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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NCR May 29. 2023

재능 없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

40대의 길거리 농구 ep.1

 세상 모든 일은 일단 재능이다. 아마 성인인 여러분들은 다들 눈치챘을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하라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잘하는 것을 좋아하게 되어있다. 관심이 가는 것이라도 몇 번 하다가 잘하지 못하면 금방 흥미를 잃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별 흥미가 없던 것이라도 재능과 적성이 맞으면 재미를 붙여서 금세 실력을 늘리기도 한다. 정말 재수 좋게도 나에겐 공부가 그랬던 것 같다. 시험에서 점수를 적당히 높게 내는 데에는 꽤나 솜씨가 있었다.

 Allen Iverson(앨런 아이버슨). 2016년 NBA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하지만 살다 보면 가끔 정말 잘하고 싶은데 정말 재능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꽤나 난감하다.

 나에게는 농구가 그랬다. 일단 키가 작다. 아침이면 170cm 이상이다가 저녁이면 그 이하로 내려간다. 비교적 팔도 짧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손이 작다. 보통 여자 손 정도 될 크기이다. 큰 공을 다루는 농구에서 작은 손은 큰 단점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운동 신경은? 체력장에서 2급 이상을 받아본 적이 없다. 아무래도 농구를 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재능인 것이다. 아니, 농구는 신장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것이니 나도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아니다. 투지 넘치는 근성, 승부욕과는 어릴 때부터 거리가 멀었다. 미친듯한 기술과 운동능력으로 NBA 전설의 반열에 올라간 단신(그래도 당연히 180cm이 넘는다) 가드가 키작남들을 위로하기 위해 억지로(?) 만든 저 문구마저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쩌다 농구를 정말 좋아하게 돼버렸다. 기회만 있으면 농구를 했지만 나는 거의 팀에서 못하는 축에 속했다. 아마 그 ‘재능’ 때문인지 자주 해도 좀처럼 실력이 늘지 않았다. 좋아하고 열심히 한다고 해도 잘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게 세상에는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농구는 팀 스포츠다 보니 혼자 못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내가 못하는 그 모습을 항상 남들과 공유해야 한다. 나는 단점이 드러나더라도 넉살 좋게 같이 어울리는 E형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 못할 때마다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게임이 끝나면 항상 뭔가 아쉬움과 부끄러움이 밀려오는 것이다.

 대학 때 다른 학년들과 함께 자체적으로 농구 대회를 연 적이 있었다. 팀도 여러 팀을 만들었지만 나는 매일 같이 하는 멤버였음에도 불구하고 대회 멤버로는 나가지 못했다. 내 실력이 뻔하기 때문에 끼워달라 말할 용기도 안 났다.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도 난 그 대회를 구경했다. 농구코트 구석에서 친구들을 부러운 눈으로 지켜보았다. 농구공을 탕탕 튀기면서.

  잘하고 싶고 좋아하는 것을 잘 못한다는 것. 열심히 해도 잘 안 되는 것. 아무래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난 그냥 농구를 계속했다. 잘하든 못하든 실력이 늘든 늘지 않든 그냥 계속 농구공을 들고 코트로 나갔다. 좁고 낮은 골대가 있는 아파트 구석이든, 사람이 오지 않는 낡은 코트가 있는 대학이든 그냥 드리블이 하고 싶고 슛을 하고 싶으면 공을 들고나갔다. 잘하고 못하고, 재능이 있고 없고의 개념의 한참 위에 난 농구를 좋아한다는 그 사실이 있었다. 그건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내 마음이자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난 잘하려고 노력했다기보다는 그냥 좋아해서 계속했던 것이다.

 그렇게 40대가 되었다. 난 동네에서 드리블 꽤나 치는 아저씨가 되어있었다. 같이 게임을 뛴 대학생이 나에게 물었다.  “잘하시네요. 혹시 농구한 지 얼마나 되셨어요?”. 나는 대답했다. “아주 오래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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