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돕는 갈고리를 만들어보자.
연상법은 기억을 강화시키는데 흔히 사용되는 방법입니다. 을지문덕과 연개소문을 '수을당연'(수나라-을지문덕, 당나라-연개소문)으로 기억했다면 첫 글자와 연상단어법을 쓴 것이겠네요. '미미광어'(신미양요-미국-광성보-어재연), '1592'(임진왜란, 왜가 쳐들어왔는데 이러구 있을 때가 아니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소법(Loci 법)과 같이 익숙한 도형이나 장소로 매핑하는 것도 연상법의 한 종류입니다.
이밖에도 이야기를 연결하거나(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간 것은 사과~), 시각 이미지 연상법 등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번 챕터에서는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지도를 단순 직선기호로 그려보고, 47개의 행정구역을 연상법을 통해 기억하는 방법을 안내하려 합니다.
일본은 4개의 큰 섬과 여러 개의 작은 섬들이 줄지어 펼쳐진 '열도(列島)'입니다. '활모양으로 줄지어 있다'라고 해서 '호상열도(弧狀列島, island arc)'라고도 합니다. 4개의 큰 섬은 북쪽에서부터 '홋카이도(북해도, 北海道)', '혼슈(본주(토), 本州)', '시코쿠(사국, 四國)', '규슈(구주, 九州)'로 구분합니다.
세계에서 7번째로 섬인 일본의 혼슈, 그리고 남한의 80% 면적인 홋카이도만 봐도 꽤 넓은 영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일본은 실제로 약 38만 km²으로 남한의 3.8배 크기입니다.
일본의 행정구역은 소위 도도부현(都道府県)으로 불리는 1도(도쿄都), 1도(홋카이道), 2부(교토府, 오사카府)와 43개의 현(県) 체제입니다. 47개의 행정구역을 기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일본의 지도를 직선기호에 순서화를 통한 연상법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제작했습니다.
일본의 행정구역은 위와 같습니다. 역시 곡선과 수많은 문자, 부호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지도라는 '상징'은 자연적 실재와 사회적(인위적) 실재가 혼성되어 있는 복잡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리학을 자연과학이나 공학 쪽에 가장 가까운 인문학이라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지리과는 영국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자연과학의 범주에 포함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많은 정보량을 담고 있는 지도를 단순화시켜 보겠습니다.
일본지도는 해마나 용 등으로 형상화합니다. 하지만 저는 일본 지도를 보면 늘 축 늘어뜨려놓은 인삼이 연상되었습니다. 그래서 누워있는 인삼과 같이 지도를 기울여 보겠습니다.
직선으로 단순화하니 한눈에 쉽게 들어오지만 위치나 크기 등이 왜곡되어 표현됩니다. 도쿄는 바다를 접하고 있는 만이지만 내륙이 되어버렸습니다. 효고는 일본내해(세토나카이)와 우리나라 동해를 모두 접하고 있는 간사이의 큰 지역이지만 동해만 접하는 곳이 되어버렸네요. 특히 구역의 경계가 왜곡되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었습니다. 따라서 왜곡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4개의 섬과 오키나와를 더해 사각형으로만 축약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행정구역까지 고려하니 반도와 만을 살리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벽돌처럼 각 지역을 균일하게 집어넣지 않고, 실제 지역의 크기와 경계를 고려하여 다음과 같이 변형했습니다. 행정구역의 표기는 더 정확해졌고, 스케일도 맞아 들어갔습니다.
그럼 연상법을 적용하여 일본의 행정구역을 순서대로 암기해 보겠습니다. 일본의 지명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오카'와 '야마', '시마'입니다. 오카는 '언덕', 야마는 '산'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마는 '섬'이라는 뜻이죠. 이 세 단어를 기억하고 지도를 세부적으로 살펴봅시다.
*일본의 행정구역을 암기하는 연상법은 유튜브 채널 '암기여행'의 '일본의 도도부부 43현 지명 암기 비법'을 참고하여 각색했습니다.
1. 규슈(九州) 지방
나가사키 짬뽕과 후쿠오카 사이에 사가가 있다. 오이가 탈 정도로 뜨거운 온천이 있는 오이타, 곰처럼 생긴 구마모토 옆 미야자키에는 미야자키하야오가 그린 곰 같은 토토로가 있다. 일본 본토에서 가장 떨어진 곳이라 가고 싶어 하는 가고시마, 그리고 ㅇㅋ 나와
나가사키는 일본으로 들어갈 수 있는 서남쪽의 항구도시로 외국의 문물이 먼저 들어오는 경로입니다. 따라서 짬뽕과 카스텔라와 같은 음식이 유명하죠. 후쿠는 복(福)이라는 뜻이고 오카는 언덕이니 '복 된 언덕'쯤 되겠네요. 그 사이에 있으니 사가, 오이타는 아소산 동쪽 지역이라 벳부 등 온천이 유명합니다. 일본어로 곰은 '구마'이며, 미야자키는 미야자키하야오와 연상시킬 수 있죠. 오키나와는 규슈에 포함하지 않지만, 기억의 편의를 위해 함께 익히도록 합니다.
2. 주코쿠(中国) 지방
본토로 들어가는 입구(구치)라서 야마구치,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우기는 정도가 심한 시마네, 크기가 도토리 만한 돗토리, 원폭을 맞았던 히로시마, 언덕과 산이 함께 있어 주코쿠의 경계가 되는 오카야마
주코쿠의 입구는 야마구치에서 시작해서 우리나라 동해와 접한 시마네현과 돗토리 현이 있습니다. 세토내해 쪽으로는 히로시마와 오카야마가 있습니다.
3. 긴키(近畿) 지방
긴키는 우리나라 '경기(京畿)'와 마찬가지로 수도의 주변을 뜻합니다. 나라시대(710-794) 이후 1868년 메이지유신까지 1천 년 이상 천황의 거처였으며, 수도의 역할을 했던 '교토(京都)'와 그 주변을 '긴키(近畿)'라고 부릅니다.
교토는 오사카, 나라와 함께 삼각형으로 익혀둡니다.
교토 시가에 효고를 졸업한 오나미가 와가야 마.
이야기 연상과 첫 글자 연상(오나미), 유사음 연상(효고, 교토 시가)을 함께 사용했습니다. 경험이나 흥미가 있다면 굳이 이런 연결을 통해 억지로 외울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전혀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긴키라는 지역을 덩어리째 외우게 하기 위해서는 기억의 갈고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더 사실적이고 개념적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이름에 익숙해지도록 우리말이나 문화적 맥락과 매칭을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4. 주부(中部) 지방
훅 이식해서 가져와 보니 또 야마(산)가 있네. 산은 니가타. 여기는 눈이 많이 내려서 기후가 종종 나가서 아이치! 기침이 나오는 곳. 야마나시의 후지산이 조용히(시즈) 언덕(오카)을 만드는 곳.
일본 주부(중부) 지방은 산이 많아 눈이 많이 내립니다. 기후가 나간다고 표현했는데 실제로 나가노에서 추운 날씨를 활용하여 1998년 동계 올림픽이 열렸습니다.
후쿠이와 이시카와, 도야마, 니가타는 우리나라 동해와 접하는 지역으로 산이 많은 지역입니다. 야마나시와 시즈오카는 '후지산'이 있는 지역으로 기억합니다. 아이치현에는 일본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고야'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5. 간토(関東) 지방
도쿄와 가(가나가와)치(지바) 가는 친구들이 있다. 도쿄로 올라가기 전엔 이발(이바라키)을 하고, 가서 또치기(도치기)를 한다. 도쿄 근처에는 도쿄를 지키는 군대 말(군마)이 있고, 군마와
도쿄 사이에는 사이타마가 있다.
도쿄도는 일본의 수도이자 최대도시입니다. 한국식으로는 '동경(東京)'으로도 부르죠. 가나가와현에는 일본인구 3위인 '요코하마'가 있고, '나리타 국제공항'이 있는 지바가 있습니다. 도쿄의 베드타운 역할을 하는 사이타마, 도쿄와 가깝지만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는 이바라키와 도치기, 군마가 북쪽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관동'과 '관서'를 나누는 기준은 일본 '전국시대(戰國時代)' 최대의 전투가 일어났던 기후현의 '세키가하라'입니다. 우리나라 군사적 요충지인 '철령'이 '관동'과 '관서', '관북'을 나누는 기준이 된 것과 같습니다.
6. 도호쿠(東北) 지방
원전사고가 터진 후쿠시마, 사고를 피해 야마가타로 피하려 했지만 미아(미야기)가 발생했다. 그래도 위쪽 지역은 피해가 덜해 아기를 키우기 좋타(아키타). 그러면 이리 데리고 와(이와테)! 그 위는 너무 추워서 눈이 많이 내려 덮인 숲이라 해서 파란 숲(아오모리).
* 아오는 파란색(靑), 모리는 숲(森)
일본의 도호쿠 지방은 산이 많고 추우며, 눈이 많이 내리는... 우리나라 '동북(東北)'지방과 비슷한 이미지입니다. 2011년 태평양 해역 지진으로 원전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를 중심으로 이야기 연상과 유사음 연상을 사용했습니다.
7. 시코쿠(四国) 지방
에(에히메)이고(고치).. 가도 가도 (가가와) 섬이 많네! (도쿠시마).
마지막으로 시코쿠지방입니다. 일본열도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섬에 4개의 율령국이 있어 4국이라 불렸습니다. 혼슈와 '세토대교', '아카시해협대교' 등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홋카이도와 오키나와는 익숙하여 생략했습니다.
전통적 교육방식이 있던 암기라는 말에는 부정적인 인식이 담겨있지만 암기는 기억을 위한 수단입니다. '학습자 주도성'은 최근 교육의 트렌드이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는 지식이 없다면 학습을 위한 주도성은 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연상을 위한 갈고리, 즉 스키마(schema)가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니까요. 개념이 또 다른 개념을 불러오듯, 연상은 또 다른 연상작용을 일으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기억하고 싶게 만드는 구조를 만들라!라는 것입니다. 대칭과 순서를 만드는 벽돌식 구조는 가련하리 만큼 짧은 우리 기억의 마모 정도를 줄여줄 수 있습니다. 흩어져 있는 정보를 범주화하면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보의 해석은 개념형성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과정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