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지도 그리기

지도라는 기호를 더 단순하게

by 신승엽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둥근 지구를 과거에는 천원지방(天圓地方)으로 인식했습니다. 중세 시대 기독교적 세계관이 반영된 TO지도의 정점에는 파라다이스, 중심에 예루살렘이 보이네요.

베아투스 지도(TO지도), 8세기 니베아 나의 베아투의 약도를 재구성


둥근 하늘에서 바라본 땅은 다음과 같이 형상화되겠죠? 위의 TO지도의 영향을 받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조선에서 제작되었음에도 중화사상이 짙게 반영된 흔적이 보입니다. 중원을 만드는 황하와 장강, 일본과 안남(베트남) 지방도 보이네요.

천하도(天下圖), 16~18세기 조선에서 제작


여러분은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나요?

호주를 가지고 노는 고양이의 모습으로 받아들이시나요?


혹은 화려한 장식이 돋보이는 왕관으로 보시나요?


세계를 고래로 보든, 타투로 보든 세상을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대중의 다중화가 이뤄진 지금, 더 일반적인 현상일 것입니다. 하지만 '학습(學習)'이라는 개념적 렌즈를 들이댄다면 결코 다채로운 비유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학습은 가르치는 대상이 분명해야 하고 엄밀해야 하며, 검증가능해야 합니다. 심지어 예술 영역조차도 기초는 분명한 구조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연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세계라는 대상을 우리는 '지도'라는 상징으로 기호화하여 표현하고 전달하며, 받아들입니다. 호모심벌리쿠스(Homo Symbolicus)! 인간은 단순히 물질적인 존재가 아니라 의미를 만들고 상징생산하는 존재임을 드러내는 개념어입니다.

그럼 우리는 지도를 어떻게 배우고 있나요? 경선과 위선, 위치와 크기, 지형과 기후 등 수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지도'라는 기호를 우리는 분절적이고, 세부적으로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정작 세계지도를 그릴 수 있는 사람은 잘 없죠. 세계지도를 잘 그리는 사람이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에 출현한 것을 본 적은 있습니다. 그만큼 지도 그리기는 기능적 훈련이 필요한 어려운 일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상을 분명히 하고 단순화시켜 학습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본질을 오염시키지 않는 것입니다. 지도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와 크기, 그리고 거리는 왜곡하지 않되 복잡한 선은 단순화하여 다음과 같이 표현했습니다.

직선기호로 단순화한 세계지도

위의 지도는 박문호 박사의 세계지도의 아이디어에서 차용하여 필자가 학생들에게 온라인 수업을 했던 내용입니다. '곡선은 배제한다!'

철저하게 직선을 사용한 기호의 힘은 강합니다. 직선은 예측 가능합니다. 직선으로 만든 직사각형은 정보의 경계를 확정 지을 수 있습니다.

직선 기호로 단순화한 세계지도

보다 더 단순하게 재구성해보았습니다. 대륙과 대양 그리고 중요한 반도들의 위치는 정확하게 제시합니다.

바다를 향해 튀어나온 곳을 '반도'라고 합니다. 반대로 들어간 곳을 '만'이라고 하죠. 이 두가지만 크기와 위치를 정확하게 지켜준다면 '세계' 정확히는 세계의 땅의 모양, 즉 '세계지도'라고 인식합니다. 지중해를 향해 튀어나온 네 개의 기둥, 저런 아나톨리아 반도가 빠졌네요. 그리고 아라비아와 인도, 인도차이나 반도, 자랑스러운 한반도까지 순서대로 완성해 줍니다. 북미는 단순하지만 커다란 만 두 개, 허드슨과 멕시코만으로 형상화했습니다. 북미가 약 2400만 킬로미터로 남미(약 1700만 킬로미터)보다 조금 더 크게 그려주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적도의 위치입니다. 적도는 그 이름과도 같이 불리는 남미의 에콰도르(Equador)부터 아프리카의 적도기니를, 말레이반도의 끝을 지나갑니다. 아라비아 반도와 인도반도가 적도와 겹치지 않도록 그려주어야 합니다.

한반도를 유럽으로 가져다 옮기면 지중해에 퐁당 빠집니다. 직선도 변화가 많으면 곡선과 닮게 됩니다. 곡선은 변동이 심하고 예측이 불가능하여 개인마다 다르게 인식할 위험이 있습니다. 러시아의 윗부분 바렌츠해부터 베링해까지 직선으로 처리해 주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호주와 아프리카도 더 단순하게 표현하여 다음과 같이 변형해 보았습니다.

단순 기호로 정리한 세계지도

플로리다 반도와 아나톨리아 반도를 추가했습니다. 카스피해도 중앙아시아의 중요한 영역이라 추가했습니다. 남아프리카를 단순하게 직선화하여 아프리카의 스케일을 더 키웠습니다. 실제로 아프리카는 미국과 중국, 인도를 집어넣고도 남을 정도로 큰 대륙입니다. (약 3000만 킬로미터)

말레이반도를 인도차이나와 붙여 적도까지 늘여주었고 호주를 직사각형으로 단순화했습니다.

유라시아 상단부를 직선으로 단순하게 처리하여 표현에 어려움이 없도록 했습니다.



세계지도 그리기

자, 이게 기호의 힘입니다!

몇 개의 선으로 우리는 세계를 인식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정확하게 말입니다.

6개의 대륙과 5개의 바다, 섬과 반도 남반구와 북반구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학교교육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지식 중 하나가 바로 공간에 대한 인식입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세계에 대한 공간적 인식은 숲을 보게 해 줍니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지도를 벽에 붙여두는 사람은 잘 없습니다. 하지만 세계지도는 학생들의 방에서 쉽게 볼 수 있죠.

앎이라는 것은 세계라는 공간 속에서, 한 순간 이루어지는 나의 의식적 현상입니다. 그리고 학습의 내용은 우리 인류가 이룩해 놓은 문화역사라는 지문을 담고 있기에 시공이라는 가로축과 세로축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죠.


어디쯤인지를 가늠할 수 있으면 무엇은 더 분명해집니다. 그 어디쯤을 간단한 기호의 축으로 도상화시키고 그 속에서 정보를 본격적으로 풀어 보려 합니다.


이제 세계라는 숲을 기호화했습니다.

이어서 세계를 대륙별로 기호화하여 조금 더 공간을 정밀하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그래도 넓은 공간입니다. 거대한 숲에서 또 하나의 정원들을 차근차근 그려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