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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은 연못 Sep 20. 2023

하와이가 '지상낙원'인 이유 혹 아시는 분?!

6) 하와이의 기후 및 그에 따른 생활패턴

하와이가 어떤 곳인가를 알기 위해 하와이의 연중 평균기온 같은 것을 검색해서 보이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연중 기후와 기온이 어떠하든 내가 거기 가는 시기의 날씨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하와이는 알려진 대로 일 년 내내 덥거나 따뜻하고 맑은 날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여름철은 최고 30 정도까지만 올라가고 맑고 열대야는 잘 없으며, 겨울은 26도 정도에 우기라고 본다. 나는 2월에 한 번, 7월쯤 한 번, 그리고 이번에는 6-8월을 지냈으니 대충 두 계절 맛을 보았다고 볼 수 있겠다.

같은 위도에서도 고유의 특이한 기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미북미에서 부는 바람은 지구를 서에서 동으로 구불구불 뱀처럼 돌아가는 제트기류의 영향을 받지만 하와이에 부는 바람은 그 유명한 무역풍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내 주로 서늘한 미국 몇 개 주에서만 살았고, 시간 나면 고작 몇 년에 한 번 한국 가서 가족 친구들 만나고 오기 바빠서 동남아등 다른 더운 나라는 가 본 적이 없지만, 주로 한국방문은 에코의 여름 방학 때가 되기 쉽고 몇 년 전 안식년에는 6월부터 10개월간 한국에 머물러서 참 여름맛(?)을 보았다고 말할 수 있기에 한국 기준으로 말하자면 실제로 하와이는 일 년 내내 꽤 덥긴 더워도 '여름이 한국처럼은 덥지 ‘는 않은 게 사실이다.

하와이는 아무래도 하와이라서(?!) 에어컨,  선풍기, 씰링팬도 거의 필수긴 한데, 8월 피크의 며칠 외에는 거의 열대야가 없기 때문에 저녁에는 고수부지에 나가지 않고도 창을 열고 서늘하게 잘 수 있을 정도는 되고, 대개 집의 창문은 해는 안 들어오도록 불투명하면서도 열어서 바람은 들일 수 있도록 가로로 블라인드처럼 열리는 유리창이다.

하와이에서는 매우 요긴하지만 2중 3중 보온 유리창을 써야 하는 알래스카에서는 이렇게 조금이라도 틈이 있는 유리창을 쓰면 큰 일 날 것이다.


하와이의 여름은 건조하고 맑은 날이 많고 항상 바람이 상당히 분다.

물론 습한 것보다는 덜 더워서 좋다지만, 주민들의 속내는 건조한 섬만큼이나 타 들어간다. 기후 기후변화로 최근 들어 더욱 심하게 건조해져서 최근 마우이 화재가 있었던 날처럼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건조/화재 경보가 발령될 정도다.


그래도 사람은 더우니까 그나마 바람이 반가워서 용서는(?)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좀 심하게 많이 분다.

그저 제법 쾌적하게 걸어 나갔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와서 거울을 보고 완전 봉두난발의 나를 발견하고 입이 딱 벌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미 시들어가는 외모에서 헤어스타일이 문제가 아닌 나이의 사람이 하는 말이니 믿어도 좋다). 그래서, 이미 수영복차림이 아니라면 비치웨어로 주로 긴치마를 입는 것은 그게 멋져서(?)가 아니다.


겨울(?)에는 바람이 그나마 더 분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면서 25 정도 되면 지역주민들은 '너무 춥다'라고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실제로 현지인의 오아후를 맛 보여 준다며 다이아몬드 헤드가 잘 보이는 언덕에 데려가 준 친구는, 해가 너무 뜨거우니 해가 좀 기운 다음 올라가자며 오후 네시쯤까지 빙수를 먹으며 시간을 때우다 올라가긴 했지만, 막상 정상에 올라 땀이 식으며 바람이 불자 나는 세상 시원하기만 하고만 그는 춥다고 하더라.

하긴 노스 다코타, 사우스 다코타, 미네소타, 위스콘신 등 도 이만큼 바람이 많이 불어대서 겨울이 종종 알래스카보다 더 춥기 때문에 그런 곳의 바람은 마음먹고 용서를 할래도 할 수가 없으니, 우리 하와이 의문의 일승.


하와이의 거리는 낮에는 더워서 길에 사람이 별로 없다지만, 그렇다고 해지고 서늘해지면 다들 슬슬 기어 나가서 술판 벌이자는 분위기도 아니라서, 어두워지면서 ( 한국의 '재채기 맨'들처럼 도대체 어디나 있는 아무 때나 입으로나 차로나 소음을 생산하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10시쯤이면 모든 레스토랑과 상점이 문을 닫고 서서히 거리의 소음도 잦아든다. (그러니 술은 미리미리 사놓자)

이른 아침과 저녁에야 조깅을 하는 사람들도 눈에 많이 띈다.

처음에 나는 와이키키만 관광객 '단속'(?) 차원에서 그런 줄 알았더니 현지인에게서 그나마 밤 10시까지는 여는 곳이 있는 와이키키가 늦게 닫는 편인 거라고 들었다.

전기료가 많이 들어서 그렇다는 설명도 있는데, 그렇다면 열어놓고 장사하는 스토어들 옆을 지나가면 서늘할 정도로 틀어대는 에어컨은 설명이 안되고요.

들어오면 더 시원하다는 미끼일지도 모르지만. (음식냄새에 홀린 딱따구리처럼 날아 들어간다)




사람들은 거의 자동완성 기능으로 하와이를 '지상낙원'이라 칭한다.

마우이 화재를 말하면서도 마치 놀리기라도 하는 듯, '지상낙원에 찾아든 재난'이라는 식의 말을 생각 없이 내뱉는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 낙원‘, ‘천국’이란 건 대체 어떻게 생긴 것일까?

사시사철 여름이라서?


하와이의 겨울 몇 달은 우기라고는 해도 실제로 일 년 내내 대충 따뜻/덥다.

1. 하지만 그런 바람에 자외선 지수 엄청 나, 선블락을 자칫 놓치고 안 바른 곳은 바로 데어버리고,

2. 선블락을 바를 수 없는 머리카락은 며칠 안 지나 해에 그을고 매일 불어대는 바람에 날려 부석부석해져 버리고 ( 미국 시골 사람이라 파마한 지도 오래되었고 드라이로 머리모양을 만드는 편도 아닌지라 평생 머리 전체에 컨디셔너를 바른 적이 없는데 몇 주가 지나자 도저히 안 되겠어서 헤어 세럼을 사서 발라줘야 했다),

3. 섬이라서 물자조달이 힘들어서 전반적으로 아메리카 답지 않게 물자도 흔하지 않고, (이것은 하와이가 알래스카와 동지로서, 아마ㅈ 프라임 해봐야 프리쉬핑이나 받는 거지 절대로 절대로 빨리 오지 않으며, 그나마 대다수의 쇼핑 사이트는 미국 내 얼마 이상 사면 프리쉬핑이라는 광고 밑에 돋보기를 쓰고야 보이는 글자로 하와이, 알래스카는 제외,라고 치사하게 쓰여 있게 마련이다)

4. 그러니 부동란 포함 (중요), 물가가 너무 높아서 많은 것이 그나마 있어도 그림의 떡이고,

5. 습도가 높지 않아 한국처럼 끈적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너무 건조하고 최근에는 지구 기후변화로 가뭄이 더 심해져서 그 마른 잎이 바람에 비벼져 마우이 화재 때처럼 화재가 쉬이 나고,

5.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높아져서 바닷가의 저택들 앞의 비치는 다 먹어 들어와 집 담 바로 앞에 아름다운 파도가 넘실대고,

6. 비행기를 타지 않고는 아무 곳에도 못 가는 고립된 지역이라 병원 등 모든 기술자가 필요한 부분에 인재를 불러오기도 힘들고

7. 젊은 층이 머무르려 하지 않아서 교육 수준이 낮은 편이고,

8. 그래서 오바마 전 대통령 포함, 조금만 여유가 있으면 고등학교까지 매우 값비싼 사립학교에 다닌 후 인재들은 다시 섬 밖으로 들 빠져나가는 곳


이 모든 것도 낙원의 조건에 해당하나?


알래스카 산다고 하면 ‘그런 곳에서 어떻게 사느냐’고 거기 사는 사람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반문하는 분들의 한국은 강남이 가장 공기도 좋고 날씨도 좋아서 집값이 비싼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란다.

거기서 도대체 어떻게 사느냐고요?

돈 벌어먹고 삽니다.


나는 여기서 하와이가 낙원이 아니라는 게 아니다.

사막의 어느 한 종의 개구리는 비가 오면 바로 방광 가득 물을 채워서 진흙 속으로 자러 들어간다고 한다. 다시 비가 올 그날을 기다리며 '버티러'. 혹자는 그게 무슨 삶이냐고 하겠지만, 이 개구리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다음 비를  기다리는 시간이야말로 게임 덕후들이 헤드폰 쓰고 들어앉은 모냥 '최고의 시간'인지도 모른다. 매미가 5년, 7년, 17년을 땅에서 자고 있다가 나와서 한 철 울고 죽는다고 한탄하지만 매미들에게는 그 한 철 우는 시간이야말로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일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틀림없이 하와이가 지상 낙원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어떤 특정 지역이 범인류적(?)으로 낙원이 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나에게 천국은, 내가 가장 살기 좋은 곳은,

내 가치를 알아주는 곳이다.


즉, 월급을 잘 챙겨주는 좋은 직장과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이 두 가지가 맞지 않으면 아무리 누구에게 최고로 좋은 곳이든 나는 거기서 살 수 없고, ‘살 수 없는’ 곳은 거기가 지역적으로 어디든 곧 지옥과 다름없다.

코로나 때문에 미국의 모든 사업이 거의 셧다운 되다시피 했을 때는 일자리가 없으니까 남미의 불법 이민자도 알아서 미국에 오지 않았고, 언제나 부동산이 가장 핫한 샌프란시스코도 지진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미국 내에서는 살기 좋은 기후로 알려져 있지만 그래도 최근에는 코로나로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어서 사람들이 많이 떠난다고 한다.


여러 가지 감안 그대가 살기로 결정한 그곳이 곧 천국이다. 그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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