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새끼도 잔소리를 함가족 행사가 있었습니다. 토요일 점심 서울의 한 식당에서 하하호호 웃으며 갈비를 구웠습니다. 원래 여럿이 모이는 장소를 좋아하지도 않고, 친척이라고 다 친한 것도 아니고. 옛날에 친했던 사촌 간이야. 말 그대로 옛날에 친했던거고.
일단 이런 장소에서 말을 안하려면 많이 먹는 수밖에 없어서 열심히 앞에 있는 고기를 먹었습니다. 우리 외할머니...배불러 죽겠는데 제발 더 먹으라고...하시고. 그런 날이었습니다.
동생 부부는 튀지 않게 분위기에 잘 섞여서 식사를 하고, 곧 결혼을 앞둔 친척 언니도 딱히 나서지 않고 밥을 먹는 그런 분위기 였는데...
노인들이 다 그렇다시피 또 결혼 이야기가 나왔고. 동생을 먼저 결혼시킨 저에게 화살이 왔습니다.
"00아! 너도~ 내년에 짝데리구와"
하... 동생 결혼식 때도 '니가 먼저 가야 하는데 어떻게 하니'라고 말했던 그 분이었습니다. 정말 솔직한 표현으로 짜증이 나더라고요. 최대한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리려 했지만 아 짜증나!
저는 그냥
**할머니~(친척 할머니 입니다). 저는 남자 얼굴만 봐요. 그래서 웬만해선 안돼요
라고 생각나는대로 지껄였습니다. 아주 짧게 정적. 솔직히 얼굴 보는데 어쩌라고. 안볼 수 있나?
제가 이긴 줄 알았지만, 식사가 다 끝나고 그 친척 할머니는 분은 다시 저한테 와서
"내년에 짝 데려와! 너가 그렇게 눈 높으면 남자는 더 높아! 눈 낮춰!" 라고 했습니다.
후...625전쟁 겪은 분을 제가 무슨 수로 이기겠나 싶더라고요. 전쟁도 겪은 사람을 말로 어떻게 이기겠어요~. 이 할머니 저 어렸을 때는 엄청 잘해주셨고 저도 좋아했는데....ㅠㅠ
나이 들수록 이런 게 자꾸 늘어만 갑니다. 동생이 먼저 결혼을 하고 부모와 동생 부부 사이에서 제 나름대로는 눈치가 보이는 게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먼저 결혼한 친구 말로는 시댁이라면 무조건 싫다던데 그러면 제가 가운데서 어떻게 부모를 '막아야' 하는지도 고민됐고, 제가 장난으로라도 한두마디 던지면 혹시나 둘이 집에 가서 다툼거리가 되진 않을까 신경 쓰이기도 하는게 사실이었습니다.
여기에 친척들의 오지랖까지...
오늘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그 친척할머니를 비롯한 오지라퍼들에게 마저 못한 말을 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 할머니. 제가 왜 눈을 낮춰야 하나요? 아니 얼굴만 본다는데 무슨 눈을 낮춰요? 저는 이미 혼자서 너무 많은 것들을 잘 해오고 있어요. 아 물론 이렇게까지 잘하고 싶진 않았어요. 유노? 결혼은 하게 되면 하고, 혼자 살아도 잘 살겠죠. 그리고! 할머니 손녀들 걱정이나 하세요. 솔직히 할머니 손녀들보다 제가 더 이쁘고 착하고 잘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