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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NCR Apr 19. 2021

40대 꼰대들의 착각.

 얼마전 김도훈 작가의 책에서 인상적인 글을 읽었다. X세대 꼰대들의 이야기 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5.60대 꼰대들 보다 40대인 X세대 꼰대들을 더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항상 쿨한척 하며 진보적이고 리버럴한척하는데, 그게 더 꼴보기 싫다는 것이다. X세대와 밀리니얼세대의 사이, 1980년에 태어난 '40대 꼰대'로서 순간 뭔가를 깨닫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우리 세대와 달라진 '젊은 세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왜 진보적이어야만 할것 같은 젊은 세대들이 우리보다 더 공동체를 중시하고 보다 보수적인 성향을 띠게 되었는가.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같은 책이나 몇가지 글에서 읽은 바로는 지금 까지의 어떤 세대보다 경제적 생존경쟁(단순히 먹고 사는게 아니라 그들안에서의 상향평준화된 기준이 있다.)에 시달리는 세대로서 어릴때 부터 그러한 경쟁을 겪다보니 다른 가치보다 경제적인 성공 그리고 그 룰 안에서의 공정성에만 집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경제적 성공을 강하게 열망하고 성공한자들을 동경하는 세대이면서도, 그 성공에 부정이나 거짓이 있다면 더 분노하는 세대인 것이다.

극중 송강호는 열차 밖으로 나가는 선택을 한다.

 여기서 '40대 꼰대'로서 단순히 드는 의문은 왜 시스템을 의심하지 않는가 하는것이었다. 결국 그 시스템 안에서 경쟁해봐야 승자와 패자는 나누어 지고 불공정은 끝이 없을 것이라는 '꼰대같은' 생각말이다. 40대들이 열광하는 '50대 영웅'인 봉준호 감독이 만든 설국열차는 결국 그런 이야기가 아니던가 하면서 말이다. 강자들은 결코 기득권을 내놓지 않을 것인데 그 안에서 발버둥치는 것이 큰 의미는 없지 않은가 하고 말이다. 조금은 20대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이번 보궐선거에서 40대와 20대들간의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어쨋든 그 차이는 집고 넘어가야할 만큼 명확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그들과의 차이점에 대해, 그 발생 원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 10대 20대 시절 스스로를 진보적인 성향으로 이끌었던 가장 큰 감정은 '억울함' 이었던것 같다. 내 어린 시절의 풍경은 나와 같은 또래인 윤종빈 감독이 만든 '범죄와의 전쟁'에 잘 드러나있다. 사실, 논리, 실력 이런것 보다 돈, 인맥, 권력, 직위가 훨씬 더 중요한 시대 그리고 나이 상하만으로도 위계가 확실하던 시대였으며 그런것이 거리낄 것이 없던, 아니 오히려 떠벌리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어린이, 학생 시절이라도 그러한 기운을 느끼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던 것 같다. 선생님, 싸움 잘하는 놈들이 항상 군림했고 폭력이 아직 만연했고 그나마 공부 잘하던 학생은 살만한 그런 세상. 어린 놈들, 없는 놈들, 약자들은 뭔가 항상 억울했고, 언론의 자유도 보잘것 없던 시절이었으니 개인의 개성, 표현의 자유도 억압되어 있었고 다수가 소수를 무시하는 분위기도 지금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지 싶다. 경찰이 범죄 용의자를 다그치다가도 용의자가 '너거 서장 남천동 살제, 내가 너거 서장이랑 임마 밥도 먹고 어! 사우나도 가고 어!' 하면서 경찰 따귀를 때릴수 있던 시절. 여종업원 정도는 쉽게 성추행 할 수 있었던 시절. 그러니 뭔가 항상 억울해서 그냥 약자거나 소수면 무조건 착하고, 강자면 무조건 나빠보이던 느낌이 있을 정도였다.

 2.30대를 거치면서 그런 사회적인 분위기는 상당히 변해있었지만, 여전히 세상을 보는 시각 자체는 어릴때 체화된 것이라 그런지 크게 변하지 않고 40대가 되었다. 그리고 민주화가 점점 되어가고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넓어진 것들이 마치 우리 40대들이 같이 만들어간 유산같은 느낌이 있어서 그 성향은 더욱 더 공고해 진게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 20대들의 어린시절은 어땟을까. 그들은 아마도 그렇게 억울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 시스템 곳곳의 부정부패나 갑질들이 여전히 많았겠지만, 나 어릴때 처럼 그런것들이 세상을 당연히 지배하던 시절이 아니라 언론의 고발로서 질타를 받기 시작하던 그런 시기였다. 약자도 용기있고 뜻이 있으면 어느 정도 할말 할 수 있을만한, 그러니까 꽤나 민주적이고 공정한 사회였던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집중하는것은 당연히 당면한 경쟁과 경제 문제일 수 밖에 없던 것이 아닐까. 정의, 공정을 외치는 진보 진영의 말들이 마치 그냥 뜬 구름 잡는 소리마냥 들릴 수 있는 것이다. 왜, 세상살이 자체는 딱히 억울하지 않으니까. 금수저들이 부럽기는 하지만, 잘 지키기만 한다면 룰은 꽤나 '공정한 편'이니까. 그래서 반칙 쓰는 인간들 정도만 경멸할뿐이다. 민주주의, 공정, 정의가 과거에는 정말 약자들을 위한 구호들이었다면 이제는 노력 안하는 놈들 징징 거리는 소리이거나 혹은 다가진 잘난척 심한 운좋은 40대 꼰대들의 위선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역사의 퇴보를 걱정하던 40대 꼰대들에게는 꽤나 희소식이 아닌가. 이미 세상은 우리가 꿈꾸던 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꽤나 공정한 세상인 것이다. 20년 사이에 이런 커다란 생각과 시선의 갭이 생길만큼 좋게 세상은 변했다는 점. 이미 세상은 꽤나 정의롭구나.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수적으로 흘러가는 20대들의 성향을 걱정하는 자체가 우리의 큰 착각이거나 말 그대로 꼰대적인 성향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정작 걱정해야 할 것은 우리가 느끼는 부조리를 그들은 모른다는게 아니라 우리가 그들의 절망감을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번 여유있게 마음을 먹고 20대들의 여러 이야기들을 들어보고 싶다. 꼰대를 벗어나려면 일단 듣는 것에서 부터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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