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쳐야 할 내용이 너무도 많다.-학교는 재료가 많이 들어간 잡탕스프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고시되고 실제 2024년부터 순차 적용되면서 학습에 대한 현장 교사들의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1)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따른 디지털 전환, 감염병 대유행 및 기후, 생태환경 변화, 인구 구조 변화 등에 의해 사회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고 2) 사회의 '복잡성'과 '다양성'이 확대되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의 필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상호존중'과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3)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진로'에 맞는 학습을 지원해 주는 '맞춤형 교육'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4) '교육과정 의사결정'에 다양한 '교육주체'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교육과정 '자율화' 및 '분권화'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진다는 것이 개정의 주요 배경이다. 사회가 급속도로 변화하고 다양화되면서 이것을 전달해야(만)하는 교육의 발걸음은 분주하다 못해 이제 보이지 않을 정도다. 초등학교에서 다루어야만 하는 범교과 주제를 살펴보면 1) 안전건강교육 2) 인성교육 3) 진로교육 4) 민주시민교육 5) 인권교육 6) 다문화교육 7) 통일교육 8) 독도교육 9) 경제 및 금융 교육 10) 환경 및 지속발전 가능교육 등 10 영역으로 분화되어 있다. (현실은 한자와 정보통신 윤리교육 등 더 세분화되어 있다.)
4차 산업혁명이기에 AI, SW, 코딩교육을 강화해야 하고, 디지털 시대에 발맞추어 전자교과서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올바른 경제생활을 위해 경제금융 교육을 강화해야 하고, 양성평등 사회의 실현을 위해 성교육의 확대와 자기표현 욕구의 충족을 위해 뮤지컬, 연극교육을 도입해야 한다. 이쯤 되면 가르쳐야 할 본질은 무엇인지 흐려지고 미션을 쳐내기 위한 방법만이 더 성행하게 된다.
“교육의 목적에 관한 혼란은 <교육>이라는 개념 속에 붙박여 있는 규범적 측면을 빼고, 교육을 다른 목적 성취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진정한 학력, 사이토 다카시, 2018)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과정은 학생이 경험하는 총체 또는 학교가 제공하는 경험의 총체라는 광의의 의미로 정의해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학교에서 계획하고 실천하는 교육과정은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교육이라는 의도와 계획에 따른 행위와 학습자의 주도성이라는 자율과 선택의 경계에서 발생한다. 지금의 시대는 학습자의 주도성을 강조하지만, 교육과정의 실천은 의도와 방향이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다는 데서 일어나는 문제다. 즉, 구조적으로 수동적인 환경에서 학습자의 능동성을 강조하는 역설에서 기인하는 근원적인 난점(難點)이라 말할 수 있다.
현재 초등학교에서 다루어지는 교과는 7개의 교과(군)로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설정되었던 것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국어, 사회/도덕, 수학, 과학/실과, 체육, 예술(음악, 미술, 영어)로 구성되어 있으며, 2007 개정 교육과정의 국민 공통 기본 교육과정의 10개의 교과에서 사실상 변화는 없다. 10개의 교과에서 다루어져야 할, 즉 진도로 나아가야 할 성취기준은 각 교과별로 학년별 10~20여 개로 모든 학년과 과목을 더하면 수백 개에 달한다. (필자가 2015 개정교육과정을 기준으로 분석해 보니 약 800여 개에 달한다. 한 학년에 약 130개, 5, 6학년 군은 약 170여 개 정도로 파악된다.)
초등학교에서는 국가 수준의 성취도평가나 측정이 없이 성취기준의 도달정도를 학교 수준의 평가기준에 따르고 있다. 따라서 사실적 지식의 습득 정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있지 않지만, 3차 교육과정 이후 학문중심교육과정의 기저를 이루고 있는 수준별 학습, 나선형 교육과정에 따라 중등학교에서도 그 내용이 수준을 달리하여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진도’라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상황이다.
위와 같은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도 교과의 내용은 학습자들에 의해 주도적으로 다루어져야 하고, 이를 위한 실천을 위해 현장의 교사들은 여전히 많은 고민과 실천을 거듭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깊이 있는 학습’을 위해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하고 있는 ‘개념에 기반한 탐구학습’ 적용 사례를 초등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제시하고자 한다. 핵심은 초등학교 교육과정 재구성 시에 교과 내 또는 교과 간 전이 가능한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추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핵심개념을 기반으로 한 학년의 교육과정을 재구성한 사례를 제시할 것이다. 이와 같은 재구성된 교육과정을 탐구적인 수업의 사례를 통해 ‘학습자의 주도성’이 발현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해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