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gal Jul 30. 2021

해맑음의 독

내껀 보기 힘든데 남의 것은 잘 보인다

#1.


회사 내 여성들 대상으로 하는 네트워크 버츄얼 모임이 있어 참석했다. 마침 소그룹이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자기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이 있어 나도 내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에서 자랐고 유럽에서 일을 하며 살면서 여성+아시안으로서 좀더 assertive 해져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많이 든다고 공유했는데, 해맑은 진행자 백인 여성이 너무 fit in 하려고 하지 말고 be yourself 하라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리고 다른 백인 여성들이 너무 중요한 이야기라며 맞장구를 치며 나는 덧붙일 겨를 없이 콜이 끝났다.



#2.


여행이 취미고 여행을 많이 다녔다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생겼다. 더 이상 내 취미가 여행이라고 말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3.


환경문제와 지속가능성에 관심이 많다면서 저개발국가를 착취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기업의 제품을 주기적으로 구매한다고 당당하게 말할 때의 당황스러움. 나도 완벽하지 않아 할 말이 없지만 그렇다고 저렇게 이중적일 필요는 또 없지 않나 싶고.



#4.


내 머릿속도 꽃밭이었던 적이 있어 (지금도 가뭄이지만 대지의 용도는 꽃밭임) 너무 비난하고 싶지는 않지만, 가끔은 이런 독이 든 상대의 해맑음이 지나가다 재수없어 맞는 돌보다 아프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해맑을 때가 참 좋았는데 막상 그 허물을 벗고 보니 한없이 이상하다. 그렇다고 믿는 사람에게 괜히 찬물을 끼얹는 것도 내가 에너지가 있을 때에나 가능한 일. 나는 지금도 어떤 꽃밭에서 누군가에게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독침을 쏘고 있을까 걱정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집 보러 오는 사람들 구경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