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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티켓이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콘서트 티켓팅 도전 후기

by 은섬

당연히 내 티켓이 있을 거란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번 티켓팅은 팬클럽 회원을 위해 열린 선예매다.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던 위버스에서의 사전신청, 인터파켓 티켓에서의 팬클럽 선예매 인증을 모두 순조롭게 완료했다. 팬클럽 신청 포함 이 모두 과정을 알람 설정 후 시간 땡 하자마자 모두 해치웠기에 내 표가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화요일 20시에 첫 단독 콘서트 예매가 열렸다. 내가 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폰에 인터파크 티켓 어플을 깔았다. 맥북에서는 사파리에서 오류가 나는 경우도 있다기에 크롬도 깔아 창을 2개 준비해 뒀다. 미리 다른 콘서트로 예행연습을 해서 어떤 식으로 예매가 이뤄지는지 파악도 했다.


성공적인 티켓팅을 위해 디테일한 부분도 신경 썼다. 사용감 있는 키보드 스킨이 방해가 될까 벗겨두고, 부정 예매 방지용 인증 문자 입력을 위해 자판도 미리 영문으로 바꿔뒀다. 티켓팅에 집중하기 위해 일부러 차분한 음악을 틀었다. 가족들을 모두 몰아낸 거실에서 노이즈 캔슬링 상태로 나는 혼자였다.


드디어 선예매가 열렸다. 1초 간격이 될까 말까 한 속도로 맥북을 먼저 새로고침 했다. 21천 명 정도의 대기가 떴다. 폰은 25천명. 탄성처럼 내 입을 떠난 'tlqkf 대기자만 2만 명이야'. 이미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어이없음과 허탈함, 가장 큰 감정은 내 표가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위기감이었다. 물론 대기자는 계속 늘어났고 기사로 동접자가 7만 명이란 걸 알게 되었다.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 10분이 지나 내 순서가 풀린 맥북에서 한 블록에 다섯 좌석이 있는 걸 봤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여긴 시야가 너무 안 좋군!' 하면서 이전을 클릭한 나의 뺨을 한 대 후려쳤을 것이다. 12분 후 열린 폰에선 기적적으로 한 좌석을 발견하고 클릭했는데, 다음으로 하려니 이미 선점되었단다. 솜사탕을 씻은 너구리가 됐다.


이 일로 얻은 깨달음. "내가 좌석을 선택하는 게 아니다. 좌석이 나를 선택한다!"


40여분을 모니터 앞에서 떠나지 못했다. 없는 좌석들을 보고 또 봤다. 혹시 어디 눈먼 좌석이 하나 있지 않을까?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인정이 안 됐다. 폰과 맥북 모두의 녹화본을 복기했다. 마우스 커서의 불필요한 움직임이 너무 많았다. 커서의 비효율적 동선을 보며 반성을 많이 했다.


어젯밤 꿈에서 습관처럼 좌석을 둘러보다 딱 한 자리가 있는 걸 발견했다. 그때의 놀라움과 조심스러움이란! 얼른 예매를 끝냈고 나는 혼자 쉬쉬했다. 누가 알면 그 표가 사라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잠에서 깨고 잠시 진짜 내가 예매에 성공한 줄 알았다. 어지간히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나 보다.


사실 이건 처음부터 안 되는 게임이었다. 동접자가 7만 명인데, 좌석은 3,000석씩 2일이니 총 6,000표뿐이었다. 나는 그 중 6좌석을 구경만 했다. 10분 만에 좌석이 매진되었다고 한다. 티켓팅의 하수인 나로선 어림도 없는 일었다. 버추얼 아이돌이 표를 팔 수 있겠냐며 대관을 거절한 곳들은 각성해라! 각성해라! 돈 벌 기회를 팽했도다!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목요일 20시 다시 일반예매가 오픈된다. 가격을 올려파는 플미 티켓, 대리구매 같은 암표가 아주 많다고 한다.(보통 아이돌의 경우 40만 원 수준인데, 이번엔 90만 원까지 있다나 뭐라나) 발각되어 취소된 표와 정말 개인적인 사정으로 취소됐을 아주 일부의 표들이 일반예매 대상이다. 사람들은 이걸 '취케팅'이라고 부르더라. 온라인 콘서트라는 마지막 지푸라기도 있다.


인간은 슬픔의 5단계를 겪는다. 부정과 고립 - 분노 - 협상 - 우울 - 수용의 단계가 그것이다. 나는 지금 어느 단계를 지나고 있을까? 거의 만 하루 만에 이 모든 과정을 거친 것 같다. 이미 수용의 단계를 밟고 있다. 내 아티스트와의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ㅠㅠ


# 잘못된 정보가 있다면 모두 무지한 저의 잘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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