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BTS·아무노래가 싫으면...

고독한글

by 안기자

최소 아버지의 아버지 대부터 잘 살았던 분과 영화 기생충에 대해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분은 '캬~ 그 영화 진짜 잘 만들었어'라고 평가했습니다. 자본주의의 민낯을 배려없이 들춰낸 이 영화는 지상 중에서도 높은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참 잘 만든 영화'라고 소비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제가 아는 단어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꼈습니다.


PYH2020021005470034000_P4.jpg 출처: 연합뉴스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기생충은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시상식에서는 이미경 CJ 부회장이 책임 프로듀서의 자격으로 올라 수상 소감을 전했습니다. 알보고니 CJ 쪽이 꽤 많은 서포트를 해줬다고 합니다. 문화도 결국 자본 없이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걸 비판할 마음은 1도 없지만, 그 영화가 기생충이라는게 굉장히 역설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기생충 열풍이 불 때 저는 '이러다 말겠지' 싶었습니다. 이 영화가 싫은 사람이 설마 나 뿐일까 싶었거든요. 지난 글에서도 썼지만 기생충 마지막 부분 노숙자 관련 TV 뉴스 장면에서 저는 학을 뗐습니다. 지금 설마 교훈을 주려고 하는건가? 싶었거든요. 봉 감독의 수상 소감 중 '우리가 공생을 하는지 기생을 하는지 생각해보자'는 취지의 멘트도 저는 참.. 네...


모두가 기생충에 대한 찬사를 쏟아낼 때 저는 그렇게 하지 못하니 참 외로웠습니다 ㅠㅠ 주류에 속하지 못할 때는 이렇게 고독하구나. 솔직한 감정을 말할 때는 평소보다 더 눈치를 봐야 하는구나.


또 하나.


저는 기생충에서 다들 이정은 배우에 주목할 때도 갸우뚱했습니다. 저는 장혜진 배우가 훨씬 인상적이었거든요. 그런데 장 배우를 언급하는 관객은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이후에 갖가지 CF도 이 배우가 훨씬 많이 나오더라고요. 정~말 외로웠습니다.


또 있습니다. ㅋㅋㅋㅋ되게 많네....


제목 없음.png 인스타에 '아무노래챌린지' 해시태그를 검색했더니..

저는 요즘 가수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가 뭔지 이해가 잘 안갑니다 ㅠㅠ 솔직히 노래가 좋은지도 정말 모르겠는데, 인스타그램만 키면 다 저 영상이니 외딴방에 와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나만 아무 감흥 없는 거야? 또 나만?


며칠 전 저보다 좀 더 나이가 있으신 한 여자분과 방탄소년단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참 세련돼서 제가 좋아하던 분이었는데 그분이 대화 말미에 BTS에 대한 이야기를 어렵게 꺼냈습니다. 사실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노래들이 하나도 안들린다(공감이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언급이 저는 굉장히 반가웠습니다. 맞아. BTS가 난리지만 전부다 좋아하는 건 아니었어. 사실 저는 BTS를 좋아하지만 그 분 앞에서 티내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티내지 않았기에 솔직하게 말씀하신거겠죠. 아, 이 분도 고독하셨겠다...ㅋㅋㅋ


제 시각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고 훌륭하다고 여기는 것과 자주 빗나갑니다. 당연히 제가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남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하지만 주류의 반대편에 서는 건 무척 외로운 일이네요. 언젠가는, 일시적이라도 제 시각도 보편적인 인식이 되는 순간이 있음 좋겠습니다.


wolf-1341881_1920.jpg 픽사베이에 '외로움'을 검색했더니 나온 사진...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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