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순간을 함께하는 뉴질랜드의 여름, 우리 모두를 이어주는 계절
크리스마스가 여름인 남반구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강렬한 태양과 연말의 축제 분위기가 만나, 그 어느 때보다도 생동감 있고 살아 있는 계절이 바로 여름이다. 특히 뉴질랜드 사람들에게 여름은 그저 지나가는 계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Covid-19로 국가 봉쇄가 계속되며 계절의 변화를 잊었던 때, 제신다 아던 총리는 여름이 뉴질랜드 사람들에게 단순한 휴식 이상의 의미임을 언급한 적이 있다. 여름은 크리스마스와 새해가 포함되어 있어 가족과 지인들이 연결되는 시간이자, 뉴질랜드의 대자연을 벗 삼아 재충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간들은 뉴질랜드 사람들에게 개인적 쉼을 넘어서 공동체의 연대감을 더욱 깊이 느끼게 한다.
내가 뉴질랜드의 여름을 사랑하는 이유는, 이 모든 활동이 특정한 사람이나 계층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시간적, 공간적 ‘진정한 평등’을 의미한다. 화려하게 혹은 소박하게 즐기든, 모두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여름을 누릴 수 있다. 해변에 나가면, 개인 소유의 화려한 배를 가지고 나와 가족과 낚시를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돗자리 하나에 집에서 싸 온 소박한 음식을 나눠 먹는 대가족도 있다. 노부부는 태양을 만끽하며 책을 읽고, 어린아이들은 모래성을 쌓으며 순간을 함께한다.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우리 모두는 각자의 특별한 시간을 누림과 동시에, 서로 다른 존재의 조화를 이루며 어우러지는 시간을 경험한다. 자연과의 ‘연결’, 공동체와의 ‘연결’ — 이 여름에서 우리는 한층 더 연결을 경험한다.
요즘 많은 이들이 '행복한 삶'을 고급 호텔이나 화려한 소비로 정의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각자의 방식으로 휴가를 즐길 권리는 중요하지만, 그와 동시에 여름은 우리에게 물질적인 것 이상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누군가는 화려한 소비에서, 누군가는 자연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여름을 맞이하지만 그 경험은 모두 같은 뿌리이자 목적을 가진다.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우리를 소비의 습관에서 벗어나 자연의 품 안에서, 공동체의 품 안에서 나라는 존재의 기쁨을 되찾게 해 준다.
나는 뉴질랜드의 여름을 ‘모든 사람과 자연, 그리고 각자의 삶이 어우러지는 진정한 조화’라고 부르고 싶다. 인간과 자연, 세대와 세대가 나란히 서서 그 순간을 공유하는 뉴질랜드의 여름은 단순한 계절이 아니다. 뉴질랜드의 여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여름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