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버터칩은 쇼크였다

by 안기자

예전에 유통부에서 근무했던 적은 있지만 산업부에서만 햇수로 5년을 일해 다시 돌아온 유통부가 아직도 가끔 낯설게 느껴집니다. 그 중에서도 식품 업계는 처음 출입하게 됐는데 여러 특징이 보였습니다. 너무 재밌고 신나보이는(?) 업계이긴 하지만 1. 굉장히 보수적인 문화를 지녔고 2. 신제품이 나오기는 하지만 스테디셀러가 업계를 먹여 살리고 3. 그래서 다른 산업군보다는 천천히 어떻게 보면 느긋하게 흘러가지만 4. 이물질 같은 이슈가 터지면 박살이 나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2014년도에 나왔던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은 아직도 회자될 만큼 충격적인 제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신정훈 해태제과 대표이사 사장이 쓴 <허니버터칩의 비밀>을 이제서야 읽게 됐습니다. 자화자찬의 내용이 많긴 했지만 ㅋㅋㅋ 충분히 그럴만 했고 금세 읽을 만큼 흥미로웠습니다.


읽고 식품 초보 기자의 몇가지 개인적인 소회를 기록합니다.


1. 허니버터칩은 쇼크였다


허니버터칩 나무위키 캡처.jpg 허니버터칩 나무위키 캡처

농심은 새우깡, 오리온은 초코파이, 롯데제과는 빼빼로, 해태제과는 맛동산. 이 외에도 유명한 과자들이 많긴 하지만 신제품이 나왔다가 어느새 안나오는 걸 보면 꾸준히 사랑받는 과자를 만든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 같습니다.


책을 읽어보니 당시 SNS마케팅 같은 것도 전략적으로 안했다고 하더라고요. 순수히 입소문만을 탈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당시 허니버터칩은 여러 개 과자로 묶어 파는 등 끼워팔기로 매대에 등장하면 그나마 다행이었고 아예 구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해태제과 기자실에 가면 있대'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헛소문이었습니다. 책을 읽어보니 직원들도 구경하기 어려웠고, '부정적'인 방법으로 유통되면 큰 일(!)나는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2. 트렌드를 만들었다

허니버터칩의 인기는 식었지만, 허니버터 시리즈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예 초콜릿 과자 처럼 익숙한 맛이 돼 버려 허니버터 관련 과자는 여전히 대형마트나 편의점 매대에 가득합니다. 해태제과는 '허니버터칩'에만 머물지 않고 '허니통통' 등 관련 제품을 꾸준히 출시했는데 아주 적절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AKR20180404049400030_01_i_P2.jpg 출처: 해태제과


3. 5년째 계속 생산되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어쨌든 5년 전의 선풍적인 인기는 아니지만 '신기루'라고 표현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5년째 계속 출시할 수 있는 과자 자체가 별로 없으니까요.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6101116380189375&outlink=1&ref=https%3A%2F%2Fsearch.naver.com


책 219페이지에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과자 시장은 패드와 패션이 명확하게 갈리는 곳이다. 판매량 상위권을 차지하는 제품들은 대부분 평균 나이가 30세 이상이다. 해태의 제품들로 국한하더라도 1945년생인 '연양갱'은 무려 70세이고, '에이스' '맛동산' '사브레' 등도 70년대 생으로 30세가 훌쩍 넘는다.
이런 쟁쟁한 제품들이 상위권에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신제품이 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기란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신제품은 성공하기도 힘들지만, 성공한다 해도 오래갈 확률이 아주 낮았다. 신제품이 순위권에서 머무는 기간은 보통 한두 달, 길면 석 달, 아주 길면 6개월 정도였다.


'허니버터'라는 맛을 아예 한 부문으로 정착시킨 제품이라는 의미에서 기념비적인 제품인 점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아 식품업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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