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숨은 연못 Sep 19. 2023

하와이 아리랑, 아니 하와이 트로트

5) 하와이 코리아 타운 정보

호놀룰루의 코리아타운은 다른 대도시에서처럼 한 군데 모여있지 않고 좀 '흩어져' 있어서 코리아 거리, 아니, 코리아 옹기종기랄까.


와이키키 주변에도 적어도 세 군데 한인식당이 있고, ( 이번에는 새로 생긴 곳을 두 군데 갔었고 와이키키 가격대비 저렴하고 괜찮았으나, 와이키키 바로 앞에 있는 오래된 한 곳은 이번에는 안 갔지만 기억에 가격은 그럭저럭인데 맛이 좀 부족했고 리뷰에 불친절하다는 말이 많다. 코리안 포함 아시안이 하는 식당에는 불친절하다는 말이 자주 보이는데, 지금 미국이 미국 인력난이라서 그런지, 문화의 차이라고 하자니, 야단을 치면서도 '고객님!'을 부르짖는 친절강국 코리아는 그러니까 천성이 친절한 것이 아닌가 보다.)

알라모아나 쇼핑센터 뒤쪽 Kapiolani Blvd에 몇 개,

다시 Palama팔라마 슈퍼마켓이 있는 Kala'kauna st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S.King과 Kaheka street이 만나는 곳에 한 무리,

다시 더 올라가다  Beretani St을 따라 몇 개,

그리고 Hmart 내와 그 주변 몇 개,

차이나 타운에 김밥집 (이름에 '김밥'이 들어간다) 하나,

돈키호테 안에 몇 개,

이런 식이다. 선블락 바르고 땀 흘리며 20-30분 안에 걸어서 다닐만한 반경. (버스 타도 20-30분 반경이제 고만해)

오아후가 워낙 별로 안 큰 섬이고 그 안의 호놀룰루에서라면 이 정도면 따로 헤쳐 모일 것도 없다고 볼 수도 있고, 말했듯이 워낙 하와이는 일본문화와 음식이 대세긴 하지만 그래도 오랜 한인 이민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것 치고 호놀룰루에 한인타운이 다소 보잘것없는 것은 그 세력(?)이 약해서라기보다는 아마 현지에 더 잘 적응하여 녹아들어서일지도 모른다. (무조건 일본은 이기고 싶은 이상란 나라의 국뽕 2)


한인타운에는 미국에 사는 한인이라면 그럭저럭 먹을 만한 짜장면/짬뽕 집이 현재 두 군데 (다른 갑각류 이름 붙은 한 군데는 어디라고 꼭 집어 말 할 수는 없지만 어떤 연유로든 다녀간 유명 하와이 방문 가수들 사인 잔뜩 걸렸던데 그거 짜장면 아니니까 만들어 팔지 마세요 진짜-에어컨도 약하고 식당에서 이상한 냄새도 났음 투덜) 있고, 이런저런 약간 변형된 한국음식을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들이 있다.


'변형되었다' 함은, 뉴욕 등 대도시에서 외국인 셰프가 특히 한류를 타고 일부러 '퓨전을 작정하고'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현지에 맞추어 입맛과 문화가 변해서 이루어진 창작물들이 더러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짜장면 집은 세 군데 모두 단무지 대신 직접 만든 단무지를 '닮은' 노랑 무절임을 내놓고, 두 군데는 양배추 김치를 내놓았고, 무슨 이유에선지 현지 요리에 종종 따라 나오는 마카로니 샐러드가 역시 한식 반찬에도 따라 나온다거나 하는 식이다. (그리고 역시 좀 짜다)

나는 양념이 김치양념이고 맛만 괜찮다면 (뭐 괜찮다) 양배추를 김치 양념으로 버무려 먹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입장이긴 한데, 그 씹는 질감이 '그래도 그것을 김치라고 부르기는 싫다'는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아무리 비싸도 알래스카보다 더 비쌀 이유가 없는데 알래스카 한인 식당에서는 양배추김치를 내놓는 일이 없는 것을 감안하면 현지인들이 시간이 지나며 양배추 김치를 즐기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물가가 높아선지 가격대비 반찬을 많이 기대하기도 힘들다. 알래스카의 한인식당에서 19불짜리 돌솥 비빔밥에 콩나물 대신 숙주가 들어있다고 투덜거리며 살던 나는 급반성 모드로 접어들고요.


그러나 여기서 나는, 우리가 있는 동안 8월 중순에 하와이 코리안 페스티벌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에, 어디 가서 식당 몇 군데만 가보고는 알 수 없었을,

호놀룰루의 한인의 기상을 높이 치하하고자 함인뎌.  


사실 고백하건데, 알래스카의 우리 동네에도 아시안 페스티벌 같은 게 있고 몇 번 초대도 받았는데 10년이 넘도록 우리는 한번도 가지 않았다. 알래스카의 한인 인구는 알래스카 전체 인구의 1%인 4만 5천 정도이고, 내가 사는 도시는 그중 2%가 좀 넘는 정도 고 안에 교회가 서너 개나 되니 파당도 있어서 너무 좁은 세상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걸 아니 따로 한인들과 어울리지 않고 조용히 사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 1903년 102명으로 시작해 현재 5만에 이른 호놀룰루의 한인인구 안에서라면, 조용히 김밥이라도 사 먹고 놀다 홍길동처럼 없는 담으로 넘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는 공산에서 달력에 빨강 동그라미를 둥글둥글 쳐놓고 기다리다 이날 아침 일찌감치 집을 나섰던 것이다.(버스가 느리다고만해진짜)


11시에 시작이라는데 정류장에 10시 50분에 도착해서, 지금 들어 가도 될지 몰라 어물쩡거리고 있는데 행사장 가까이 가자 자장자장자자장 꽹과리 소리가 이미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각종 푸드 부스들에서도 음식을 이미 만들어 팔기 시작하고 있다.

미국 여느 페스티벌 같으면 시작 시간을 넘겨서도 늘 적 늘 적 거리고 있었을 텐데 역시 빨리빨리 코리안!


일단 먹고 보자 하고 한 군데서 간단히 치즈 떡볶이를 주문했더니 죄송하지만 SCRIP을 사가지고 와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보니 두 군데서 회수권같이 생긴 장당 1불짜리 스크립을 사는 곳이 있었고 (카드, 이 왈렛, 캐시 사용가능) 여기서 스크립을 일단 넉넉히 사가지고 다시 부스를 누비며 싱싱한 겉절이 김치 (그동안 슈퍼에서 산 달아터진 푹 익은 김치를 먹어서 싱싱한 김치가 너무나 먹고 싶었다) 그리고 잡채를 사가지고, 천막에 준비된 자리에 앉아 엄마아빠 모셔다가(나는 엄빠가 멀리 계시지만 옆자리에 가족 단위로 모인 분들도 많이 계셔서 부럽) 맛있게도 냠냠 먹으면서 무대에서 진행되는 국악 공연이며 원주민과 일본 전통 음악과 춤 등 다채로운  행사를 구경했다.


먹고 있는 동안 내내 바로 옆에 서서 우리 자리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한 엄마아빠 모셔온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일어나 걸어 다녀보니, 한 텐트에서는 하와이 한인의 이민사를 보여주는 작은 사진 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그 사진 안의 한인들의 표정이 어찌나 명랑하고도 사뭇 근엄한지, 낯선 얼굴들이 너무나 친근하여, 작은 부스 전시인데도 한참을 거북목을 하고 꼼꼼히 들여다보았다.


나는 이제는 '한국인'보다는 어느 나라 출신이든 '이민'의 이야기에 더 연계하는 사람이 되었다.

집 떠난 지 벌써 24년, 그 세월은 시간만으로는 설명이 안된다.

이 와중에 왼쪽 사진 여자분 들 너무 아름다우시고요, 오른쪽 사진은 꼭  꼭 당겨서 보세요 여러분!

그리고 화장품과 한국 과자, 라면 등을 파는 텐트를 지나노라니 한편에 소주를 먹을 수 있는 소주텐트(?!!)를 홍보하는 모 배우가 인쇄된 소주 종이부채(!)를 나누어 주었다. ( 제가 낮술을 전혀 안 하는 건 아닌데 아침부터 술을 먹기는 좀 덥군요. 부채는 감사합니다 좀 덥군요).


호놀룰루는 특별히 한인타운이 아니더라도 어딜 가나 마트에 소주, 특히 다달이 소주 믹스들을 팔고 있다. 

이게 언제 어디서부터 일어난 현상(?)인지는 모르지만 K드라마 K뷰티 K푸드에 이어 K드링크라는 장르가 있는 줄 모르다가, 길거리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순하ㄹ 병나발을 불고 다니는 서양청년들을 보면 신기했고, 마침 우리 있는 기간 동안 (나중에 페스티벌 편에서 자세히) K 커피 시음회를 보고는 또 오호라 했었다. 언제나 사는 사람에게는 눈에도 띄지 않는 것이 외지 사람에게는 신기한 것인가 보다.

그래서 그동안 사람들이 내게 '알래스카에서도 아이스크림을 먹느냐'는 허스키도 안 물어갈 무례한 농담을 했구나 하고 이해를 하려 해 본다.

(하지만, 잘 모르는 것과, 잘못 아는 것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입을 놀리는 것은 다르다. 그래서 내가 쓰는 내용은 모두 현지인의 감수를 받은 것들이다. )


이미 와이키키에서도 많은 관광객 들만으로도 한국말이 사방 들렸기에 여기저기서 들리는 한국말이 특별히 반가울 것은 없었으나, 다른 미국 대도시의 한인타운과 달리 흩어져있는 모든 한인들이 한날 다 모여 서로 한국말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 마치 새로이 힘을 합치는 것 같아서 그게 흐뭇하고 좋았다.


시작 무렵은 제법 농악놀이도 하고 아리랑 등 민요를 연주하는가 하더니, 곧 진정한 한국의 전통음악 트로트 잔치가 시작되어 트로트 가수의 노래가 우렁차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모인 교민들은 그제야 환한 얼굴로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전단지에는 한국 모 노래 경연 프로그램 수상자 아무개 씨도 초대되었다고 쓰여있었는데 제가 한국 프로그램은 잘 안 봐서요 죄송합니다.



나중에 김치 먹기 대회가 있다는데, 많이 먹는 사람이 이기는 걸까 매운 걸 먹는 대회일까, 김치 몇 입 공짜로 먹으려고 대회에 참가하면 눈치 채겠지? 갸웃거리며 사 먹고 남은 스크립은 마우이 한인 화재복구에 기부하게 두고, 도심 한 복판에 흥겨운 트로트 가락이 크게 한 블록은 따라오는 거리를 따라 나온 김에 장 좀 봐 가려고 H mart로 걷다가 묘지를 만났다.

이미 몇 번 지나다닌 곳인데 그날은 조금 달라 보였다.


하와이 정착민들의 특성상 그 묘지에 묻힌 사람들 중에는 오래전 집을 떠나 여기에 글자 그대로 '뼈를 묻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현지 친구 토박이가 들려준, 8남매 중에서 막내딸로 태어나 무조건 '미국'이라고 좋다고 하와이로 시집와 고생했고, 한국에 남은 가족과는 결국 모든 연락이  끊긴 채로 몇 년 전 돌아가신 그의 엄마의 이야기가 생각났고, 나야 아무 곳에도 묻히지도 단지에 들어가지도(?) 않을 예정이지만 어딘가에 ‘뼈를 묻기로 한다’는 것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궁극적으로 소속한다는 감정.


반경 1킬로에  그날 K 잔치하는 줄 모르는 사람은 없었을 정도로 도시 한복판을  장대하게 울려 퍼지는 음질 갑 트로트 노래를 들으며 나는 가슴 한편에 뭉클한 감정이 돋았었다.

나는 영화든 가수든 내가 이룬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어쭙잖게 '자랑스러워'하는 감정을 가지지 않는 편인데 이날의 느낌은.

'정말 대단하다'

'훌륭하다'

'칭찬하고 싶다'

는 느낌.


집에 돌아오자마자 매일매일 수백 수천의 기러기와 학이 부지런히 남쪽 나라로 가는 걸 바라보며 다시 이 날 생각이 나서 코끝이 찡했던 것도 아마 글자 그대로 ‘남의 일 같지 않음’일 것이다.


코로나 때문인지 문을 닫은 가게도 많고, 최근에 한인거리(?) 주변에 빌딩 재건축 등으로 옮기는 곳도 많다고 들었는데 아무쪼록 그 다사다난한 역사를 길이 이어 길이길이 모두 행복하고 번성하시길.


알로하, 그리고 마할로, 하와이 코리안!

이전 05화 와이키키씩이나 가서 편의점 도시락 사 먹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