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숨은 연못 Sep 18. 2023

와이키키씩이나 가서 편의점 도시락 사 먹는 이유

4) 호놀룰루의 음식들 

대략 매 글마다 쓰고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 써도 모자란 말, 

와이키키는 물가가 비싸다.


맞아 제주도도 그래. 섬이라서 그렇겠지,라고 용서(?)하고 이해해 주

기에도 하와이, 특히 와이키키는 너무나 비싸다. 


30년 전 우리가 신혼여행으로 왔을 때는 환율이 무려 1불에 800원이었다 껄껄. ( 믿거나 말거나 그런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 있었다 -뒷짐먼산) 그래서 모든 게 외려 저렴하게 느껴졌었다. 하긴 이때는 미국의 뷔페는 한국처럼 희한하게 비싸지 않다는 것을 모를 때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 6년 전쯤 일주일 머물렀을 때에는 이미 대충 미국 내 여행 노우하우들이 쌓여있어서, 아침은 전날 미리 사다 놓은 빵으로 먹고 낮에는 돌아다니며 사 먹다가도 저녁은 테이크아웃을 해다가 맥주와 같이 호텔에서 먹기도 했지만, 종종 먹고 싶은 음식들도 찾아다니고 간혹 전망 좋은 근사한 곳에서 저녁과 칵테일을 먹으며 분위기를 내는 것도 별로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니까 짧게 머무르면 그럭저럭 괜찮은 정도는 된다.

그냥 '괜찮지' 역시 되게 좋지는 않지만.


모든 레스토랑 음식이 하나같이 엄청나게 비싸다기보다는 중간 가격이 없다고나 할까? 

길거리 푸드트럭에서 종이접시에 철썩 담아 주는 음식도 '기본' 18불은 하지만 그나마 비슷한 가격의 저렴한 '식당류'에 가면 그 가격에 팁을 더해줘야 하니 푸드트럭이 그나마 싸다고 볼 수도 있는 정도. 

그보다 조금 괜찮은 레스토랑은 일본 라멘 한 그릇에 30불 정도이니 거기에 세금을 더하고, 거기에 세금을 더하면 둘이 '가볍게' 하나씩 먹고 나면 백 불 가까이 나온다. 오션뷰까지 있는 '비싼' 곳은 물론 더 비싸다. 


물론 야외에 가볍게 맥주나 칵테일과 함께 안주 삼아 간단하게 나초 같은 것을 먹으면 70불 미만이 적당하게 느껴지는 곳도 있긴 하지만, 조금 장기로 머무를 생각을 하고 계시다면 매 '끼니'를 그렇게 먹는 것은 누구에게나 부담스러운 일이고, 우리의 불만은 뜻밖에 이 음식들의 가격에 비해 양과 질이 별로라는 것이었다. 

미국살이 23년 동안 40여 개 주를 돌아다닌 경험상 미국은 웬만하면 그래도 양은 보장받는데 심지어 양도 그럭저럭이다.(맛없는 음식이 양이 많으면 기분이 좋을지 그건 잘 모르겠다만)  입맛 없어 죽겠는데 10만 원 내고 (우리의 수입원은 미국이기 때문에 나는 그때마다 환율생각 안 하고 그냥 1불=천 원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마음에 드는 음식을 푸짐하게 먹을 수 있으면 무엇이 문제랴. 

그런데 뜨내기손님 장사라서 그런지 와이키키에서는 어느 레스토랑도 맛이 만족도가 별로 높지 못했다


게다가 더운 곳이라 그런지 모든 게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짜다. 

정통 라면이라고 리뷰가 좋은 곳을 몇 군데 가 보았는데, 모두 너무 짜서 국물을 더 달라고 해서 부어도 부어도 나아지지 않아서 나중에는 그냥 물을 마셔가며 먹었을 정도다 (그저 뜨거운 물을 달라고 해도 간이 안된 육수를 주는 장인정신은 좋았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모든 게 너무 짜서 놀랐고, 심지어 식빵도 너무 짜서 아무것도 못 끼워먹다가 지금은 그랬던 나를 이해 못 하는 자의 말이니 믿어도 좋다.


여기서 잠깐, 오래간만에 하와이 가서 남부럽지 않게 근사한 음식 먹고 사진 찍어서 자랑하려고 하는데 그런 정보는 안 주고 구질거린다고 생각하는 밤을 잊은 그대에게 : 

돈 다 주고 '누리는' 정보는 누구나 줄 수 있고, 그래도 현지 토박이도 인정하는 높은 물가로 석 달을 살았던 기록이라는 사실을 감안해 주시길 바라며 ( 사 먹는 음식이 지겨워서라도 장을 봐서 밥을 해먹기도 했지만 당연히 식재료도 비쌌다 - 최종 얼마나 들었는가는 맨 마지막 화에 하겠지-개봉박두!), 아울러, 바다에서 먼 곳에서 사는 사람이라 마음먹고 매일 저녁 비치에 앉아있다 보니, 날마다 이른바 인플루언서로 짐작되는 사람들이 근사한 일몰 사진 한 장 뽑으려고 아무튼 그 일이 다 몰하도록(!) 수백 장 사진을 찍어대고, 뭐래는지 혼자 앉아 앞에 꽂아놓은 전화기에게 주절주절 생긋생긋하는 셀비디오(?)를 찍고 있는 걸 쉽게 볼 수 있어서, 우리네는 그저 맛있는 음식은 대충 기념으로 한 장 찍어두고 얼른 입에나 넣자는 생각이 들더라는 경험담을 살포시 내민다. 


인생 짧다. 

남이 좋다(고 떠드)는 거 나도 먹어봤다는 거 인증하려는 이유로 먹지 말고 

그저 본인이 좋아하는 게 확실한 걸 드세요. 


아무튼, 

그대가 나를 이해해 주시든 아니든 이건 바로 와이키키의 사람들은 다 이해하고 있는 일이다. 

그래서 와이키키의 인터내셔널 마트 안의 니지야, ABC 스토어, 와이키키 마트, 세븐 일레븐, Duke 등에서는 알아서 간이 도시락을 팔고 있다. 그리고, 위에 말했듯이 와이키키의 음식이 비싼 주제에 맛이 없어서 불만이었다면 무엇보다 이 도시락들은 가격대비 제법 양질이다. 


1. 하와이 전통음식 스팸무수비와 삼각김밥(한국 삼각김밥과는 사뭇 다르다=별로), 날참치가 한 줄 들어간 10센티 정도의 김밥말이 같은 것은 3불 정도에 ABC 마트에서 항시 판매되고 있고 사발면을 사면 뜨거운 물도 부어 준다! 일제 아카이 키츠네 같은 사발류는 4불(에 세금)인데 한국 ㄴㅅ라면은 3불 미만(에 세금)이라서 어딘지 자존심이 상한다.(이상한 나라의 국뽕)


2. 따뜻한 도시락은 오전 11시에 주로 가게로 배달되는데, 주로 카레 돈카츠,  생선카츠, 데리야끼 치킨 덮밥, 갈비(라고 주장하는) 덮밥, 연어 덮밥 등이 8불에서 12불 사이로 가장 보편적이다. 

일본 상점인 니지야에서는 그밖에 오꼬노미야끼와 생선과 만두 등 이것저것이 든 도시락 류와 함께 스시, 캘리포니아롤, 새우나 오징어 튀김 등을 포장해서 팔고 있고(포장당 5불-16 정도), 

3. 와이키키 마트에는 카운터에서 주문해서 먹을 수 있는 포케와 컵밥(이라 주장하는) 잡동사니 덮밥 류를 20불 안 쪽으로 사 먹을 수 있는데 양이 많아서 두 명이 먹을 수 있다. (내가 양이 상당히 적어서 다른 이들에게도 해당이 되는지 장담은 할 수 없다만). 여기 파는 토핑이 얹어진 두 개 10불 포카치아도 먹을만하다. 

와이키키 마트에도 스시 도시락이 있고, 사시미는 생선살이 어딘지 물렁하게 생겨서 별로 권하고 싶지 않지만 문어절임은 상당히 맛있었다.


하와이 하면 또 포케라 널린 것이 포케집이지만, 특히 포케가 저렴하고 맛있는 것으로 유명한 알라모아나 쇼핑센터 안에 있는 Foodland푸드랜드(슈퍼마켓)에도 다양한 음식을 사서 먹을 수가 있고,

알라모아나 쇼핑센터 뒤에 있는 돈키호테에서 다양한 일식을 사가지고 나와서 좀 덥지만 바깥에 있는 자리에서 먹을 수도, 그 외부에 있는 식당 카운터에서 이런저런 것을 간단히 사 먹을 수도 있다. 


와이키키 밑 호놀룰루 전반의 한국 식당은 많지도 않고 한국에서 온 분들이나 코라이 타운이 잘 발달되어 있는 곳에서 오신 분들에게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지만, 혹시라도 여행 중에도 죽어도 한국음식을 좀 먹어줘야 한다는 분들이 계시다면, Hmart에 몇 가지 한국음식을 비교적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푸드코트가 몇 군데 있고, 팔라마와 에이치마켓에서는 포장된 김밥과 잡채, 족발, 떡볶이 등도 판매하고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자세한 코리아 타운 정보는 뒤에 코리아 타운 정보에 온다 -개봉박두!)


와이키키가 아닌데도 이 저곳들을 소개하는 이유는 교통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와이키키에서 알라모아나까지는 걸어서 30분, 버스로도 30분인데 (버스가 느리다고 말했죠? - 팔라마는 가까운데 Hmart는 알라모아나에서 버스를 더 타고 가야 한다. 알라모아나에서 걸어서 17분, 버스로도 17분) 관광객 편의로 그 구간을 오가는 버스가 가장 많아서 안 그래도 평일에는 10분마다 다니는 버스를 더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알라모아나 쇼핑센터 바로 앞에  정류장이 있어서 많이 걷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와이키키 비치에 와서 느긋하게 드러누워 인생을 관조하며 선탠을 즐기고 멋지게 수영복 자국 만들려고 하는데 왜 차 타고 나가서 밥을 사 먹으라고 하느냐고?

하와이의 낮에는 자외선 경보 뜨는 와이키키 비치보다 냉방이 잘 된 버스와 쇼핑센터가 심신에 바람직하다. 

내가 있는 근 석 달 동안 그 마우이 산불을 조장한 허리케인 도라가 온 날 포함 지나가는 가랑비도 10분 넘게 온 적이 없었다. 


오세요 와이키키 파란하늘쨍쨍갑!


그래도 하와이에 왔으니 돈 생각하지 않고 꼭 먹어야 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하와이 전통음식

하와이 푸드를 한다고 주장하고는 있지만 들여다보면 아메리칸 차이니즈 풍으로 보이거나, 와이키키 주변의 지나치게 비싸서 골고루 다 먹어보자면 너무 부담스러운 것들을 피해 '제대로 된 하와이음식을 골고루 먹어보'는 것을 목적으로 신중하게 찾아보다가 찾은 레스토랑 "Highway Inn" 

뭐든 처음 먹어보는 지방의 음식은 가짜(!) 거나(소위 ‘퓨전’ 싫어한다), 솜씨가 없는데서 먹고 괜히 나쁜 인상을 가질 수 있어서, 어설픈 poke 체인점에서 실망한 후로는 우리 동네 하와이안 레스토랑도 아예 가지 않았다. 그래서, 시할머니가 남기신 명언 중에, ‘물건을 모르면 값을 더 주라‘(돈을 더 주고라도 좋은 걸 사라는 말)는 말을 받자와, 진짜 하와이 전통음식을 골고루 잘 맛볼 수 있는 곳을 물색하다가 중심에서 좀 떨어져 있는 곳을 찾아갔고, 결과는 대성공. :)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Locomoco는 밥 위에 두툼한 쇠고기 패티를 얹고 데미글라스 소스를 끼얹은 후 fried egg를 두 개 얹는 것으로 한국의 ‘함박스테이크 정식’과 맛도 모양도 비슷하다. 계란은 스크램블로 해도 되는데 사진마다 sunny side up 이어서 그게 정통이지 싶어 그렇게 주문했고, 나머지는 골고루 sampler. 

Pork Lau lau와, 토란으로 만드는 죽 같은 시큼한 poi, 그리고 haupia, ‘uala 등, 훈제연어, 오징어, 새우 등 seafood가 골고루 조금씩 들어있는 요리들이 모두 감칠맛이 났다. 대체로 식욕이 없어서 하루 한 끼 제대로 먹으면 다행인 나도 아주 맛있게 잘 먹은 한 끼라 있는 동안 몇 번 더 갔었다.


아예 본격적으로 버스를 타고 조금 더 북쪽의 차이나 타운에 가보는 것도 좋다. 

옛날에 화려했던 시절은 갔지만 그래도 흔적은 남아있는 거리를 걸어 Meisum dimsum에 가서 딤섬도 저렴하고 맛있고 (딤섬은 오전 11시쯤 가야 하는 거 아시죠?), Lam's house에서 중국식 죽과 국수를 먹는 것도 좋다. 모두 중국인들로 채워진 가게에 모두 10불 남짓의 요리가 저렴하고 맛있으며 너무 바빠서 팁도 받지 않는다(감사합니다). 

근방의 빵집은 12시만 되어도 대충 다 팔릴정도로 한국식 쫀득한 반죽의 빵이 싸고 맛있고 중국식 코코넛 쿠키도 아주 맛있다. 주변에 중국물건들과 관광으로 오신 그대에게는 그림의 떡인 과일과 야채도 팔고 있다.


와이키키를 떠나고 싶지 않아도 저렴한 것을 찾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것은 단연 마루가메 우동이다. 

이건 굳이 내가 추천 안 해도 가성비 갑이라고 다들 알고 오시는 모양이더라만, 혹시 모르고 와도 며칠만 지나면 가게 앞에 줄을 길게 늘어서 있는 사람들로 눈에 띄게 되어있다. 


기본 우동(이것저것 더해져서 11불짜리까지 있다)가 무려 저렴한 7불 정도인데 식판을 들고 줄을 서서 주문을 하고 국수를 받고 나서 튀김등을 골라 담을 때 가격표가 올라가다 보면 결국은 그게 그것이 되어서 약간 속는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와이키키에서 이 가격으로 넉넉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줄을 서 있는 동안 바로 앞에서 신나게 뽑고 있는 쫄깃한 국수의 맛도 상당히 좋다! (한국 음식점이 아니면 반찬으로 고린 짠지 하나 주지 않는 것은 언제나 불만이지만 물과 간장은 가져다 먹을 수 있다! -푸드 코트에서도 물은 사 먹어야 하는 하와이 인심을 생각하면 이 또한 놀라운 일이다)

내 사전에는 줄을 선다는 것은 없다,는 분들은 버스를 한번 타고 차이나 타운 근처 지점에 가면 한가하게 먹을 수 있지만 줄을 서도 적당한 속도로 줄어드는 순서대로 들어가면 앉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부담을 가지 않아도 되고, 가까이 STIX라는 일본 국수 몰(주로 라면과 스시, 뎀푸라 같은 가게들이 있고 한국음식점도 하나 들어와 있으나 퓨전느낌이 났다)과 우동 가격이 비슷하지만 거기는 앉아서 먹으면 팁을 줘야 하기 때문에 이곳이 더 저렴하다. 


개인적으로 선셋 크루즈에서 먹은 유명한 하와이 칵테일 마이타이와 함께 먹은 크랩과 안심 스테이크 정식도 썩 만족스러웠고, 

Maunaula bay 근처에 로컬들에게 유명하다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은 생선과 미트 로프 요리도 (half order 이 28불, full order 58불) 맛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코리안 중국집 안동장과 도원의 평균 15불짜리 짬뽕보다 맛있지도 않았다.  


웬만한 정보는 다 온라인에 의존하는 다른 도시들과 달리 와이키키는 아직도 종이로 된 무료 안내책자가 나오는데, 와이키키 주변에 여기저기 놓여있는 그런 하와이 무가지와 (일어로 나오는 부동산 정보 책자도 있다) 쿠폰북도 챙겨다가 저녁에 숙소에서 쉬면서 놀면 뭐 하나 쿠폰을 챙겨보는 것도 좋다. 

보통 관광지 쿠폰북은 마치 한국 명동 길거리에서 한 달 열흘 지내는 동안 오가며 200장은 받은 마사지 광고지 같은 것이기가 쉬운데, 여기는 제법 쓸만한 식당의 쓸만한 쿠폰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가지고 가도 눈치 안 주고(?) 군소리 없이 척 할인해 준다. 15 프로면 20프로 팁은 커버 못해도 4프로 세금은 커버가 되고도 남지 않소, 대감!


짧은 인생 그렇게 찌질하게 한 푼 두 푼 아껴서 뭐 하느냐고?

하와이에 머무르는 동안 매일 아침 하와이 전통 빵 malasada말라사다를 꼭 드셔라! 

Duke듀크, 와이키키 마트, 도넛하우스 등에서 팔고 있는데 Duke에서 파는 것이 가장 맛있다(가장 저렴하기도 했는데 우리 집에 오기 직전에 전격 가격인상을 했다 투덜) 한국식 쫄깃한 강력분 꽈배기 반죽을 둥그렇게 튀겨서 하나에 각 1톤의 설탕을 버무려놓았다 생각하면 맞는데, 미국의 박력분 튀김도넛(크리스피 크림에 쓰이는)이나 케이크도넛만 얻어먹다가 만난 정말 반가운 고향의 맛(?)이다. 안에 크림 넣은 것도 있는데 그냥 아무것도 안 넣은 것이 더 맛있다는 소견이다. 하나에 2불.(나는 숙소에 커피머신이 있었지만 혹시 지나가다 커피가 '필요하면' 와이키키 마트에서 저렴한 커피를 드셔도 된다) 모찌 말라사다는 한국 찹쌀 도넛인 줄 알았는데 안에 팥 소가 아니라 찹쌀떡? 이 들어있는데 더 작은 주제에 더 비싸므로 일단 하나만 드셔 본 후 그 가치는 직접 판단하시기 바란다.


코코넛 모찌 케이크도 맛이가 있다. 와이키키 마트에서 보통 재래시장에서 낯개로 파는 정도의 크기 한 상자에 10불 미만으로 손쉽게 살 수 있는데, 그보다 두 배 크기가 돈키호테에서 더 저렴한 가격으로 팔고 있지만, 와이키키에서는 거기서 만들어 파는 것 같고 돈키호테는 어디서 떼어오는 느낌이었으니, 나는 단 거 별로 안 좋아하니까 맛만 본다 생각하는 분은 일단 와이키키에서 사 먹고, 너무 맛있다 싶으면 다시 돈키호테 간 길에 또 사드셔도 되고 그렇다. 이 이야기를 왜 이렇게 장황하게 하느냐 하면 내가 바로 단 거 별로 안 좋아하니까 어쩌고 저쩌고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다 먹고 손가락까지 빨아먹고도 너무 맛있어서 그 맛을 못 잊는다 하면 모찌케익 믹스를 사도 되고 유튜브를 검색해도 되지만 모든 건, 그리고 특히 탄수화물은 남이 만들어주는 게 더 맛있.


앞서 말했다시피 각종 푸드트럭도 여기저기 많은데, 그다지 싸지도 않고 낮에는 너무 덥고, 저녁까지도 더운데 맥주정도도 같이 팔지 않아서 나는 별로 들르고 싶지 않았으나, 사실 한국도 더운 나라라 몸이 더운데 적응하셨다 싶은 분들은 시도해 보시기 바란다. 양도 적어 보이고 먹고 있는 사람들 표정을 봐서는 별로 만족스러워 보이지는 않았지만군시렁. 


이상은 하와이에 주로 잠시 놀러 오신 분들에 대한 정보로, 장기간 지내보고 싶으신 분들을 위한 정보는 13. 하와이 생활 정보 정리에서 알려드리도록 하겠다. 채널고정!




비단 하와이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하와이에서 아주 인기인 것은 코코넛도 파인애플도 아니고,. 

매실, 우메 うめ 혹은 Li-hing이다. 

현지 친구가 소개해줘서 먹어보았는데 짭짤, 달콤, 시큼한, 그러니까 과연 매실절이 맛이다. 

리힝 빙수


리힝 아이스크림
리힝 마이타이

가루로도 판매하고 있어서 망고나 바나나에도 뿌려먹고, 리힝이 들어간 젤리 gummy, 나 칵테일, 빙수,  아이스크림 등을 즐겨보시라. ( 하와이에는 한국, 타이완, 하와이 토산? 등 여러 가지 빙수가 있고, 대충 다 먹어봤는데 딱히 한국같이 맛이 있는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아이스크림이 지겨우면 shaved ice로 검색해서 드셔보길 권한다. 아이스크림이 비싸서 빙수가 상대적으로 남는 장사 같은 느낌이기도 하다)

하와이의 기타 빙수들. 설ㅂ 퀄 기대하시면 안되고 그냥저냥 (너무 달아서 시원한 줄도 모르겠)

나는 우메보시를 워낙 좋아해서 입에 맞았는데, 옛날에 중국인 친구에게 추천받은 마른 매실 열매는 취향에 맞지 않았으니 작은 봉투로 하나 드셔보시고 결정하세요. 



하와이에 가면 신선한 열대과일이 많겠지라고 생각한 것은 나뿐일까? 

내가 알래스카에 살아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알래스카에서도 기본 열대과일(망고스틴은 없어도 바나나, 파인애플 심지어 코코넛도) 얼마든지 팔고 있는데 아무튼 나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하와이에 갔고, 결과적으로 매우 실망했다. 


현지인도 인정한 바, apple banana라고 부르는 멍키바나나같이 생긴 작은 바나나는 맛이 진하고 상당히 맛이 있어서 가격 생각 안 하고 틈틈이 사 먹을 정도가 되었는데, 심지어 파인애플농장으로 관광차가 갈 정도 파인애플이 알래스카보다도 비싸고(우리 동네는 한통에 4불, 하와이 슈퍼에서 산 것은 12불) 더 맛있지도 않았다. 알래스카 항공에서는 하와이에서 나가는 항공편에서는 잘 포장하면 무료로 파인애플을 하나씩 실어준다고 하는데 실을 이유가 없어요 노 땡큐. 

참고로 와이키키 비치를 늘어서 있는 팜트리는 코코넛이 열리는 코코넛나무가 아니다! 코코넛이 하도 비싸서 그럼 이 코코넛 나무들은 다 뭐냐고 현지인에게 물었더니 코코넛이 머리에 떨어지면 안 되어서 가로수로는 코코넛이 열리지 않는 종을 쓴다나. 간간히 만나는 도끼로 까주는 코코넛은 안에 코코넛도 살이 달큰한 코코넛이 아니라 젤리상태인 설익은 것이 많아 닝닝하고 와이키키에서는 무려 20불, 조금 멀리 Swap meet스왑밋(기념품 쇼핑 편에서 자세한 정보를 드립니다)에서는 10불(여기서는 잘 익은 것이라서 조금 나았다)인데, 지역주민들은 코코넛이 열리는 코코넛나무(!)에서 따서 까먹으면 된다고 했고, 실제로 그 친구들이 호놀룰루 시골(?)을 구경시켜 주는 동안 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코코넛도 보았고 즉석에서 까주는 가판대도 보았다. 코코넛살은 좋지만 주스는 맛없어서 안 먹는다는 캐롤린의 말은 비밀. 

마운틴 애플, 구아바, 패션프루츠, 사탕수수 주스 가판대

그밖에 또 간간이 보이는 사탕수수 즙, 구아바, 패션 프룻은 어라? 먹을 게 없고(주스를 파는 이유가 있었어!), 마운틴 애플은 예쁘긴 한데 맛이 없다 (맛이라는 게 없다). 


seafood해산물도 그렇다. 섬이니까 해산물이 많겠지 생각했었는데, 가끔 바위에서 보이는 검정바위게는 원주민이 날것으로 먹는다고 하던데, 전반적으로는 별로 낚시를 하지 않는지 어쩐지, 해물이라고는 스시에 얹어져 있는 연어, 참치, 연어알, 오징어가 다에 다른 생선요리들은 고기보다 비쌌다. 그러고 보니 어차피 사람들이 즐기는 바닷가재니 킹크랩이니 하는 것들은 찬바다에서 잡히는 것들이라 하와이가 아니라 알래스카에서 찾는 게 옳다. 알래스카는 워낙 커서 우리 집에서 바다까지는 차로 7-8시간을 달려야 하기 때문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 두 배는 되지만 어차피 알래스카에서 잡은 갑각류들도 다 수출해서 현지에서는 그다지 싸지도 않으니 도긴개긴인 걸까.(먼산)




알래스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라 볼 아름다운 것들은 많지만 언제든 할 수 있는 것들은 좀 미루게 되기도 했고, 익숙한 삶에 routine 따라 하루가 술렁술렁 갔었는데, 임시, 임의가 많은 살이는 그때그때 '대처'하느라고 시간을 많이 잃기도 하고, 바닷가 길을 오래 걷고, 저녁마다 석양을 보고 앉았는 시간도, 집에 돌아오는 길에 단골 아이스크림집 café Glacé에서 매일 다른 맛의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시간도 빠진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잃은 게 아니라 적금처럼 '붓고'있다는 생각. 나중에 꺼내보게.

얼핏 아무것도 다른 게 없는 것 같은 무화과 바닐라 아이스크림 안에 간간히 빠작빠작 씹히는 무화과 씨에 눈썹이 절로 올라가는 빙그레의 시간.


이전 04화 하와이는 러시안 인형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