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바르셀로나
덕질 연대기의 기록이 이제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가장 사랑하고 미쳐있던 것들을 마음속 깊은 곳에 정리해 두려고 하니, 그 장대한 서사에 압도되어 키보드에 올린 손이 무거워지기만 한다. 이 기록을 쓰는 것이 자꾸만 망설여졌던 것은, 사실은 라리가 1위 탈환을 확인하고 멋지게 쓰고 싶어서였다. 이쯤 되면 내 인생의 희로애락이 축구 성적에 달린 것 같아 나도 참 어쩔 수 없는 덕후라고 생각한다. 첫 연재에서 쓴 것처럼, 어릴 적 농구 코트를 누비던 열정이 어느 순간 축구로 포커스를 옮겨갔고, 내 삶의 이분의 일을 훌쩍 넘게 채운 지고지순한 사랑의 이름은 바로 FC 바르셀로나이다.
취미는 때때로 세대를 연결하는 마법을 보여준다. MCU가 그 첫 번째 마법이었다면, 그보다 더 깊은 곳의 강력한 마법은 바르셀로나의 파란색과 붉은색 로고 안에 숨겨져 있다. 40대 엄마가 10대 아들들과 아들 친구들과도 앉아서 긴 수다를 떨 수 있는 비결은 바로 CULER(꾸레)로서의 삶일 것이다. 이 정도면 내가 아들을 낳은 건지, 처음부터 바르셀로나 팬을 양성하고 싶었던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나의 축구사랑은 아버지 손을 잡고 축구장에 따라갔던 그 무렵에 시작되어 여러 번의 월드컵과, 라리가, 프리미어리그등의 해외 축구영웅들을 보면서 점점 커져갔다. 하지만 진정한 CULER로 거듭난 것은 레알 마드리드와의 격렬한 엘 클라시코 속에서, 그리고 전설적인 차비와 이니에스타의 황금시대를 목격하면서였다.
우리가 열광했던 그 시절,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휘 아래 바르사가 완성한 티키타카는 단순히 공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었다. 짧고 정교하게 연계된 패스로 구장을 휘감으며 만들어가는 바르사의 시스템은, 마치 어벤저스의 어셈블처럼 모든 구성원이 유기적으로 움직여 하나의 완벽한 결말을 설계하는 문학 또는 예술과 같았다. 그것은 축구의 철학 그 자체였고, 내가 삶의 시스템과 연대의 힘을 믿게 만든 근원이기도 하다. 그 시절 내가 바라본 축구는 그렇게도 아름다웠다.
하지만 아름다움에 파괴력까지 얹은, 또 다른 경이로운 시대가 곧 도래했다. 펩의 시대가 끝난 후 잠시 주춤했던 바르셀로나에, 월드컵의 악동이었던 수아레스의 합류와 이미 합류해 있던 천재 네이마르, 그리고 영원한 GOAT 메시가 함께 한, 다시는 못 볼 역사적인 MSN 시대가 펼쳐진 것이다! 그들의 조합은 정말 아이언맨(메시), 캡틴 아메리카(수아레스), 토르(네이마르) 정도의 미친 콤비였다. 펩의 시대가 예술이었다면, MSN 시대는 압도적인 빅토리 그 자체였다. 지금도 나는 유튜브에 남은 MSN의 위대한 골 영상들을 아들에게 보여주며, 다시는 오지 않을 그 시절 도파민이 폭발의 세기적인 구원을 영원히 기억하려고 한다.
하지만 모든 위대한 서사에는 비극적인 전환점이 있기 마련인데, 메시가 바르셀로나를 떠났을 때, 나는 마블의 엔드게임만큼이나 큰 상실감을 느껴야 했다. 그 뉴스를 보던 순간, 사실이 아니길 바라며 기사를 재확인할 때마다 만사가 손에 잡히지 않고 눈물을 훔치던 그날을 잊을 수가 없다. 바르사의 영웅의 퇴장이자 삶의 페이즈 하나가 닫히는 느낌이랄까. 그때 나는 바르사가 깊은 구렁으로 빠지는 줄 알고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렸다. 뒤에서 매일 구단 욕만 하면서!
다행히 희망은 항상 새로운 시스템과 영웅으로부터 시작되는 법이다. 지금, 나의 10대 아들은 라 마시아 출신의 초신성 라민 야말에게 환장한다. 아들에게 야말은 메시 신화의 재건의 약속과 같다. 새로운 감독 한지플릭의 전술과 야말의 플레이를 보며, 나는 바르사의 새 시대가 왔음을 직감했고, 꾸레로서 겨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바르사에 대한 이 뜨거운 사랑은 사실 먹고사는 일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하지만 이 열정은 내 인생을 관통하는 뜨거운 기둥과 같다. 본업과 상관없는 일에 열정을 쏟아 부음으로써 나는 매일을 살아가는 힘을 얻고, 사랑하는 아들과의 시간을 더 의미 있게 채워간다. 물론 팀의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내 기분도 바닥을 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기는 하다. 새벽 3시에도 축구를 보려고 일어나는 나와 아들을 볼 때면 남편이 웃으며 혀를 차지만,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이게 나를 살아가게 하는 거라고.
아들과 함께 스페인으로 가서 경기를 직관하는 그날까지, 바르셀로나를 향한 이 CULER의 열정은 결코 식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수십 년의 굴곡을 넘어 그들이 서사를 계승하는 동안, 나는 매 순간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목격하며 삶의 시스템과 연대의 힘을 끊임없이 믿는 팬으로서 서 있을 것이다. 마블의 히어로들처럼, 바르셀로나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우리가 영원한 영혼의 단짝으로 함께 하기를! VISCA BAR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