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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타마리에 Nov 06. 2024

결정의 무게

아빠의 사과

학창 시절, 나는 공부를 곧잘 하는 편이었다.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해 특목고에 진학했고, 한국의 평범한 학생들처럼 대학진학을 목표로 수능과 내신에 매달렸다. 그런데 고2 때, 부모님은 갑작스럽게 이민을 결정하셨다. 그것도 내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나라로의. 계획이 틀어지고 내 통제를 벗어나는 상황을 싫어했던 나에게 이민은 처음 겪는 큰 시련이었다.


나는 변화를 감당할 줄 몰랐고, 방황의 시간 속에 갇혀 있었다. 마음은 온통 엉켜버렸고, 부모님을 원망하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 그때, 내 생에 가장 사랑했던 아빠에게 분노를 담아 편지를 썼다. 아빠가 내 인생을 망쳤다고 적었다. 내가 한 행동 중 가장 못된 짓이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었는데. 아빠는 그 편지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으셨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적응했고, 나름의 길을 찾아갔다. 그때는 어렸으니까, 변화의 무게를 온전히 느끼지 못했고, 내 편지는 나에게, 아빠에게 서서히 잊혀가는 듯했다. 하지만 아빠가 나에게 답장을 보낸 건 시간이 훨씬 지난 후, 내 결혼식 날이었다.


“네가 아빠에게 인생을 망쳤다고 했을 때, 그게 사실인 것 같아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단다. 사실 너희를 위한 결정이라는 말은 비겁한 변명이었고, 한국을 벗어나고 싶었던 나를 위한 결정이었다.”


아빠의 이 말이 나는 너무 고마웠다. 비로소야 나는 나를 미워했던 마음도, 아빠를 미워했던 마음도 놓아버릴 수 있었으니까. 나도 이 말을 전했어야 하는데, 그때 바로 답했어야 했는데, 최소한 아빠를 떠나보내기 전에 해야 했는데… 내 답장은 늦어버렸다.


어떤 결정이든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부모도 자식도 각자의 삶을 살며 실수하고 성장하는 것이다. 우리가 내리는 결정들은 때때로 서로의 길을 엉켜놓지만, 결국 그 속에서 진정한 나를 발견하게 되는 걸. 삶이 그렇지, 어떤 결정도 미래를 보장할 수는 없으니까. 헤쳐나가는 것은 모두 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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