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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은 연못 Sep 16. 2023

미국 최고 버스로 선정된 호놀룰루의 The Bus

2) 호놀룰루 내에서의 이동수단

6월 초 호놀룰루 공항에 내리니 일단 느껴지는 것은 아름다운 이국적인 풍경, 

이 아니고, 덥다. 

다른 공항과 달리 호놀룰루 공항은 비행기에서 내리면 짐 찾는 곳까지 에어컨 없이 사방 탁 트인 공간으로 바로 내쫓는데, 와 이게 하와이구나 하는 그 느낌은 진짜,

덥다. 

"아니 따뜻한 하와이 좋아서 온 거 아니었어?" 하고 놀리는 것 같다. 


그래도 짐 찾는 곳은 다행히 에어컨이 있다. 

성공적으로 짐을 모두 찾았으니 일단 숙소로 가자. 


다른 공항에서는 셔틀을 예약해놓지 않았으면 내려서 바로 우버나 리프트를 타는 표시판이 있었는데, 호놀룰루 공항은 그런 표시도 없고, 나중에야 보니 우ㅂ나 리프ㅌ 정류장은 2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 (지난번 온 게 6년쯤 전이다) 은 대개 짐을 찾아 끌고 1층으로 나오면 바로 만나는 더 비싼 일반 택시에 자연스럽게 올라타도록 되어있다. 


우리야 연구소에서 숙소까지의 비용은 대주고, 거기다 너무 더워서 더 알아보고 말고 할 것 없이 그냥 감지덕지 올라탔는데, 먼저 택시 정류장 앞에는 어떤 아저씨가 서서 택시를 손님에게 하나씩 배정하면서 혹시 짐을 놓고 내리거나 할 경우를 위한 거라며 뭔가를 적은 표딱지 하나씩을 준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게 아니라 어쩐지 더 불안하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올라타고 보니 이 중국계 기사 아저씨 영어도 잘 못하고 호텔이 아니면 길을 모르니 이제 막 도착한 우리더러 알려달란다? 스마트폰으로 주소를 찍어주겠다니까 자기 운전해야 하는데 위험해서 그런 거 볼 수 없으니 말로 불러달란다??

호놀룰루는 어디 가나 차가 많이 막히는데 일요일이라 교통은 그럭저럭 원활한 편이라 어찌어찌 20분 안쪽으로 도착하니 팁 포함해서 65불 정도가 나왔다. 나중에 다시 공항으로 갈 때 우ㅂ를 타보니 같은 거리와 차 사이즈에 40불이었다. 25불이면 둘이서 마루가메 우동(나중에 오는 호놀룰루의 음식 편 참조 개봉박두!)에 카라아게도 하나 더해서 먹을 수 있다!


단기로 오시면 물론 렌터카를 하셔도 된다. 물가만큼 렌터카도 파킹도 비싸겠지만 짧은 인생 즐겁게 놀자는데 까짓 비용이 문제겠는가. (어게인 타임 이즈 머니) 단 아무래도 관광지니까 할 거면 미리미리 마음을 정하고 예약을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교통체증과 폭력적인 운전자들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은 감안하시길 바란다. 자꾸 신경 쓰면 우울해져서 나중에는 신경을 끊었지만 이 제주보다 작은 섬에 둘러 난 고속도로에서 우리가 도착한 이래로 아침마다 지방뉴스를 틀면 매일 교통사고로 사상자가 나왔다는 뉴스를 들었다. 모든 게 느려터진 곳에서 왜 운전은 그렇게 거칠게 하는지 모르겠으나 길을 잘 모르는 곳에서 (특히 외국에서 오신다면) 네비하나 믿고 차를 몰고 다니는 것을 권장할 만한 곳은 못된다고 본다. 

미국에서 도로로 하루 12시간씩 달리면서 40여 개 주를 다녀 본 사람의 말이다.


미리 검색을 해서 오긴 했어도 일단 짐이 많아서 공항에서부터 버스를 타지는 못했지만, 아이가 열흘간 놀러 왔을 때 마중하러 다시 공항에 왔을 때 만난 호주 커플처럼 배낭하나 매고 가볍게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공항에서부터 버스를 타도 좋을 것이다. (노년에는 나도 그렇게 가볍게 여행을 하고 싶으나, 언제나 '만약의 경우 필요할지 모르는'이라는 이름의 모든 '기우'의 산물이 가방에 바리바리 실려 있는 불편한 현실)

하와이에는 미국에서 최고로 두 번이나 선정된 The Bus라는 버스 시스템이 있다. 

우리는 뉴욕이나 디씨라면 모를까 다른 어중간한 도시를 잠시 갈 때는 대중교통을 익힐 시간이 없으니 그냥 우버나 리프트를 간간히 이용하며 다니는데 호놀룰루의 버스 시스템은 아주 이용하기 편리해서 처음 도착한 사람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 


워싱턴 디씨 전철 시스템이 미국에서 좋은 편이라기에 기대했다가 실망한 것을 생각하면 (오레곤의 무려 무료 모노레일도 괜찮았고 위험하고 더럽다고 해도 제법 다양한 곳에 갈 수 있는 뉴욕 지하철도, 역들이 어둑어둑하고 우리가 한 일주일 가 있는 동안 사고가 나서 2명이 사망한 디씨의 전철에 비하면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본다) 샌프란시스코의 언덕을 오르내리는 트롤리보다는 재미없지만 적어도 버클리 주변을 운행하지만 실제로는 별 소용없던 The Bart보다는 나은 것 같다.

경우에 따라 한번 정도 갈아타야 할지는 모르지만 호놀룰루 섬 내에 거의 맘만 먹으면 어느 관광지든 따로 관광가이드를 고용하지 않더라도 차 없어서 못 가는 곳이 없다. (물론 단기 관광객이면 시간이 아까우니까 몇 군데 휘리릭 둘러보고 인증숏 찍어 자랑하려면 가이드를 사야겠지만. 타임 이즈 머니)

카드 뒷면 사진에서는 가린 윗 부분에 일련번호가 있어서 그걸로 카드를 온라인으로 등록하면 된다. 

한 번에 3불. 현금으로는 거스름돈을 안 주니까 정확한 금액을 내야 하지만, 와아키키에 흔한 ABC 마트에서 일일권 카드비 2불과 함께 7.5불 (총 9.5불 초기 비용은 모두 현금으로만 받는다)을 내고 The Bus의 HOLO 카드를 사면, 한 번에 3불, 두 번에 6불, 세 번에 7.5불, 네 번에 7.5불, 다섯 번도 7.5불 (하루 7.5를 넘으면 더 이상 받지 않는다는 말)이다. 일주일권 30불, 한 달권 80불도 제법 괜찮다. 물론 장애자나 노인 할인권도 있지만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그대는 하와이 거주 노인과 장애자가 아닐 것으로 사료된다.


일일권은 와이키키를 대략 점령하고 있는 ABC Store에서 사서 그다음부터는 온라인으로 카드를 등록하고 신용카드로 리필 (5불/10불 단위)을 하면 된다. 더 버스 앱도 있는데, 배차시간과 차의 위치를 알려줄 뿐이라서 구글앱으로 어디 가려면 몇 번 버스를 타야 하고 버스가 언제 오는 지도 알 수 있기 때문에 앱 다운로드가 필수는 아니다.

딱 7일 머무르거나 딱 30일 동안 머무를 거라서 처음부터 일주일권이나 한 달권을 사고 싶으시다면 그보다는 더 찾기 힘든 세븐일레븐에 가야 한다. 단,  요즘은 누구나 현금을 많이 가지고 다니지 않기 때문에 여행지에서 일인당 32불이나 82불 현금을 버스카드에다 다 써 버리는 것은 불편할 수도 있고 안 그래도 비싼 하와이 여행 중에 카드 포인트라도 쌓으면 좋으니 고려하시기 바란다 (카드 생긴 건 다 똑같다)


많은 차량이 굴절버스인 이 버스는 느리고 승차감도 별로다. 전제적으로 차도 막히지만 차도 워낙 느리고, 타는 사람도 정류장에서 내내 뭐하고 있다가 꼭 올라 타서 카드나 돈을 찾기 시작한다. 쫌! 게다가 돈을 내지 않으면 차가 아예 출발하지도 않고 때로는 돈이나 카드를 못 찾으면 각박하게도 다시 내려야 한다, 넘의 귀한 시간만 잡아먹고서.

그러나 에어컨은 냉동차 일보 직전이다. 

빨리 빨리나 가면 좋겠고만 승객이 타고 내릴 때마다 (과잉) 친절하게도 치익 하면서 문쪽발판을 기울여 내려 타고 내리기 쉽게 해 준다. 

당신의 무릎은 소듕하니까.


한번 탈 때마다 적어도 반드시 한 번은 보이는 것 같은 장애자분들에게도 친절하게 문쪽 발판을 기울이고, 기사가 접이형 램프를 펴고, 안에 의자를 접어 자리를 마련해 주어 장애자분 혼자서도 얼마든지 마음 편하게 버스를 편리하게 이용하며 다닐 수 있다. 한국처럼 장애자용 좌석을 항상 미리 비워두지 않아도 되지만 누가 이미 앉아있더라도 그들도 불편하지 않게 운전자가 웃으며 양해를 구하고 그러면 다들 또 웃는 낯으로 선뜻 자리를 비켜주어 내가 있는 동안 한 번도 서로 불편한 일이 없었다.

대개 지붕이 있는 다정하게 생긴 정류장에 ( 다소 지저분한 ) 의자 두서너 개가 있는 더 버스의 정류장은 길 이름이 붙은 기준 정류장 이름은 있지만, 그 외에도 그 주변의 주요 건물이나 시설들을 있는 대로 다 읊어주어 길이름이 낯선 방문자들도 잘못 내릴 염려가 줄어들어 좋다. 가령 '종각' 뿐 아니라, 청계천, 보신각, 종각 지하쇼핑센터, 영풍문고, 까지 부르는 식이라 한국 같으면 낙지볶음 골목까지 읊어줄 기세다.

(나 같은 길치에게 길 잃기의 능력은 천하무적이지만) 


내릴 때가 되면 버튼이 아니라 빨랫줄처럼 창가에 걸려있는 줄을 당기면 되고, 앞이나 뒤로 내리면 되는데 혹시 뒷 문이 안 열리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앞 뒤 문 중 하나의 push'미시오'표시가 있는 곳을 고객님이 몸소 손으로 살짝 미는 '체험을 하면' 문이 열린다. 

(장애인 노약자에게 그렇게 편리한 차이면서도, 무인차가 달리고 있는 21세기에 버튼이 아니라 당기는 줄이 달려있다거나 문이 왜 이 모양밖에 안 되는지는 미스터리다. 뭔가 내가 모르는 깊은 뜻이 있겠죠 눼눼) 


와이키키에는 또한 트롤리라는 2층 버스도 있다. 

트롤리는 더 버스보다는 더 편리한 코스를 운영하지만, 1일권, 4일권 식으로만 판매하여 더 버스보다 조금 더 비싸고, 더 버스보다 덜 자주 다니고, 무엇보다 보시다시피 아시다시피 '열려있어서' 여름에 밖에서 따뜻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들어온다는 단점이 있다. 자세한 정보는 현지 현타임에 검색하세요.

JCB카드 소지자는 알라모아나 센터에 라운지도 있고 이 트롤리도 무료라고 하니까 더 얄밉투덜


따릉이 같은 Biki라는 자전거 대여 시스템도 있다.  

자전거는 4시간, 1일, 2일, 식으로 대여가 가능하고, 자전거는 인도로는 다니면 안 되고 자전거 전용도로로만 다녀야 한다. 허벅지 튼실하시다면 한번 이용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창가에 가로 세로로 널려있는 것이 내릴 때 당기는 줄이다.


이 중, 뭐니 뭐니 해도 강추는, 

타고 있으면 느려서 속 터지고 얼른 도착했으면 하고 추위에 덜덜 떨며 바라지만 드디어 도착해서 신나게 내리면,

더워서 도로 타고 싶은 

The Bus.




오세요 오아후, 냉장차가 사람을 실어 나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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