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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달라서 끌리는 마음

나의 4애 이야기

by 은섬

오늘은 나의 4애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4번째로 좋아하는 멤버지만, 사실 순서에는 큰 의미가 없다. 최애는 좀 각별하다고 할 수 있지만 차애부터는 5명을 굳이 줄 세우기 하다 보니 4애가 됐달까? 그래서 최애는 그저 굿즈 과소비를 막는 일종의 방어기제란 소리에 나는 크게 공감한다.


그는 내 기준 그룹 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멤버다. 핑크색 머리에 동그랗고 큰 눈 그리고 (상대적으로) 작고 가는 몸. 아이돌 그룹에 꼭 한 명씩은 있는 예쁜 비주얼 멤버다. 처음엔 그 미모에 혹하지만 알면 알수록 성격 또한 매력적이다. 공감능력 뛰어난 상남자 어떤데? 개구쟁이 같은 모습 에서 느껴지는 갭 차이에 치인다, 치여.


그의 사고방식은 매우 독특하다. 굳이 '독특'이란 단어를 고른 이유는 나와 너무 다른 사람이라는 뜻이다. 내가 그와 참 다른 사람이란 걸 실감한 건 '버블'을 통해서였다. 버블 역시 덕질을 시작한 후 알게 된 매월 결제되는 유료 서비스다.


아티스트와 팬들 사이의 소통 서비스인 버블은 나와 아티스트의 관계가 좀 더 사적인 관계인 것 같은 특별함을 준다. 비록 1:1이 아닌 1:다(多)자긴 해도 아티스트와 팬 간의 대화는 가끔 핑퐁이 된다. 팬의 메시지에 아티스트가 반응하는 것이다.


그에게 언급되고 싶어 기발한 생각을 해보려 애쓰기도 하고 때론 일부러 누구나 할 법한 생각을 텍스트로 옮겨보기도 했다. 착각이라도 좋으니 그와 대화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초반엔 나도 나름 열심히 메시지를 적었다. 그러나 내가 보낸 메시지는 한 번도 그에게 선택된 적이 없다. 그만큼 우리의 사고방식은 다르다.


우습게도 좌절했다. 평생 가야 내가 그를 만날 일은 없을 거란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라도 알게 된다는 가정을 하더라도 ‘나는 이 사람과 계속해서 평생선처럼 만나지 않겠구나’ 싶어서 조금 우울했다.


'무엇이든 물어보살'이라고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프로가 있다. 나까지 보게 된 걸 보면 꽤 사람들 입을 탔던 케이스였던가 보다. 출연자는 그간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에게 한 행동을 반성했다. 일명 아이돌(남자) 가수 집착남. 덩달아 과거 그가 이웃에게 행한 기이한 행동이 인터넷을 달구기도 했다.


아이돌 사업은 기본적으로 '유사연애'를 부추기는 구조로 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껏해야 20대 초반인 남자애를 두고 저랬다는 것에 소름 끼친다고도 또 역겹다고 했다. 나도 비슷하게 느꼈지만 한편으론 뜨끔하기도 했다. 아줌마가 아이돌 덕질하는 게 타인에게 저렇게 받아들여질 수 있단 사실에 모골이 송연해졌다면 오버일까?


물론 저렇게 사생, 갑질 같은 걸 할 생각은 전혀 없다. 아니 눈앞에 나타나기만 해도 나는 냅따 도망부터 칠 유형의 인간이다. 그래도 나를 바라볼 사회적인 시선에는 '한심하다, 소름 끼친다' 같은 부정적인 반응이 있을 수 있단 걸 알게되니 착찹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 마음이 부끄러운 게 아닌데.


'아티스트를 직접 만나고 싶다, 수많은 팬들 중 한 명이 아니라 특별한 한 사람이 되고 싶다' 이런 마음은 팬들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당연히 나도 그렇다. 나와 너무 달라 평생선을 그릴 것 같을 게 뻔한데 그래도 나는 그를 더 알고 싶다.


이건 우리에게 참으로 익숙한 감정이다. 나와 너무 다른데도 더 알고 싶고 끌리는 마음. 우리들은 이걸 '사랑'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최애는 물론이요, 4애를 향한 나의 이런 감정이 사랑이 아닐 리 없다고 나는 오늘 또 사랑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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