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기반탐구의 사례(구조)

by 신승엽

구조가 가지는 힘

IB교육과정에서 핵심개념 중 가장 먼저 언급되는 ‘형태’와 비슷한 맥락으로 로 표현하면 ‘구조’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형태는 말 그대로 꼴입니다. 꼴은 자세히 살펴보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형화된 형태이든 비정형화된 형태이든 나름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구조는 기능을 만들어냅니다. 기능은 곧 다른 대상, 현상과 연결되고 관계를 가지게 됩니다. 그 관계에서 우리는 나름의 관점을 가지게 되고 또 다른 생각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즉, 구조가 모든 것의 출발인 셈입니다. 그래서 ‘왜’보다 ‘무엇’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자연의 구조와 인문의 구조

자연의 구조와 인문의 구조를 단순히 떠올려 보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수억의 시간이 축적되어 진화를 겪은 자연의 구조는 정밀하고, 오묘하며, 신비스러울 정도로 복잡하고 다양합니다. 그래서 과학적으로 그것을 밝혀내려는 노력을 지금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밝혀내지 못한 점들이 많습니다.

인문의 구조는 그에 비해서는 덜 조직적이고, 단순하며 어찌 보면 인간이 만들어낸 또는 만들어진 것이기에 분석이 가능하다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의도한 바가 아님에 만들어진 구조는 분석과 해석이 어려울 수도 있으나 이는 의무교육과정에서 주로 다루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연에서의 구조보다 더 추상적이고 해석이 필요한 부분도 있겠지요. 때문에 더 단순하게 구조를 만들어 학습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복잡한 구조는 결과를 더 어렵게 만들어 내니까요.


민주주의 구조

민주주의도 구조를 가지고 있나요? 인간이 만들어낸 이념도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퇴계이황은 유학의 이론을 ‘성학십도’로 만들어 임금님께 고하였고, 종교는 엄밀하게 논리적인 구조로 인간들을 설득하도록 만들어져 왔습니다. 민주주의도 ‘민주주의의 원리, 민주주의 의사결정의 원리, 삼권분립의 원리, 민주주의 실천 기관’ 등을 구조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도식화하여 표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기관인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도 구조를 통해 핵심지식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행정부의 구조도, 입법부의 정당구조, 사법부의 3 심제나 법원의 구조를 표현하면서 체계를 공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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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구조

모든 생명은 세포라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세포의 기본적인 구조를 이해하면 세포가 모여 만들어진 전체를 이해하는데 용이합니다. 일종의 ‘프랙털(fractal) 이론’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식물 세포에만 있고 동물세포에는 없는 것을 찾아보면 식물이 왜 광합성을 하고(엽록체의 유무), 왜 이동하지 않는지(세포벽의 유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식물의 구조를 단순하게 뿌리와 줄기, 잎, 꽃으로 구분하고 그것의 구조를 탐색하면서 식물이라는 생명을 이해하게 됩니다. 뿌리가 저장과 흡수, 지지, 줄기가 보호와 이동, 잎이 증산과 광합성, 호흡을 담당하고 꽃이 생식을 담당한다는 것을요. 이동을 하지 않으니 지지가 필요하고 빛과 물, 이산화탄소로 당과 산소를 만들어내기에 이동의 통로와 광합성의 전자판인 잎이 필요함을 알 수 있게 됩니다. 꽃의 수술과 암술, 씨방과 꽃잎, 꽃받침의 구조를 통해 식물의 유성생식을 이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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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든 기기의 구조

식물의 세포를 학습하기 위해 광학현미경을 다루게 됩니다. 인간이 만든 추상이 아닌 기기는 구조를 파악하기 더 용이합니다. 실체가 있고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입니다. 현미경을 직접 그려보고 그 명칭의 뜻을 기능과 연관 지어 보면 구조를 학습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복잡하게 그리지 말고 단순화시키는 것입니다. 교사의 역할은 여기서 필요하겠죠?

왜 조동나사일까? 왜 미동나사일까? 눈과 맞닿아 있는 렌즈구나. 그래서 ‘접안렌즈’, 사물을 직접 비추는 렌즈 그래서 ‘대물렌즈’와 같은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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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구조

국어과에서 이야기가 가지는 ‘구조’를 먼저 파악하고 글을 분석해 볼 수 있습니다. 서사는 보통 발단-전개-절정-(위기)-결말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는 기-승-전-결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논설문이나 설명문은 서론-본론-결론, 편지글도 나름의 구조를 가지고 있으니 이와 같은 개념적 렌즈로 글을 분석한다면 요약이라는 성취기준의 달성에 보다 효과적으로 다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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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를 통한 기하(幾何)의 이해

점, 직선, 곡선, 면, 부피 등 공간의 성질을 연구하는 수학의 분야인 ‘기하’에서도 구조를 분석하여 원리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즉 도형의 구조를 분석하여 겉넓이와 부피에 접근할 수도 있습니다. 입체도형은 공간을 가지고 있으며, 공간이 차지하는 크기를 부피라고 정의하면 부피는 가로와 세로와 그리고 높이라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음을 발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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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에 대한 일반화

우리가 도출해 낸 구조에 대한 일반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구조는 물체가 짜인 형태를 말하며, 형태가 없는 것도 관계나 약속을 통해 이루어진다.’

의미는 인간이 출현하면서 이미 존재했지만 우리는 이름을 붙이며, 즉 개념을 통해 더 확장되었습니다. 어쩌면 인간들만이 가지고 있는 ‘개념’이라는 렌즈. 그 가운데서 구조라는 렌즈를 통해 우리는 자연과 사회와 수학, 문학이라는 교과(지식의 형식)를 관통해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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