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 지도 그리기

바-쿠-자-아-도-푸

by 신승엽

지난 시간에 이어 중남미의 카리브해 지역을 알아보겠습니다.

버뮤다 삼각지대

마(魔)의 삼각지대라 불리는 버뮤다 지역, 어릴 적 한 번쯤은 들어봤거나 호기심을 품었던 지역입니다.

오늘 다루게 될 카리브해 지역, 플로리다에서 버뮤다와 푸에토리코를 잇는 삼각지역인데 외계인 납치설이나 4차원 함몰지역 등 가설이 난무했던 곳입니다.

결론적으로는

1. 사고가 발생하기 쉬운 자연환경(자기편차-나침반 북과 진북 차이가 커지는 해역, 열대 저기압, 국지적 폭풍, 강한 난류와 얕은 해저와 암초 등)적 요인

2. 교통적 요인: 대서양 최중요 항로 중 하나(항공기, 선박 통행량이 많음)

3. 기술적 요인: 20세기 중반 이전 항해, 항공 기술의 한계(정밀 레이더와 위성항법의 제한)

4. 선택주의와 명명효과와 같은 인간 인지적 요인: 무사통과 건은 무시하고 사고가 난 경우만 수집, "버뮤다 삼각지대"라는 이름 자체가 사건을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버림

5. 서사의 문제: 대중서와 미디어의 증폭 시기(과학적 사건을 미스터리로 변모시킴)와 같은 요인이 합쳐져 만들어진 허구임이 밝혀졌습니다.


이곳이 바로 오늘 다루게 될 중남미의 카리브해 지역입니다.


카리브해 지역 지도 그리기


카리브해 지역 단순 지도

카리브해 지역은 결론적으로 '바쿠자 아도푸'로 정리했습니다.

바하마-쿠바-자메이카 & 아이티-도미니카공화국-푸에토리코입니다.


바하마는 법인세와 소득세, 양도 소득세, 상속 및 증여세가 없습니다. 사실상 해외 기업이나 자본에 세금 부담이 없는 곳입니다. 그렇다면 국가의 재정은 어디서 충당하나? 관광과 부가세(VAT), 면허 수수료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벌어도, 보유해도, 이전해도 과세가 거의 없어 '조세피난처'로 자주 거론됩니다. 플로리다와 가까워 북미 자본의 접근성이 탁월하고, 영국식 커먼로(common law) 전통이 남아 있어 재산권 보호에 대한 신뢰가 높아 비거주자에게 유리한 금융 시스템인 곳이죠.

바하마는 '제도'라 불립니다.

여기서 제도와 열도, 군도 등을 정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제도와 군도, 열도의 구분

모두 여러 섬의 집합적 개념이나 제도는 단순히 여러 섬으로 이루어진 지역을 칭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필리핀 제도와 인도네시아 제도 등이 있습니다.


군도는 섬들이 말 그래도 무리를 이룬 형태, 특히 육지와 가까이 형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반도의 다도해도 군도에 포함할 수 있고, 필리핀 세부 지역도 군도라 할 수 있습니다.


열도는 섬들이 줄(列)처럼 일렬로 길게 늘어선 형태입니다. 띠를 이루는 모양새를 강조하며, 대륙과 떨어져 띠처럼 뻗은 형태가 많습니다. 일본열도와 쿠릴 열도, 알류샨 열도가 대표적입니다.

따라서 위 지도의 바하마도 '바하마 제도'라 불립니다. 아니 카리브해 전체를 '카리브 제도'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만큼 이곳은 섬이 많고, 나라도 많습니다. 하지만 대표적인 나라 6개, '바-쿠-자-아-도-푸' 만 순서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어서 쿠바입니다. 면적이 약 11만km2으로 남한과 비슷하고, 인구는 약 1천1백만명으로 경기도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긴 어류를 닮은 쿠바 지도

가로로 긴 쿠바는 마치 장어나 상어 같이 몸이 긴 어류를 닮아 있습니다. 지정학적으로 멕시코만-대서양-카리브해를 잇는 관문이라 '카리브해의 문(門)'이라는 별칭이 있습니다. 동서로 길게 늘어진 형태이다 보니 해안선이 길고 항만 발달에 유리합니다. 섬 전체가 해상 교통로를 따라 누워있는 구조죠. 열대기후와 평야지형은 사탕수수와 담배 재배에 적합하고, 화산과 지진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어 역사적으로 농업 생산 섬으로 특화되어 발달해 왔습니다. 대규모 노예 노동이 발달하여 물라토(흑인과 백인 혈통을 물려받은 사람)가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북쪽으로 미국 플로리다와 약 15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물류와 인적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가까운 나머지 전략적·지정학적 위기도 있었습니다. 냉전시대 '쿠바 미사일 위기'가 대표적이었죠.


세 번째로 자메이카입니다.

카리브해 중앙부, 쿠바 남쪽에 위치하며, 대서양-카리브-파나마 운하로 이어지는 해상 교통로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대항해 시대 이후 해상 패권 경쟁의 요충지였고, 특히 수도 킹스턴 인근의 '포트 로열'은 17세기 '해적의 수도'로 불릴 만큼 전략적 가치가 컸습니다.

자메이카를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그만큼 아프리카의 정체성을 이어나가고 있는 독특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요. 레게와 라스파타리 운동 등이 대표적이죠. 우사인 볼트, 프레이저프라이스 등 우수한 선수들이 단거리 육상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이는데 이것도 지정학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물론 타고난 유전인자의 영향이 더 크지만, 고지대(블루마운틴 인근)와 해안 저지대 병행 훈련과 연중 따뜻한 기후는 야외 훈련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자메이카의 단거리 육상 선수 우사인 볼트

네 번째로 '하나의 섬, 두 개의 나라'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입니다. 히스파니올라 섬을 공유하지만 식민 방식, 독립 경로, 국제 질서 편입 방식의 차이로 다른 궤적을 걸었습니다.

하나의 섬, 두 개의 나라 아이티와 도미니카공화국

서쪽의 아이티는 프랑스 식민지로 플랜테이션 노예제의 극단을 걸었습니다. 아이티 혁명으로 노예가 스스로 봉기하여 독립한 세계 최초의 노예 해방 공화국이라는 역사를 가지고 있죠.

동쪽의 도미니카 공화국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스페인의 식민지였습니다. 노예제 규모가 작았으며, 엘리트 중심의 점진적 독립의 길을 걸었습니다.

오히려 이런 독립의 역사가 아이티에게는 뼈아픈 책임을 지게 만들었습니다. 국제적으로 고립되었으며 프랑스는 어마어마한 배상금을 강요했습니다. 미국은 장기적으로 아이티를 경계하게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재정과 정치가 붕괴되는 시련을 겪었습니다.

아이티는 아프리카 전통 보존이 강하고 저항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도미니카는 유럽 지향의 정체성과 가톨릭 중심입니다. 즉, 제국 계승의 서사를 가지고 있죠.


마지막으로 푸에토리코입니다.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의 결과 스페인에서 미국으로 이양되었습니다. 독립국이 되지 못한 채 제국만 교체되는 역사를 가지고 있죠. 현재 미국의 자치령으로 주민은 미국 시민권을 보유합니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 선거권은 없으며, 연방 의회 투표권도 없습니다. 즉, 미국의 영토이지만 주는 아닌 셈이죠. 문화적으로는 완전한 라틴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미국의 일부입니다. 푸에토리코 국기도 있지만 외교권도 없고, 시민권은 있지만 주권이 없는 아이러니한 섬나라 푸에토리코가 카리브해 6개의 나라 바하마-아도푸의 마지막입니다.

카리브 동부, 푸에토리코 지도
쿠바와 푸에토리코 국기

쿠바와 푸에토리코의 국기는 비슷한 디자인입니다. 하지만 쿠바는 1902년 독립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푸에토리코는 미국에 종속되어 성조기와 같은 색으로 변했습니다. (위 국기 디자인은 스페인 식민지 시절 독립 투쟁기에서 유래했습니다.)

냉전시대 카리브해 지역의 공산화를 막기 위해 푸에토리코를 미국의 자치령으로 두고 관리한 결과가 국기에서도 보입니다.


렇게 살펴본 카리브해 지역은 더 이상 신비의 바다도, 단순한 휴양지도 아닙니다.

버뮤다 삼각지대라는 허구적 서사에서 출발했지만, 우리가 실제로 마주한 카리브해는 자연·항로·제국·자본·이념이 겹쳐진 세계사의 교차로였습니다.

바하마는 제도와 금융으로 살아남는 길을 택했고,
쿠바는 지리적 관문이라는 위치 때문에 세계 냉전사의 중심에 섰으며,
자메이카는 문화와 스포츠로 식민의 기억을 세계적 영향력으로 전환했습니다.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은 같은 섬 위에서 독립의 방식이 얼마나 다른 결과를 낳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고, 푸에토리코는 번영과 주권 사이의 선택이 남긴 아이러니를 지금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를 하나로 묶으면,
‘바–쿠–자–아–도–푸’는 카리브해를 이해하기 위한 암기어가 아니라, 지리 위에 놓인 선택의 결과들을 읽어내는 열쇠입니다.

카리브해는 작지만, 이곳에서 벌어진 일들은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이 지역은 말해 줍니다.

국가의 운명은 자연보다 위치에 의해,
위치보다 선택에 의해,
선택보다 국제 질서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이제 우리는 카리브해를 ‘마(魔)의 바다’가 아니라 세계사가 가장 압축적으로 지나간 바다로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