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숨은 연못 Sep 17. 2023

하와이는 러시안 인형이다

3)'하와이'란 무엇인가?

하와이 하면 와이키키 비치지!

라고 말들은 해도, 그러니까 와이키키는 하와이의 어디쯤에 있는 물건인가,는 사실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몰라도 된다. 공항에서 내리면 그대가 선택한 운송수단이 알아서 와이키키의 숙소로 실어다 주니까.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나와서 근처 비치 근처를 거닐며 먹고 놀다가 다시 차 집어타고 공항 가서 비행기 집어타고 집에 오면 된다. 


그러나 거기서 석 달을 '살려면', 하와이의 낮은 세일즈텍스로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품샤핑도 좋지만 살림 먹거리 장도 봐야 하고,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사진 찍어 올리는 근사한 맛집도 좋지만 그럭저럭 적당한 값의 외식을 할 수 있는 곳도 찾아내야 하고, 그러려면 숙소보다 더 넓은 지역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일단 하와이는 크게 하와이, 마우이, 오아후, 카와이, 몰로카, 라나, 니하우, 카오올라웨  8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중 7개에만 사람이 산다. 그 밖에 아주 작은 섬들 중에는 china man's hat차이나맨스 햇(모양이 중국인 모자 같아서 붙은 이름), Rabitt island(모양이 토끼, 라서가 아니라 토끼가 많이 산 적이 있었다고 한다.-어쩐 일인지 지금은 없단다?)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가는 곳은 오아후 섬이고, 

그 오아후섬 남단에 호놀룰루( 외국인들은 다시 다른 섬으로 가더라도 일단 이 공항으로 들어오게 되어있다)가 있고, 

그 한편에 위치한 작은 해변이 바로 와이키키다. 

와키키키 비치가 최고의 비치(?)라서가 아니라 와이키키는 순전히 관광지로 따로 떼어놓은 곳이라서 지역주민들은 파킹도 힘든 와이키키는 관광객에게 던져주고 거의 오지 않고, 대신 카일루아 비치나 노스 쇼어 등 다른 더 한적하고 좋은(?) 비치를 찾는다.

이번에는 관광이 목적이 아닌데도 내가 또 와이키키에 머무른 이유는, 애초에 에코가 일할 연구소가 위치한 하와이 주립대가 있는 마노아에서 가까운 숙소를 검색했고 하와이 주립대는 와이키키에서 가깝기 때문이었다. 

하와이 하고도 오아후 그리고 그 안에서도 '와이키키'가 어디 있는지를 알았으니, 이제 다시

그렇다면, '와이키키'란 무엇인가(?)를 설명해 보자. 

와이키키에는 Ala Wai라는 물이 바다로 빠지는 운하가 있고(지도 윗단에 하얀 길처럼 생긴 운하), 이 알라와이를 만들기 전에는 와이키키는 습지였다. 이 운하는 운송을 위한 것이 아니라 습지에서 물을 빼내려고 만든 것으로 그것이 지금의 와이키키 비치 지역이 된 것이다.(이 운하로 와이키키 비치가 생기긴 했지만 습지와 그 생태계를 파괴했다는 비판도 있다)


와이키키는 가로로는 대략, 와이키키 동쪽 끝(지도의 오른쪽), KUhio쿠히오 비치 파크와 호놀룰루 동물원 있는 곳에서부터, 지도에 노랗게 보이는 로열 하와이안 센터 옆의 비치 워크쯤까지라고 보면 된다. 여기를 지나 운하를 건너는 다리를 건너면 알라모아나 쇼핑센터가 Ala Moana지역이 시작되고 비치라기보다는 항구로 이어진다. 


그리고 다시 세로로는 크게 (사이사이 잔잔한 길들이 구불구불 있다) 비치 바로 앞길  Kala'kaua'칼라카우아', 산 쪽으로 Mauka 하나 더 안으로 들어와 Kuhio'쿠히오', 그리고 한 칸 더 들어오면 Ala Wai'알라와 이' 운하라고 보면 된다.


오아후 섬의 길들은 일직선으로 나있지 않아서 하와이의 방향은 동서남북이라는 말은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그래서 지역주민들은 동서남북 대신 다른 말을 사용한다.

(대략 북쪽) 'Mauka 마우카', 

바다(대략 남쪽)'Makai 마카이', 

다이아몬드 헤드(대략 동쪽) : 호놀룰루에서 가까운 'Diamond Head다이아몬드 헤드'라는 산으로, 올라가서 내려다 보아도 좋고, 섬의 다른 산에 올라가서 이 다이아몬드 헤드를 바라보는 것도 좋다 - 나중에 오아후 섬의 관광 포인트 편에서 알려드림. 개봉박두!), 

Ewa에바 (대략 서쪽) : ewa인데 하와이어로는 발음이 에바에 가깝다. Hawai'i하와이도 원주민의 발음으로는 "하바'이"에 가깝다. (하와이어의 따옴표는 약간 '쉬어 강세'같은 느낌)


뭐 그런 것까지 알아야 하는가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로 조금 지내다 보면 우리가 지금 어디쯤에 있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 가를 설명할 때 곧잘 쓰게 되는 유용한 표현이다. 

미국에 처음에 와서 적응하느라 시간이 걸렸던 것 중 하나가, 미국인들은 몸에 나침반이라도 달렸는지 길을 설명할 때 주로 동서남북 기준으로 말하는데 한국인들은 무슨 이유에선지 그보다는 자기가 서 있는 위치로부터 상하좌우 개념을 주로 사용하는 것 같다. 

그 지역의 길을 따라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따라간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알라와 이 운하

알라와 이 운하는 별로 깨끗한 물이 아니라서 그저 보트를 타는 정도로 이용하는데, 북쪽 지역의 주민들은 이 운하를 통해 코스트코 장을 보러 가기도 한다고 현지 친구 케롤린이 알려주었다. 알래스카에서는 개썰매 타고 학교 가고 포항에서는 전철대신 고래 타고 출근하는 건 사실이 아니지만 오아후에서는 배를 타고 샤핑을 다니는 게 사실이라니 재미있다. 




와이키키 비치에 가장 가까운 Kalākaua ave와 한 블락 더 들어간 kuhio 까지는 호놀룰루의 화장한 얼굴이다. 

뙤약볕이 쏟아지는 낮에는 기웃거리기도 눈치 보이는 명품 샵이 즐비한 거리를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거닐며 쇼핑을 하고, 해가 조금 기울면 사람들은 수영복 차림으로 야자수가 늘어서 있는 거리를 메우고 비치로 향하며, 밤에는 타오르는 가스 휏불이 고금 레스토랑 주변의 가로등을 대신한다. 맨발로 다녀도 되도록 깨끗한 거리는 아침마다 물청소를 한 것이고 비치도 아침마다 모래를 걸러 깨끗하게 정리한다. 

그리고 한 가지, 이 길 들이 사진 찍기에 완벽한 야자나무 풍경을 선사할 수 있는 비결은 허공에 전깃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블록만 더 마우카(산 쪽)로 들어가면 물론 바로 정상적으로(?) 전깃줄이 있다. 

처음 와서 짐을 풀고 비치에 나가보니 사발면을 먹고 있는 사람들이 더러 보여서 오 한류가 여기까지 왔구나, 생각했었으나, 물가가 높은 하와이에서도 더 비싼 이 지역에서는 매일같이 ’근사한 곳에서‘ 밥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을 곧 깨달았었다. 


오세요 와이키키 

고급  레스토랑과 값싼 도시락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공존하는 곳. 


이전 03화 미국 최고 버스로 선정된 호놀룰루의 The Bus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