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글로 그리는 현장(feat. BTS, 연합뉴스)

by 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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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데스크가 제 기자수첩을 데스킹하면서 전화를 하셨어요.


"지금 네 기자수첩 보고 있는데. 기자는 '이거 하라'고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잖아? 이런 의도 전달하고 싶으면 의문문으로 쓰면 된다. 이건 일단 고쳐 놓을테니 그렇게 알아라."


아차 싶었습니다. 지적을 자주 하시는 분이 아니라 '이건 정말 주의해야 겠다' 싶기도 했고, 요즘 혹시 타성에 젖은 게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그리고 오늘 본 방탄소년단 관련 기사는 또 한 번 '좋은 기사'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객관적인 표현으로 풍부한 상상력을 자아내는 문장이 있습니다. 이런 문장은 사회성 르포나 문화 부문에서 나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물론 다른 부문에서도 높은 이해도가 전제됐을 때 상상력을 자극하는 풍성한 문장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는 마이데일리, BTS 기사는 연합뉴스 기사를 무조건 챙겨보는데요,


이번 BTS 웸블리 공연에서 연합뉴스는 당일 6개의 기사를 출고했고, 보는 내내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군더더기 없고 팩트만 전달하는 표현. 웸블리 공연장의 수많은 좌석 중 한 곳에 나를 앉아있게 했던 단어와 이음새들. 정~말 좋다요..ㅠㅠ


https://www.yna.co.kr/view/AKR20190602007200005?section=entertainment/all

1일(현지시간) 오후 7시 30분 영국 런던의 대중문화와 스포츠 상징 웸블리 구장은 방탄소년단만의 왕국으로 변신했다. 6만석을 가득 채운 팬클럽 '아미'(ARMY)는 고막을 찢는 듯한 환호성을 내지르며 21세기 비틀스의 재림을 환영했다.


https://www.yna.co.kr/view/AKR20190602003000005?section=news

유명새가 낳은 남모를 고통은 익숙해져야 할 일이라면서 오히려 걱정할 팬들을 위로했다.


또, 멤버들이 언급한 말을 적재적소에 그.대.로 전달함으로서 현장감과 그 의미를 더하기도 했습니다.


-- 방탄소년단은 빠르게 성장해 세계 최고의 그룹이 됐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음악을 만드나.
▲ (RM) 아티스트로서 생존과 관련해 중요한 질문이다. 2018년에 한 인터뷰 다시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 밤이 깊어지면 그림자가 길어지고 키가 커질수록 그림자는 길어진다. 유명해지면서 어려운 점은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림자와 친구가 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포용해야 한다. 창의성 유지하기 위해선 공원도 가고, 쇼핑도 하고, 박물관도 둘러본다.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다.


사실 이런 문장은 BTS를 제외하더라도 취재 대상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전제 됐을 때 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글재주만 있다고 해결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제가 몸담고 있는 산업부(보통 기업 담당)의 기사를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때에는 그냥 홍보실에서 배포한 자료를 제대로 써내는 게 훨씬 나을 수도 있습니다.


'제대로'의 의미를 좀 더 풀자면,


1. 그 기업입장에서 의미부여한 단어들(자화자찬 식의 내용이 해당됩니다)을 삭제하고,
2. 기사에서는 쓰지 않는 추상적인 형용사 들을 제거하고,
3. 낯선 용어들을 쉬운 표현으로 풀어쓰는 것을 말합니다.


일단 급한 기사는 이렇게 쓰고, 1년 치 기사를 계속 읽고 관련 홈페이지를 즐겨찾기 해놓고, 이 업계에서 좀 유명하다 싶은 책 있으면 찾아 읽고 등등. 기자 나름대로의 공부를 차근차근 해나가는게 좋습니다.

산업을 제대로 모르면서 이것저것 가져다 꾸미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냐면요...


1. 오보의 가능성 ↑
2. 더 잘 아는 일반 독자들에게 비판(이면 다행)·비난 받을 가능성↑
3. 아예 읽히지도 않을 가능성 ↑


암튼 독자를 얕보면 진짜 큰 코 다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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