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라는 거대한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대륙 조각들은 미끄러져간다.
태초에 지구는 불의 바다로 출렁거렸고,
땅은 아직 이루어지지 못한 꿈이었습니다.
46억 년 전 지구는 붉은 용암과 뜨거운 바다로 뒤덮인,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포악하고 거대한 '불의 행성이었습니다. 지구가 탄생할 때 발생한 미행성들의 지속적인 충돌과 화산활동으로 인해, 지구의 전체 표면은 1,000℃가 넘는 뜨거운 용암으로 덮여있었습니다. 지구 표면의 온도가 조금 낮아지면서 수증기가 응결해 비가 내렸으나, 지표면이 너무 뜨거워 바다는 55℃~85℃ 이상의 높은 온도를 유지하는 '원시 바다'였습니다.
하지만 이 뜨거운 용암과 바다의 조화는 새로운 지각을 형성하고, 나중에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는 기초적인 환경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물론 땅의 모양은 지금과 같은 7개의 대륙과 5개의 큰 바다로 구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모든 대륙이 하나로 뭉쳐져 있던 거대한 초대륙의 형태였죠. 이것을 지금 우리는 판게아(Pangea/Pangaea)라고 부릅니다. 그리스어로 '모두(Pan)'와 '대지(Gaia)'의 합성어로 '모든 땅' 또는 '지구 전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판게아를 처음 주장한 사람은 독일의 기상학자였던 알프레드 베게너(A. Wegener,
1880~1930)였습니다.
지금의 기후대를 고안한 블라디미르 쾨펜(Wladimir Peter Köppen, 1846~1940)의 사위이기도 했던 베게너. 그의 '대륙이동설'은 당시 지질학계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거대한 대륙이 둥둥 떠다닌다는 발상을 "기상학자의 몽상", "동화 같은 이야기"로 치부해버리고 말죠. 사실 베게너는 대륙이 이동한다는 증거는 제시했으나, 거대한 대륙을 움직이는 힘의 원천을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지질학자가 아닌 기상학자라는 점도 주류 지질학자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 이유이였을 겁니다.
지금은 대륙이동설이 판구조론으로 확장되어 받아들여졌습니다. 즉, 지각을 움직이는 힘은 판을 받치는 맨틀의 움직임으로 밝혀진 것이지요. 여기서 초대륙. 즉 판게아의 분리과정을 단순하게 짚고 넘어가 보려 합니다.
판게아가 하나로 붙어 있었지만, 내부에서 맨틀 대류와 열 때문에 대륙이 팽창하듯 균열(열곡)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1) 지구 내부의 열이 맨틀 대류를 일으키고 판을 움직입니다.
2) 판게아 아래에서 상승하는 맨틀(뜨거운 기둥)로 땅은 부풀어 오르겠죠. 땅은 마치 빵이 부풀어 오르듯 융기합니다.
3) 그러면 대륙이 늘어나고 얇아지면서 약해지겠죠. 대륙이 늘어나며 열곡(리프트)이 생깁니다. 이곳이 바로 찢어지는 시작점이 되는 것입니다. 이 리프트가 커지면서 바로 바다의 씨앗이 됩니다.
4) 균열을 따라 지구 내부의 마그마는 대량 분출됩니다. 지각은 더 쉽게 벌어지겠죠. 틈이 점점 넓어지면서 대륙이 실제로 분리됩니다. 이때와 관련해 자주 언급되는 것이 중앙대서양 마그마 대분출(CAMP: Central Atlantic Magmatic Province)입니다. CAMP는 판게아가 갈라지는 시기와 거의 겹칩니다.
5) 결국 바다가 열리며 분리가 확정됩니다. 처음에는 “땅이 갈라지는 단계(열곡)”였다가, 시간이 지나면 그 틈으로 바닷물이 들어오고 새로운 해양지각이 만들어지면서 진짜로 대륙이 떨어져 나갑니다.
즉, 판게아는 ‘뜨거운 속열에 의해 부풀어 오른 빵 반죽’처럼 늘어나 금이 가고, 그 틈으로 불(마그마)이 솟아오르며 결국 바다로 갈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판게아는 두 개의 거대한 대륙을 만듭니다. 북쪽의 로라시아(Laureasia) → 북아메리카 + 유라시아(유럽·아시아 일부)와 남쪽의 곤드와나(Gondwana)→ 남아메리카 + 아프리카 + 인도 + 남극 + 오스트레일리아입니다. 이때 사이에 테티스해(Tethys Sea) 같은 바다가 넓어지기 시작합니다. 이때 북쪽의 로라시아가 분리가 시작되며 유라시아는 북아메리카와 점점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이 훗날 북대서양 형성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죠.
이제 남쪽의 거대륙 곤드와나도 본격적으로 갈라지기 시작합니다. 중요한 것은 '한 번에'가 아니라 조각조각 갈라진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중요한 분리는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의 분리입니다. 남대서양이 열리게 되는 것이죠. 이때 인도의 '단독 질주'가 도드라집니다. 인도는 곤드와나에서 약 1억 3천만 년 전부터 떨어져 나와 북쪽의 아시아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합니다. 단독 질주는 훗날 아시아 대륙과 거대한 충돌을 일으키게 되며 이것이 히말라야 산맥을 만들게 됩니다.
4. 약 6천5백만 년 전: 오스트레일리아가 남극에서 분리
오스트레일리아가 남극에서 떨어져 나가며 북동쪽으로 이동합니다. 남극은 점점 고립되어 차가운 대륙이 됩니다. 그리고 이후 약 5천만 년 전 인도와 아시아는 충돌하게 되며 히말라야가 형성됩니다. 히말라야 산맥은 지금도 계속 융기 중입니다.
대서양 한가운데에는 '대서양 중앙해령'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판이 서로 벌어지면서 마그마가 올라와 새로운 해양지각(바다의 바닥)을 계속 만듭니다. 따라서 대서양은 계속 확장이 되겠죠. 반면 태평양의 가장자리는 해구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마리아나 해구와 페루-칠레 해구가 있죠. 해구에서는 해야 판이 다른 판 아래로 들어가는 섭입(subduction)이 일어나며 오래된 해양지각이 맨틀로 빨려 들어가 사라집니다. 태평양은 주변이 거의 섭입대라서 만드는 속도보다 사라지는 속도가 더 커서 점점 줄어드는 중입니다. 실제 1년에 약 2cm씩 줄어들고 있고, 약 2~3억 년 후에는 태평양은 닫혀버릴 것으로 예측합니다. 태평양 주변에 불의 고리(환태평양 조산대)는 지금도 태평양을 아금아금 잡아먹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판구조론에 의한 대륙이동의 역사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판게아 → (북/남) 로라시아·곤드와나 → 북대서양 열림 → 남대서양 열림 → 인도 질주 → 호주 분리 → 인도-아시아 충돌 → 7개의 대륙/5개의 바다 형성
초대륙 판게아는 '뜨거운 속열에 의해 부풀어 오른 빵 반죽'처럼 늘어나 금이 가고, 그 틈으로 불(마그마)이 솟아오르며 바다는 갈라진 것입니다. 그럼 미래의 지구는 또 어떻게 대륙과 바다가 배치될까요?
다양한 가설이 있지만 그중 '판게아 울티마'를 소개합니다. 약 1~2억 년, 또는 3억 년으로 보기도 합니다. 약 2억 2천만 년 동안 떨어트렸던 대륙들은 다시 모입니다. 남극이 상승하고 호주와 다시 붙게 됩니다. 지금도 꾸준한 활동을 보여주는 동아프리카 열곡과 지중해는 아프리카와 유라시아를 연결시켜 버립니다. 판게아 울티마 지도에 보이는 ‘Pacific Ocean’은 “지금의 태평양이 그대로 남은 것”이 아니라 ‘새롭게 남게 되는 바다(혹은 남은 바다를 편의상 태평양이라 부른 것)입니다.
판게아 울티마는 마치 흩어진 퍼즐 조각 같은 대륙들이 오랜 시간 밀리고 당기며 다시 한 판에 맞춰지는 미래의 초대륙인 것입니다.
대륙이동은 이제 하나의 가설이 아니라 '이론'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지구라는 거대한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대륙 조각들이 아주 느리게 미끄러지며 자리를 바꾸는 현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대륙의 이동과 지질연대표를 연관 지어 이야기를 이어 나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