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일상으로 되돌아 갈 수 없다면(코로나19)

by 안기자

어제 하루 종일 집에만 있다가 도저히 안될 것 같아 마스크를 끼고 나갔습니다. 날씨가 너무 화창했고, 사람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올 때 쯤 연합뉴스 속보가 울렸습니다. 야외활동은 2m 거리두기를 하면 안전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요즘 연합뉴스 속보가 너무 많이 울려서 지칩니다.


제가 다니던 크로스핏 박스는 4월 첫째주까지 문을 닫는다고 했습니다.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됐습니다. 그러면, 4월 첫째주 이후에는 우리는 일상을 조금씩 찾을 수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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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마음으로 코로나19 뉴스를 찾아 헤메던 중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및 인천사랑의료재단 이사장의 글을 보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전혀 다른 일상을 맞이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긴 글이지만 한 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감염병 시대의 '뉴 노말'을 준비해야 한다.
코로나19의 판데믹 사태는 1918-19년 스페인 독감 이후 100년 만에 돌아온 문명사적 전염병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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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산책을 좋아했습니다. 따로 운동을 못한 날이면 한강변에서 야경을 보고 와야 속이 시원했습니다. 약속이 없는 주말에는 하늘공원에 가거나 정말 무료한 때는 남산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KakaoTalk_20200322_233348440.jpg 언젠가 남산에서 찍은 서울의 한낮
KakaoTalk_20200322_233026758.jpg 초미세먼지 지수가 4였던 날의 한강. 그러나 마스크를 껴야 했다.

오늘도 산책을 하긴 했지만 마스크를 끼고 나가면서 사람과 부딪히지 않으려고 애쓰고, 김밥을 먹는데 이것도 왠지 찝찝하고 도저히 옛날의 그 산책이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일상이 무너지는구나. 그리고 옛날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구나. 병의 발원지인 중국이 어이가 없고 시진핑이 돌아다니면서 머리 숙여 사과라도 해야 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합니다.


물론 약 한 달간 재택근무를 병행하면서 좋은 점도 발견했습니다.


전화를 너무 많이 하는 업무 특성 상 재택이 굉장히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일의 능률이 오르고 스트레스도 덜 받았습니다.


그리고 집밥을 굉장히 많이 해먹게 됐습니다.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저에게는 즐거운 순간이 늘어난 거죠. 내 공간에서 아침, 낮, 저녁을 보내는 건 거의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낮의 내 공간은 낯설기도 하고 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엄마아빠 건강은 이상 없는지, 동생은 괜찮은지, 지척에 사는 할머니는 괜찮은지. 걱정을 달게 됐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코로나19에 걸리면 응원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지'라고 다짐해 놓고, 회사에 갔을 때 누가 기침이라도 하면 신경이 바짝서는 제 모습이 이율배반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옛날처럼 오뎅바에서 깔깔대며 놀고 싶다. 다시 크로스핏 박스에 가서 몸치 인증하고 싶다. 마스크 벗고 한강변을 돌아다니고 싶다. 기자실에서 옆에 앉은 기자가 큰 소리로 통화하면 속으로 욕하면서도 다 듣고 싶다. 기자실 가는 길에 있던 백화점. 그 본점의 샤넬, 미우미우 쇼윈도가 바뀔 때마다 눈을 반짝이면서 쳐다보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 백화점 꼭대기에 있는 면세점을 취재 차 돌아다니면서 중국인들 사이에 껴 있던 그 때가 다시 올까. 한동안 해외여행을 못갔지만 맘만 먹으면 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맘먹는다고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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