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머리 묶어주는 CF, 멋있다

경동나비엔 콘덴싱 보일러와 쌍용차 코란도

by 안기자

TV 너무 재밌어. TV 너무 재밌어!!!!!!!!!!!!


저는 TV를 진짜 많이 보는데요,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는 건 아니고, 케이블 채널 돌려가며 보는 프로그램의 재방송을 사골처럼 봅니다. 그냥 틀어놓을 때는 기업 출입을 하다보니 아무래도 CF를 눈여겨 보게 돼요. 그런데 정~말 신선한, 엥? 내가 제대로 본 게 맞나? 하는 광고를 최근에 발견해서 꼭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경동나비엔의 콘덴싱 보일러 CF인데요...딱 듣기만 해도 이 회사 이미지 뭔가 보수적이고, 전통적일 것 같은데..!!


콘덴싱1.jpg CF 캡처


배경은 한 가정집의 거실.

아빠가 딸 아이의 머리를 만져줍니다. 뭐 여기까지는..그..그래


콘덴싱2.jpg CF 캡처

근데, 엄마가 나무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습니다. 뚝, 딱, 뚝, 딱.


콘덴싱3.jpg CF 캡처

그리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딸 아이의 손을 잡고 있는 아버지의 팔에는 에코백이 들려있습니다.


이 CF 너무 예쁘지 않나요? 이제는 성 역할을 바꾼 것도 아니고, 이 모습도 참 자연스러운 현실이지만 아직도 미디어는 전통적인 역할을 고수하기도 하거든요. 저는 이 광고가 약간 충격이었습니다. 딸 아이의 머리를 묶어주는 저 배우도 참 남자답고, 가구를 만드는 배우도 여성스럽지 않나요.


그리고...어쩐지 아슬아슬하다 했는데, 결국엔 욕을 먹고 있는 CF도 있었습니다. 배우 소이현과 인교진(둘은 부부)이 나오는 쌍용자동차의 코란도 CF였습니다. ㅠㅠㅠ


이 CF는 의도 자체는 뭐...나쁘지 않았습니다. 남자가 집안일 하는게 당연하다는 전제를...깔고...시작...했으니까요....광고에 나오는 대사를 그대로 쳐봤습니다.


"오빠, 청소는 로봇청소기가 해,
설거지는 식기세척기가 해,
옷 관리는 스타일러가 해(사실 이것도 문제. LG 제품명을 그대로 노출. 삼성이랑 싸우자는건가 ㅋㅋ),
우리 오빤 운전말고 하는게 뭘까앙?"


쌍용차3.jpg CF 캡처. 두 배우의 이미지가 평소에 좋아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


뭐 시청자에 따라서는 딱히 불편함을 못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일에 누구나 불편함을 느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문제는 이게 성별이 바뀌었으면 난리가 나는 거거든요. 만약에 남자가 여자한테 저 소리 했으면 당장 광고 내리고 사과해야 했을지도요. 그러니까 이제는 여자라도 남자한테 저런 소리는 가려서 해야 하는 시대인거죠.


저는 옛날부터 말했습니다..
살기도 힘든데 남자와 여자들 제발 친하게 지내자고....


이런 것들 미디어에서 좀 더 세심하게 다루면 좋겠습니다. 사실 제일 세상 물정 모르는 집단이 미디어라고 하는데요, 저도 언론사에 몸담고 있다보니 어느정도 공감이 됩니다.


요즘에는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조금 어려운 말이 유행하던데, 정말로 이런 감각이 없으면 아마 고인돌 취급받는건 시간문제일 겁니다. 고인돌 취급받고 싶지 않으면 이러한 변화를 정확하고 섬세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언제, 어디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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