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은 어디에서 사는가

롯데면세점 전 대표가 쓴 <면세점 이야기>를 읽고

by 안기자

몇년 전에 유통부에 있었을 때는 명품에 노관심이었습니다. 그 때는 온라인몰을 집중적으로 취재하기도 했고, 명품이고 나발이고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아주마니 산적해 있었거든요..ㅠㅠ


유통부에 다시 돌아왔을 때 저는 몇년 전과 조금 달라져 있었나 봅니다. 백화점을 돌아다닐 때 명품 매장 쇼윈도를 미친듯이 째려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그제야 백화점과 면세산업의 구조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명품이 아니면 돌아갈 수가 없는 구조였습니다.


사람들은 명품을 왜 사고 싶어할까요. 예뻐서..? 루이비통의 현란하고 복잡스런 모노그램도 예쁜가요...? 명품은 나름의 스토리를 포함해 디자이너의 명성을 보유하고 있는데 내가 가방 하나를 살 때는 그 가방만 사는게 아니라 해당 브랜드 스토리에 참여하게 되는 것 같은 환상을 얻게 됩니다. 특히 샤넬은 백 하나만 들어도, 신발 한 켤레만 신어도 '샤넬룩'이 완성되니 더 여성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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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너무 비싸요. 샤넬 클래식백이 700만원이랬나, 800만원이랬나. 이게 세일은 커녕 시간이 지날 수록 값이 더 올라가니 갖고 싶은 마음은 더 간절해지면서 동시에 더 멀어지는 거죠.


이걸 어느정도 해결해주는 게 면세점입니다. 면세점은 세금을 빼는 그 구조상 적어도 10% 이상은 가격이 빠지니까 너무 매력적인 공간입니다.


1980년 호텔롯데에 입사해 2008~2012년 롯데면세점 대표를 맡았던 최영수 전 대표가 쓴 <면세점 이야기>를 읽기 전에는, 아무래도 예전에 쓴 책이라 현재의 면세점 산업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겠다 싶었는데 그럼에도 재밌었습니다. 명품 유치 과정이 적혀있는데 어느 홍보팀도 얘기해줄 수 없는 스토리가 담겨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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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최영수 대표가 쓴 책을 보면 샤넬, 에르메스, 불가리, 티파니, 등등등 대부분의 명품이 롯데면세점에 들어오게 되는데 이 과정이 정말 재밌습니다.



특히 불가리를 들여올 때는 담당자한테 '밥이나 사줄테니 먹고 가라'는 홀대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식사 자리에서 권투 얘기로 친해졌다고 하네요. 최 전 대표가 권투선수 출신이라고 합니다. 이 부분에서 감동을 많이 받았습니다. 당연히 불가리는 성공적으로 오픈했습니다.


우리나라 명품 산업의 확장은 면세점이 정말 많은 힘을 보탠 셈입니다.


뿐만 아니라 한류 붐에도 면세점이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취재하다 들은 얘긴데, 면세점 모델은 왠만한 아이돌들은 꼭 하고 싶어한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본인 얼굴이 걸리니 돈이 문제가 아니라고 여긴다네요.


다 읽고 나서는 씁쓸했습니다.


지금 코로나19의 직격탄을 가장 먼저 맞은 곳이 면세업계 입니다. 한 때는 '황금알을 낳는 산업'이라며 너도나도 뛰어들었지만 한화, 두산 같은 대기업도 '못하겠다'고 두 손들고 나갔습니다. 롯데, 신라는 지금 김포공항점을 닫았습니다. 들어오는 관광객도, 나가는 내국인도 없으니 당연히 면세점 매출은 지금 바닥입니다.


동시에 최근에 인천공항 면세 입찰이 마무리 됐는데 제가 보기에는 좀...너무하다 싶었습니다. 인천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면세 매출이 잘 나오는 곳이고 상징적인 곳이라 다들 들어가려고 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들어가면 정작 적자입니다. 적자임에도 일단 그냥 들어가는 겁니다. 인천공항은 이 상황에서도 대기업이라며 임대료는 안내려준다고 하네요. 한 산업군을 만들어내는 업체들을 이렇게 대우해도 되나 싶습니다.


책을 읽다가 최 전 대표가 출간 당시 기자간담회를 했길래 좀 찾아봤습니다. 느끼는 점이 많아 관심있는 분들은 보시면 좋겠습니다.



https://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1&aid=0006528305


"면세점은 중소기업이 절대로 할 수 없는 사업입니다. 정부의 면세점 사업권을 중소기업에게 주려는 정책은 잘못됐습니다."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인천공항의 한국관광공사 면세점 자리와 김해공항 면세점이 계속 유찰되고 있는 점 역시 같은 이유로 비판했다.

그는 "워커힐면세점의 경우 재계 3위 SK그룹 계열이지만 '빅브랜드' 매장이 거의 없을 정도로 명품 브랜드 유치는 힘들다"며 "게다가 재고 부담까지 있어 중소기업엔 무리"라고 덧붙였다.


이어 "면세점이 세수와 관광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 많다"며 "관련 부처와 국회가 나서 면세점을 포함해 관광산업 분야를 묶어 산업 공동체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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