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를 ‘그리는 법’이 아니라, '공간을 생각하는 법’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 나라는?
답은 남미의 우루과이입니다. 정확히는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 앞바다입니다. 거리가 약 2만 킬로미터로 지구 둘레의 절반이죠. 미국을 세 번 하고도 또 반을 횡단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미국의 가로길이는 4,300km, 2,700마일) 이를 대척점이라 부릅니다. 이론상으로 대한민국을 수직으로 계속 땅을 파고 들어가면 남반구의 우루과이 앞바다가 나온다는 개념이죠.
남미 대부분의 나라는 우리나라에서 15,000km 이상의 거리로 가장 멀리 떨어진 대륙입니다. 각각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위도와 경도상, 대칭에 가까워 직선거리와 비행거리 모두 길 수밖에 없습니다.
두 지역은 육지로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만 태평양(Pacific)이라는 거대한 해양을 통해 간접적으로 연결됩니다. APEC회원국한민국에서 칠레와 페루. 이 두 남미의 국가가 포함되어 있는 이유죠.
남아메리카는 북쪽이 넓고 남쪽으로 좁아지는 역삼각형 형태입니다. 북쪽의 넓은 아마존 분지에서 점점 수렴하여 파타고니아-티에라델푸에고로 끝이 나죠. 적도에 가까운 북쪽은 열대, 남쪽의 한대기후까지 기후의 연속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세로로 긴 형태입니다.
서해안은 거의 직선에 가깝게 떨어집니다. 안데스 산맥이 대륙의 서쪽 가장자리를 따라 형성되었기 때문이죠. 이곳은 지진과 화산의 다발지역이기도 합니다. 서쪽이 막힌 등뼈인 반면 동쪽은 열린 대륙의 얼굴입니다. 동해안은 굴곡이 크고 부드럽습니다. 넓은 아마존의 평야와 큰 하구(라플라타강)가 항만과 대륙의 진입을 용이하게 만들어줍니다. 파나마 운하가 번성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북반구 기준의 지도가 우리에게 형상화되어 있지만
남극을 중심으로 돌려서 보면 남미는 아래로 처진 대륙이 아니라 방향성만 다를 뿐 스스로 완결된 하나의 대륙으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마존이 변두리가 아니라 핵심공간임을 볼 수가 있죠. 또 하나는 베게너(Alfred Lothar Wegener)가 보았듯, 대륙의 이동과 분리를 인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프리카의 서안과 남아메리카의 동안은 퍼즐처럼 맞아 들어갑니다. 해안선뿐 아니라 두 대륙에서 에서 발견되는 화석이나 암석, 지질은 곤드와나(남쪽의 초 대륙)가 있었다는 핵심적 증거이기도 합니다.
이런 남아메리카를 지금부터 단순하게 그려보겠습니다.
남아메리카는 라틴아메리카로도 불립니다. 1492년 콜럼버스의 대륙 발견 이후 남미는 유럽의 서쪽 끝, 그러니까 대서양으로의 항해가 용이했던 이베리아 반도 국가들의 무대가 되었습니다.
특히, 스페인은 카리브해를 중심으로 탐험을 시작하게 됩니다. 1493년 지금의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이 양분하고 있는 히스파니올라섬을 거점으로 본격적인 식민지를 만들죠.
1521년에 에르난 코르테스가 아즈텍 제국(현재 멕시코)을 정복합니다. 아즈텍 원주민이었던 '말린체'라는 여인은 코르테스와 결혼하여 정복에 협조하죠. 그녀는 멕시코 혼혈 민족(메스티소)의 어머니로 불리기도 하지만 '배신자'라는 평가도 공존합니다. 1532년은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잉카제국(페루)을 정복하면서 남아메리카로 그 세력을 넓혀 갑니다. 스페인은 소수의 병력에도 불구, 강력한 화기와 기마대, 전염병과 내란을 이용한 교묘한 전술 등을 바탕으로 남미의 제국들을 정복해 나갑니다.
스페인은 남아메리카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지만 '토르데시야스 조약(1494년)'으로 브라질은 포르투갈의 식민지가 됩니다. 브라질의 면적은 약 850만 km2으로 남아메리카 면적(약 1,700만km2)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브라질은 세계에서도 5번째로 큰 나라이며, 남미 12개국 중 에콰도르와 칠레를 제외한 10개의 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습니다.
그럼 남아메리카 지도를 그리는 방법을 설명하겠습니다.
1. 먼저 북서쪽을 직각으로 둔 역삼각형으로 윤곽을 그립니다.
2. 13개의 나라 구역을 만듭니다.(기아나는 프랑스령이라 실제 남미는 12개국입니다.)
브라질을 가장 크게 구획하고, 세계에서 8번째로 큰 아르헨티나(약280만km2)도 역삼각형으로 남쪽에 그려줍니다. 이후 페루와 콜롬비아, 볼리비아, 베네수엘라를 비슷한 크기로, 세로로 긴 나라 칠레는 안데스 산맥이 분포하는 남미의 서안 쪽으로 길게 그려줍니다.
3. 바다가 없는 내륙지역인 볼리비아와 파라과이를 가운데 그려준 후 우리나라의 대척점인 우루과이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사이에 놓습니다.
4. 베네수엘라 옆에는 가.수.기(가이아나, 수리남, 프랑스령 기아나)로 나란히 표현해 주면 끝입니다.
남미의 나라를 간략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콜롬비아는 콜럼버스에서 따왔습니다. 남미에서 다른 나라들과 달리 미국과 우호적 관계이며, 정치노선도 자유주의를 택하고 있습니다. 남미에서 유일하게 6.25 전쟁 때 파병한 나라이기도합니다.
에콰도르는 말 그대로 '적도'라는 뜻이며 실제 적도를 지나갑니다. 콜롬비아와 페루에 많은 영토를 빼앗기며 지금과 같이 작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에콰도르 수도 키토는 백두산 보다 해발 고도가 높습니다. (2,850m)
페루부터 진정한 남반구의 나라입니다. 페루의 최북단이 적도와 약 4km 떨어져 있죠. 사막, 정글, 고원, 바다, 협곡을 모두 볼 수 있는 자연경관의 나라입니다. 나라의 중앙을 안데스 산맥이 관통하면서 해안과 산악, 열대우림지역으로 나뉩니다.
칠레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나라(약4,300km)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는 브라질(약 4,400km))
우리나라도 세로로 긴나라(1,100km, 삼천리가 1,200km이니 얼추 맞다)지만 칠레의 1/4도 정도의 길이입니다. 반면 가로는 평균 177km로 한반도 가로길이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질 좋고 값 싼 포도주와 이스터섬, 마젤란 해협 등이 유명합니다.
볼리비아는 남미의 내륙국으로 칠레와의 전쟁에서 패해 태평양을 빼앗긴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남미에서 원주민의 비율이 가장 높은(약 55%) 나라이며, 라파스는 해발 3,830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 위치한 수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파라과이는 볼리비아와 마찬가지로 내륙국입니다.(남미는 이 두 개의 나라만이 내륙국이다) 볼리비아는 전쟁으로 칠레에게 바다를 빼앗겼지만 파라과이는 태생부터 내륙국입니다. 한국인 1세대 이민자가 많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루과이는 남미 국가 중 원주민의 비율이 가장 적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약 3%) 우리나라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으며, 북극점에서도 가장 먼 나라입니다. 남미에서 GDP가 가장 높은 나라이며, 안데스 산맥에서 떨어져 있어 고지가 없고 평지만 있는 나라입니다. (우루과이에서 가장 높은 산은 514m로 구릉 수준이다)
아르헨티나는 브라질 다음으로 큰 면적을 자랑하며, 열대우림과 빙하, 사막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입니다. 남쪽의 파타고니아 사막은 고비사막, 칼라하리 사막에 이어 세계에서 8번째로 큰 사막입니다.
서쪽은 안데스 산맥으로 남미에서 가장 높은 아콩카과산이 아르헨티나 영토 내에 있습니다.
브라질의 인구는 약 2억 1천만 명으로 나이지리아에 이어 세계 인구 7위의 나라입니다. 영토와 인구 모두 남미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그 영향력이 막강합니다. (남미 전체 인구는 약 4억 3천만 명 정도)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BRICs의 일원국이고, 독일, 일본, 인도와 함께 UN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는 G4의 일원입니다.
베네수엘라는 작은 베네치아라는 뜻입니다. 지대가 그만큼 낮고 과거 원주민들이 이탈리아 베네치아처럼 수상가옥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세계에서 석유가 가장 많이 매장되어 있는 나라이지만 품질이 낮아 채산성이 떨어집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앙헬폭포와 다양한 자연생물(지구 파충류의 약 23%, 양서류의 50%)이 유명합니다.
가이아나와 수리남, 프랑스령 기아나는 면적도 작으면서도 서로 비슷하고 위도도 거의 같습니다. 베네수엘라 옆에 나란히 3개의 블록으로 표현하면 됩니다.
세계지도를 그리면서 가장 우선하는 원칙은 지도를 ‘그리는 법’을 가르치기보다, '공간을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자는 것입니다.
지도를 통해 우리가 떠올려야 할 점은 '정답'이 아니라 '관점'입니다. 북쪽을 위로 놓으면 남미는 아래로 처져 보이지만, 남극을 중심으로 돌리면 남미는 또렷한 중심 대륙이 됩니다. 복잡한 해안선을 그대로 따라 그리면 외우기 어렵지만, 구조를 직선으로 바꾸면 남미는 한눈에 이해됩니다.
곡선의 경계는 복잡하지만 직선은 구조를 명확하게 드러나게 해 줍니다.
해안을 접하지 않은 두 개의 나라, 가이아나-수리남-기아나의 순서화, 그리고 남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브라질에서부터 아르헨티나까지...
결국 지도를 바꾸면 생각이 바뀝니다. 오늘의 단순 지도는 남아메리카를 외우는 방법이 아니라, 남아메리카를 이해하는 방법임을 기억해 주세요.
어느덧 13개의 챕터로 세계를 기호로 단순하게 표현해 봤습니다.
다음시간에는 세계지도와 한반도 지도를 더 단순하게 표현하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제 국내로 옮겨서 우리나라를 단순하게 도식화하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이해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