며 온통 달려있으나
피었다 지는 날짜가 각각 다른 꽃송이들
뭉텅, 목숨 줄 놓아버린 꽃들을 살펴보면 거기
푸른 발톱들이 무수히 다녀간 생채기가 있다
시간에도 아랫도리가 있고
그 시간을 닦아낼 수 있는 흰 달이 있다
누구나 제 손으로 돌돌 말아버린 적이 있는
흰 달이
마지막 꽃 한 송이를 닦아낸다
썰물이 빠져나가는 시간이다
이제 더 이상
어둠 속에 널어 말리는 일 따윈 없는 흰 달이
붉은 바닥을 끌고 산등성이를 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