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가 된 재벌 2세를 보며

일기장

by 안기자

기업을 출입하다 보면 오너가 2~3세들의 기사를 많이 쓰게 되고 이야기도 듣게 됩니다. 가장 이미지가 좋은 사람은 LG그룹의 구광모 회장(LG는 세대교체가 빨리 돼서 벌써 4세). 가장 나쁜 사람은 말하지 않겠어. 무서우니까.


얼마 전에 특이한 보도자료를 받았습니다. 모 기업 오너의 딸이 배우인데 이 사람이 취미로 유튜브도 하더라고요. 유튜버로서 관련 회사와 계약도 체결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나는 기자니까^^ 출입기자면^^ 무슨 내용인지 확인은 해야지^^


AㅏAㅏ..... 정말 엄청난 해맑음과 애..애교??에 잠시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 순간 제 정체성은 '안기자'가 아닌 '소시민 안모씨'로 바뀌었습니다.


부자를 검색했더니 이게 나옴

부잣집 자제들은 성격이 좋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럴 것 같습니다! 부족한 부분이 없기에 특별히 화내거나 깎일 일이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의 기사를 몇 개 검색해 봤는데 TV 프로그램에도 많이 나왔고 '주식부자'로 언급이 많이 됐습니다. 그 사람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내가 가진 돈이 얼마인지 잘 모른다'


드디어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저도 제가 가진 돈이 얼마인지 잘 모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코스피, 코스닥, 나스닥, 환율 다 엉망진창인데다가 얼마 전에는 거래를 못하도록 막는 사이크카까지 발동했다고(이거 정말 오랜만에 보는 뉴스였습니다) 하는데...제가 얼마 안되는 돈을 펀드에 투자하고 있었거든요.


은행 잔고를 확인하면 너무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 아예 확인도 안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진 돈이 얼마인지 모릅니다.


좀 고지식한 제가 적금만 붓는게 아니라 펀드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아빠 덕분이었습니다.


제가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2012년, 아빠는 제가 입사를 하고 첫 월급을 타자 본인이 알고 있는 펀드매니저를 만나게 했습니다.


저는 그 때 지금보다도 더더 적은 연봉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투자 같은거 할 돈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아빠는 만나서 얘기를 들으라고 했습니다.


그 펀드매니저는 저보고 월급의 70~80%는 저금하라고 했습니다. (말도 안되는 얘기 입니다....)


그렇게 저는 귓등으로 흘려들었지만 어쨌든 이후 펀드에는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아빠는 저에게 물려줄 건 없지만, 스스로 돈을 모으고 불리는 능력을 키우길 바랐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방법이라도 알려주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그 깊은 뜻을 8년이나 지나야 조금 깨달았네요.



아빠와 저는 정말 자주 싸우는 부녀지간이었습니다. 아빠는 저보고 맨날 경거망동 ㅋㅋ하지 말라고 했고 저는 그럴때마다 더 경거망동하게 맞섰습니다. 경거망동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냐며 ~~


하지만 결정적일 때 도움을 주는 사람도 아빠였습니다. 고등학교 때 한 영어선생이 저를 부당하게 혼낸 적이 있었습니다. 그 여자 영어선생은 여학생들 뺨 때리는 게 취미였습니다. 지금 같으면 당장 짤려야 했는데...아쉽.. 암튼 제 뺨을 때린건 아니지만 이상한 이유로 혼을 냈고, 집에 가서 얘기하니 아빠가 가만두지 않겠다며 엄청 화를 낸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저는 '내가 진짜 잘못한건가' 헷갈렸었는데 아빠 반응을 보고 자존감이 다시 세워졌습니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니고 이상한 선생한테 걸린 거였구나.


여기까지 생각하니 눈에서 물이 날 것 같고 집에 가서 아빠를 봐야되나 싶지만 마음만 간직하겠습니다. 집에 가면 또 저보고 경거망동 하지 말라 그럴 거 같아서요...


재벌의 삶이 나쁠게 뭐가 있나 싶지만 그렇지 않은 삶에도 장점은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성취감이라고 생각합니다. 풍족하지 않기에 노력해야 하고 그 대가로 무언가를 얻어냈을 때의 자기 효능감 등은 제가 부모님께 얻은 재산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휴..너무 멋진 말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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