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에 질령이 난다

질령이난다고

by 안기자

중학교 1학년 음악시간. 가창 시험을 봤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 아주 빡센 경험이었는데 거기서 안기자는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을 경험 합니다.


당시 음악선생은 나이도 많고 교무부장? 뭐 이런거였고 워낙 곁을 안주는 성격이어서 애들이 무서워했습니다. 암튼 그런 인간이었는데 제가 노래를 부르고 들어가자


노래는 안기자 처럼 해야 잘부르는거지. 다들 왜이렇게 올라가지도 않는 음역대를 소리를 빽빽 써가며 올라가려 해? 듣기가 편해야지


높은 음을 진성으로 안부르고 가성으로 불렀다며!!! 내가 너무 잘했다며!!!! 칭찬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성악을 했다는 그 때 반장애는 "내가 그랬지? 안기자 칭찬 받을거라고" 라고 하는 걸 제가 들었습니다.


d워어어어어어어ㅜ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ㅓ어어어(사진출처: 픽사베이)

그렇게 저는 제가 노래를 잘 부르는 줄 알았는데, 며칠 후 14살 짜리는 이해하지 못할 희안한 일을 경험합니다.

그 음악선생은 합창단을 이끄는 선생이기도 했는데, 그 때 '소리를 빽빽 써가며' 고음을 불렀던 우리 반의 ***이를 합창단원으로 데려간 것이었습니다. 저한테는 전혀 그런 제의가 없었고요.


14살짜리가 느끼기에도 그 음악선생은 절 보기를 매우 민망해 했습니다.


그 ***이의 엄마는 치맛바람이 무지 거센 것으로 유명했고, ***는 전교 1~2등을 다투는 애였습니다. 그 때 제가 무슨 생각을 했냐면


"아니 칭찬은 날 해놓고 왜 쟤를 합창단원으로 데려가지?"
"또 쟤네 엄마가 최고점 못받았다고 난리쳤나?"
"아니, 그래놓고 나 보기를 민망해 하는건 뭔 상황이지?"


이 사건도 불공정했던 일화라고 부를 수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생생한 걸 보면...여간 충격이 아니었나 봅니다.


그리고 ***는 고려대에 입학했다는 이야기를 훗날 듣습니다...연대였나? 아니, 고대 맞는거 같습니다.


요즘 사회에서 가장 핫한 인물도 고대 출신이라면서요...바로 조국 전 정관의 딸입니다...


정치적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지만, 이건 정치인의 이야기일 뿐이지 정치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는 이 사건에 화가 났습니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이 사회의 불공정한 시스템에 화가 났습니다. 짜증이 났습니다.


엊그제는 미슐랭 스타를 부여하는 미쉐린 간담회에 다녀왔습니다. 미쉐린 스타를 부여하는데 브로커가 움직였다는, 뒷돈이 오고갔다는 KBS의 단독보도가 나온 직후 열린 행사였습니다. 현장에서 미쉐린 관계자는 절대 그런 일은 없다고 한 20번은 얘기했습니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324906&ref=A


그리고 엠넷 '프로듀스101'는 죄다 조작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내 100원 내놔 험한말하기전에


https://www.ytn.co.kr/_ln/0103_201911141622558404


너무 질령이 납니다. 동서고금 가리지 않는 이 불공정한 시스템에.


개인의 노력보다 운이(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결과를 크게 좌지우지 하는 이 사회에서 저는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고민이 많이 됐습니다.


엄청난(?) 대학에 입학했다, 대기업 또는 공기업 또는 전문직이다, 등등이 과연 그 사람을 얼마나 설명해 줄 수 있을지 그건 판단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물론 공부하지 않으면 좋은 대학에 입학할 수 없고, 취업 공부를 빡세게 하지 않으면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없지만 그보다 개인의 배경이 너무 많은 작용을 하는 것 같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모든 이들이 좋은 대학에 갈 수는 없습니다. 배경이 뒷받침 돼야 합니다. 부모 뿐 아니라 선생들,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의 수준 등 모든 것이 작용하기 마련이고 지금 사회에서는 이런게 더욱 심한 것 같습니다.


자꾸 인간미를 찾게 되는 게 이런 이유일까요. 내세울 것 없지만 그냥 열심히, 성실히 살아온 사람들이 더 매력적이고. 자기가 어디 산다, 뭐 타고 다닌다 이런걸 자랑하지 않는 사람이 제눈엔 더 훌륭해 보입니다.


어차피 결과는 배경이 결정한다는 비관론에 빠지지 않고

'그래도 해보겠어'라는 삶의 태도를 지닌 사람이

진짜 위너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그 음악선생과 ***에게 전하지 못한 진심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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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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