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nt와 연말
크리스마스가 의미하는 바를 사랑하고 아드벤트에 진심인 나는 또 이렇게 분위기에 휩쓸려 바쁜 삶을 살다가 자신과의 약속을 또 어기고 말았다. 그래도 이번 2+2주는 매우 알차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기 때문에 덜 민망하다 (갑자기 당당해짐...).
내 살림살이를 기억하는, 떠돌이 삶마다 만났던 친구들이 집에 다녀가고 나도 놀러가고 다시 연락을 하면서 우연찮게 지난 4주 동안 각 도시에서의 기억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창이 예뻤던 작은 기숙사에 초대해 스파게티를 같이 해먹던 인연, 그 기숙사가 철거되기 직전 논문을 회사에서 쓰게 되면서 급하게 이사를 해야 했는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날 룸메로 받아주어 같이 한 달을 살았던 인연, 외국인에겐 더욱 혹독한 연말에 날 초대해 주어 그 친구들과 가족과 함께 보낸 경험이 있는 인연, 한적한 시골 혼자 살기엔 컸던 집에 놀러와 아름다운 스웨덴 여름을 같이 즐겼던 인연, 락다운 중에 집도 안 보고 이사한 집에서 가장 외로웠을 순간을 아무렇지 않게 나게 해준 인연까지. 매일 혹은 매주 통화하면서 가장 최근에 나를 빡치게 한 사람이 누구인지 공유한다거나 지나고 보면 기억도 나지 않은 썸 상대와의 짜잘한 에피소드를 공유하는 그런 사이들은 아니지만, 1년을 훌쩍 지나 만나도 그 점들이 흥미롭게 이어져가는 게 충분한 그런 사이들. 해외에 나와 사는 한국인 친구들은 그 시간을 좀더 알차게 산다. 성장해가는 모습도 재밌고 어떤 단계로 접어드는 과정 또한 보기 좋다. 그에 반해 이곳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의 시간은 더디게 간다. 한결같은 모습, 나이나 시간에 쫓기지 않고 그저 자기 방향대로 흐른다. 이건 또 이것대로 재밌다. 한 친구가 "네가 떠나고 나서 크게 달라진 게 없어. 어쩌면 그게 제일 좋은 걸지도 몰라, 요즘엔."라고 말했고 다른 설명이 필요없이 진심으로 공감했다.
가끔 시간이 지나면서 더 이상 공유할 것이 없어지거나 너무 다른 생각을 가져서 대화가 힘들어진 친구들도 주변에 있다. 누군가는 시절인연이라 표현했는데, 이게 참 와닿았다. 나한테 무한신뢰를 주는 한 친구가 있고 서서히 거리감이 들다가 최근엔 한참 멀어진 걸 느꼈는데, 이번에 한국에 가서 그 친구에게 솔직하게 실망하고 거리감을 느낀 부분을 이야기해볼까 아니면 그저 서서히 멀어지도록 둘까 고민 중이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멀어져 있을 동안 그걸 못 눈치챈 거면 이 우정도 지극히 일방적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계속 부모님과 함께 살았고 삼남매였어서 방이 따로 있어도 내 공간이 내 공간 같지 않았고 누군가를 초대하기 쉽지 않았는데, 이렇게 누군가를 내 맘대로 초대하고 시간을 보낼 공간이 있는 게 참 좋다. 가끔 초대를 받아 놀러갔을 때 그대로 묻어나는 그들의 색을 구경하는 것도 좋다. 뭐 대단한 감각이 있거나 대단한 버짓이 있어 아름다운 인테리어를 하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그때그때 가구와 소품을 사던 내가 기억나고 누군가가 기꺼이 줬던 물건들에게서 인연의 흔적을 보곤 한다. 슬픈 사연은 아니어도 풀어나갈 이야기들이, 지금 내 공간엔 잔뜩 있다. 슬프게도 가족들 말고는 아직 한국에서 만난 사람들이 내 공간에 놀러온 적은 없다. 친구들을 초대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술과 음식을 즐기고 음악을 듣고 쓸데없는 걸로 깔깔거리고 싶은데, 그건 언제쯤 가능할지 의문이다.
얼마 전엔 친구의 친구를 만났고, 잠깐이었지만 수다를 떨고 맛있는 걸 함께 먹었다. 그 친구가 돌아가는 길에 친구로부터 '난 egal 맘에 들어' 하고 텍스트를 했다고 - unfortunately gay... 그래, 아직 새로운 사람들 만나는데 문제가 없고, 재미없는 사람은 아니라는 점에 희망을 갖고, 지루하고 갇힌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항상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떠나보내야 하는 인연 끝까지 이어보고자 무리하게 버티지 않고 새로 오는 인연에 충분한 시간을 줄 줄 안다면, 연예인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닌 한 사람으로서 나쁘지 않은 사회적 동물의 삶을 살다 가는 게 아닐까.
커리어를 좀 다각화하고 싶어서 제안이 왔을 때 why not 하고 받아들였던 감사 업무에 드디어 처음으로 투입됐다. 내가 리스크 관리를 위해 개발하고 있는 데이터 분석 및 예측 툴은 내부 고객용이라 상대적으로 고려할 사항이 적은데, 이번에 감사에 들어간 제품은 기본적으로 엄청 특수 관리가 되어야 하는 데이터를 사용하고 잘못 사용되면 큰 문제가 생기는 기관들을 고객으로 두어 감사 과정이 엄청 혹독했다. 감사팀 3명에 거의 30명을 항목마다 불러 질의응답을 하고, 담당자들의 역량이 충분한지 확인하기 위해 빈 화면을 공유하라고 한 뒤 이런저런 질문과 데몬스트레이션을 시켜보는 등 텐션 가득한 2.5일을 보냈다. 감사받는 팀은 내가 보기에도 쉴새 없이 백채널로 대응전략을 세우고 적합한 사람이 대응하게 하는 등 바쁜 것 같았다. 좀 집요한 질문을 리드오디터가 던질 때마다 구겨지는 피감사팀의 헤드 얼굴 구경도 하고, 질문이 어렵든 쉽든 가장 적합한 대답을 제대로 골라내는 각 분야별 리드들로부터 많이 배웠다. 의심이 직업인 사람들, 하지만 결국은 더 무서운 외부기관으로부터의 의심을 막아내고자 철저하게 의심해야 하는 사람들이 내부감사팀 사람들인 걸 알게 되었고, 개인적 성향으로는 많이 불편했지만 내 노트를 본 리드오디터가 재능이 있다고 말해준 걸로 보아 나는 또 이렇게 좋아하지는 않아도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것 같다.
여러 가지 프로토타입을 만들 때마다 딴지를 걸어대던 타 팀 때문에 스트레스를 한참 받았고 좋은 걸 만들어줘도 마치 석기시대처럼 일하고 싶어해서 속이 막 터졌었는데, 드디어 내가 우리 팀과 바닥부터 제대로 만든 프로덕트 하나가 런치 직전이고 가장 까다로운 내부 고객 테스트로부터 좋은 피드백을 받았다 - 이 분 endorsement 하나로 지리산 능선은 넘을 수 있다는 장점. 할 일이 투성인데 매번 너넨 도대체 하는 게 뭐냐고 수동공격을 하고 우리 업무에 아는 척을 하던 미국팀도 드디어 입을 닫았다. 나는 양이나 질보다도 스피드가 강점이다. 예전 대학교 때도 항상 서술형 시험마다 최소 동메달은 해내는 그런 스타일 - 아무도 빨리 써내라고 안했는데 그냥 빠른 걸 좋아하고, 그래서 제법 경솔한 편. 그렇게 빠르고 애자일ㅋㅋㅋ하게 개발해내는데 열매가 안 맺히는 것 때문에 답답하고 혼란스러웠었는데, 드디어 내 직업윤리(구린 거, 체크박스 틱하기 위한 제품, 들으면 우와 하는데 실제 쓸모없는 제품은 만들지 않는다)와 스피드와 수많은 실패의 경험들이 결과물을 만들어내어 기쁘다.
이와 동시에, 하... 새로운 거 하고 싶다 하는 마음이 또 든다. 새롭지 않은 내 변덕은 또 이렇게 새로운 걸 원한다. 개발할 때 0부터 80까지 너무 즐겁고 빠르게 임하고, 80부터 100에 이르는 과정이 너무 괴로운. 돌아오는 주에 상사와 퍼포먼스 리뷰 및 커리어 개발 미팅이 있다. 입사하고 얼마 안 되어 이야기를 나눌 때 지금 조직은 상대적으로 정적이라 어느 정도 개발이 마무리되고 나면 다른 팀으로 옮기는 게 내 커리어에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한 바 있어, 다른 때와는 다르게 끝이 어느 정도 있는 상태에서 완성도를 높여가는 게 내 큰 숙제가 되었다. 이번 챕터는 드디어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지루함을 이겨낼 수 있게 교육도 좀 넣고 다른 재밌는 타 팀 업무도 살짝 넣어보려는 계획.
우연찮게 맘에 남는 두 콘텐츠를 봤는데, 그 메시지가 묘하게 연결되어 있더라고. 다루어진 이야기는 꿈과 현실이라는 상투적인 소재였다.
첫번째는 드림하우스 이야기. 내가 자주 인용하는 유튜버가 미국 온라인 부동산 거래 사이트인 zillow에서 보고 맘에 들어 계속 체크하던 그의 드림하우스를 실제로 보러 가서는 오히려 실망하고 온 에피소드다. 꿈이라고 막연히 부르는 것들을 상상 속에 두고 다양한 가정을 해보는 재미도 분명 있겠지만, 실제로 acting out하고 그게 진짜 내가 꿈꾸던 그것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이야기해준다. 가끔 우리가 드림이라고 말하는 대상들이 있다. 그게 집일 수도 있고, 가방일 수도 있고, 차일 수도 있고, 직업일 수도, 파트너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우리가 착각하는 건, 내가 진짜 원하는 건 그 집이 주는 느낌, 그 가방을 들었을 때의 사람들의 시선, 그 차의 잘 빠진 디자인, 그 직업을 가졌을 때 갖게 되는 자유시간, 상대의 외모인 줄 알았지만 분위기와 패션 센스 같은 것일 수도 있다는 점. 나도 뜬금없이 무슨 의학드라마를 보고 아 나도 의사였으면 좋겠다,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몰입도 높은 직업에 인류에 기여한다는 그 사명감이 좋아보여서였다. 근데 그 두 가지를 놓고 보면 내 꿈의 직업은 딱히 의사가 아니어도 된다. 이렇게 어떤 환상 혹은 꿈들을 파고들어 진짜 욕망을 이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들여다 보니 나 자신보단 타인의 시선이 중요한 욕망이라면 굳이 추구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혹시나 내가 중요하다고 믿는 가치와 상반되는 욕망이라면 그것 또한 필요없어지는 거고. 유튜버가 풀어낸 이야기는 이것보단 가벼운 내용이었지만, 내 takeaway는 이거였다 - 사실 이 점 때문에 이 유튜버 컨텐츠를 좋아한다. 깔끔하게 이야깃거리를 던지고 나는 내 교훈을 챙겨오게 되는 점이 좋아서.
두 번째는 더 크라운의 Moondust 에피소드. 넷플릭스 드라마 크라운은 정말 명작이다. 대부분이 아직까지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고, 그 사람 중 하나가 영국에서 가장 상징적인 사람인데다가, 이 드라마가 그려내는 이야기들이 그리 오래되지 않아 실제도 어떻게 극화시키는지가 참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대사나 스토리라인들이 굉장히 닫혀있는데 (다르게 해석될 여지들이 잘 없다는 의미), 닫힌 상태에서 깔끔하게 흘러가는데 그 흐름에 잘 어울리게 더해지는 대배우들의 연기가 끝내준다. 그래서 정말 재밌고 좋아하지만 몰아서 막 보지는 못하겠는 드라마. 한참 안 보다가 최근에 다시 보고 엄청 와닿은 에피소드가 바로 이거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남편인 필립 경은 원래 파일럿이었고 모험을 사랑하는 그런 사람이었는데, 영국 왕실에 살면서 이런저런 제약이 생기고 자신의 역할이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의 남편일 뿐인 것에 방황을 길게 했다. 그리고 이 전 에피소드에서는 어머니를 여의기도 했다. 그리고 나서는 미국의 달 착륙이 이슈가 되고 그의 지루한 삶에 불을 지피게 된다. 실제 넷플릭스 에피소드 설명에는 중년의 위기로 이를 표현하는데, 내가 보기엔 이건 선택하지 않은 삶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가져본 적 없는데도 마치 가졌다 놓친 것 같은 근거없는 그리움이 핵심이 아니었나 싶다. 그 부분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 바로 이거다.
필립 경의 강력한 주장으로 우주인들과 실제로 만나는 10분을 갖게 되고 (권력이 이런 게 참 좋다), 그 10분을 위해 질문지를 준비하고 어마어마한 경의를 표하고 설레는 마음을 숨기지 못한다. 하지만 그 어마어마하고 특별한 경험을 한 젊은 우주인들은 필립 경이 상상한 것과는 많이 다르다. 그저 그들은 그들 앞에 주어진 업무를 해낸, 왕궁에 들어온 게 그저 신기한 젊은이들일 뿐이다. 아마도 실제 기록대로 재현한 것 같은 이 장면에서 필립 경 연기가 정말정말 좋은 게, 그 상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나오는 쨍그랑 소리가 마치 들리는 것 같아서다. 한번은 다들 경험해봤을 그런 상황.
이 에피소드는 필립 경의 성장을 포커스해 그려졌고 그 점이 작위적이면서도 좋았다. 꿈을 직시하는 과정이 결국은 성장의 과정이고, 그 성장의 과정을 통해 true calling을 찾아가는 것. 아직도 내 꿈이 뭔지 모르겠고 내가 깨부수어보고 들여다봐야 할게 무엇인지 몰라서인지, 이런 결국에는 진짜를 찾게 된다는 이야기가 희망적이어서 좋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그런 스토리였겠지만 나에게 큰 의미를 주는 건 지금 내게 필요한 메시지가 이거여서겠지. 혹시 나와 비슷한 성향이고 현재 비슷한 고민을 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추천하고 싶은 두 에피소드.
한국으로 가는 길이 점점 더 멀고 힘겨워진다. 코로나로 인해 에어트레블이 어려워진 점도 있고, 지금 사는 집이 더 집 같아져서기도 하다. 해마다 더 극단으로 치닫는 국민정서도 그렇고 작고 큰 이슈들이 보여주는 사회의 진짜 모습이 더욱더 견디기 힘들어진 탓도 있다. 자본주의를 풀프론트로 맞고 있는 듯한 서울에 다녀오고 나면, 다양한 방면의 소비를 최대한 줄여가려는 이곳에서의 삶이 지나치게 쭈글쭈글하게 느껴지는 것도 버겁다. 핑계와 한탄과 체념이 베이스로 탄탄히 깔려있는, '알다시피'로 시작하는 대화들도 매해 더 어려워진다. 해맑게 '그래서 지금 너는 그걸 해결하기 위해 무얼 하니?' 같은 질문을 던지지 않기 위해 입을 틀어막아야 할 때도 많다.
좋아하고 나의 일부이기에 이런 복잡한 감정이 들겠지. 평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의 종로, 방학 때의 모교 법학관 옥상, 평일 점심시간의 경리단길, 평일 오후 5시 반의 맥주집, 주말 해질녁의 여의도, 퇴근 시간이 지난 밤의 마포대교는 내가 좋아하는 공간들이다. 원래 인구밀도가 낮은 도시들에서는 절대 없는, 사람이 많았다가 없어진 때의 공간들이 나에게는 특별한 서울의 모습이고 가끔 그곳들이 그립다. 엄마가 해주는 비빔국수와 김치전, 아빠가 해주는 골뱅이무침도 좋다. 괜히 어설프게 내가 직접 해먹지 않는 음식들. 심심한 간들이 일품인 오래된 음식점들도 생각난다. 커피는 그냥그냥 하지만(하기 때문에,가 더 맞나?) 유난히 사람이 없는 카페들도 좋고, 커피가 엄청 맛있는데 사람 많은 시간은 피해야 하는 카페도 기억난다. 물론 맛이나 공간과 상관없이 친구들과 나누는 주제를 널뛰기하는 대화도 좋다.
너무 좋아서 불편하고 불편한데 그래도 싫어할 수 없는 그런 곳이 나에겐 한국이다. 그곳으로 향하기 위해 2주 전부터 과일과 우유, 금방 먹을 간식 아니고는 장을 안 보고 있다. 선물이라기보다는 보부상 느낌으로 이것저것 부모님의 최애용품들을 사모았다. 사놓고 100% 만족하지 않은 옷들은 언니나 엄마한테 줘야지 싶어 챙겨두었고, 어디에든 잘 어울릴 앵클부츠를 신고 가고 운동화 하나를 골라두었다. 이 운동화도 언니 주고 오든지 집에 두고 오든지 해야겠다. 외투는 겸사겸사 더 저렴하고 잘하는 한국에서 드라이도 해와야지. 오늘 오후에는 슈톨렌과 렙쿠헨을 하나씩 사올 예정. 크리스마스 버전 초콜렛도 몇 개라도 사야지. PCR 테스트도 예약하고, 종이로 뽑아야 하는지 아닌지도 확인해야겠다. 10시간이 되는 비행시간 동안 거의 잠을 못 자는 편이라, 비행기에서 볼 몰입감 끝내주는 넷플릭스 드라마도 두 라인으로 받아두었다 - 나르코스와 종이의 집. 물론 백업으로 크라운과 다운튼애비도 있다. 킨들과 크레마도 혹시 모르니 충전해두고 블루투스 헤드폰도 미리미리 충전해야 한다. 빨래와 식기세척기 스케쥴도 지금부터 잘 맞춰야 하고. 내가 유난인가 싶겠지만, believe me - 6주는 이렇게 길고 한국과 독일 사이는 이렇게 멀다.
곧 크리스마스다. 곧 연말이고, 곧 새해다. 생일이 1월이어서 그런지 이 12월과 1월이 더 특별하다. 지나치게 감상에 젖는 것은 덤. 세탁기 소리가 나는 부엌 식탁에서 지난 시간들을 적어내려가는 것도 충분히 즐거운 걸 보니, 드디어 미뤄온 짐 싸기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미루기의 미루기가 서로 엄청 핑퐁하다가, 덜 하기 싫은 격주정리를 끝냈고 다 끝난 빨래널기까지 하고 나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짐 싸기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우선 창고에 있는 짐가방을 올려오는 걸로부터 시작. 휴... 다음 편은 한국에서 만나는 걸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