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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axis Sep 05. 2018

유럽여행 중 경험한 ‘길거리 성추행’

프락시스의 유럽여행 이야기 1



유럽여행 중, 대낮에 ‘길거리 성추행’을 당하면서도 저항조차 못하는 20~30대 여성을 보호(?)해 준 적이 있다. 얼마 전 프랑스 파리의 퐁뇌프(Pont neuf) 다리 위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언뜻 보아도 체격이 크고 거칠어 보이는 유럽 남성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한 동양여성의 신체에 접촉하고 볼을 만지는 상황을 목격했다. 유럽을 여행하던 젊은 한국 여성이었는데, 홀로 그곳을 지나가다 성추행을 당하는 현장이었다. 상황을 직감적으로 파악하고, 즉시 다가가 거칠고 큰 소리로 영어로 항의하며 그 여성을 막아섰다.

 

       “이 XX, 너 지금 무엇하는 짓이야?”

       “X자식아, 왜 터치하는 거야?”


양손을 어깨 위로 들어 올려 화내는 동작을 취하면서, 동시에 왼발을 앞에 내민 자세로 순간적인 공격에도 대비하는 자세를 취했다. (대놓고 자랑이지만, 필자는 무예를 수십 년째 수련하고 있는 무인이기도 하다.) 아닌 게 아니라, 그 성추행범은 한참 동안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더니,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자, 필자와 뒤에 숨은 그녀에게 흉악한 표정을 지으며 '알아들을 수 없는 욕'을 내뱉더니 도망치듯 사라졌다. 피해 여성을 진정시키고 상황을 물었더니, 지나가다 ‘이유 없이 갑자기 그냥 당한’ 황당한 사건이었다. 


아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퐁 뇌프(Pont neuf)’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노트르담 성당 사이에 있는 주요 다리이다. 퐁뇌프의 연인들(Les amants du Pont neuf, 1988)이라는 영화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사진 참조>


                        퐁 뇌프(Pont neuf)               Copyright 2018. 'Praxis' All rights reserved. 



관광객들과 파리지앵들도 많이 지나다니는 다리 위에서, 그것도 밝은 한낮에 공공연하게 벌어진 사건이었기에 필자는 깜짝 놀랐다. 유럽여행을 다니면서 ‘길거리 성희롱’을 많이 목격했지만, 이런 시간대에 행인 많은 중심지에서 거침없이 저지르는 ‘길거리 성추행’은 처음 목격했다. 필자는 비교적 오랜 미국 유학생활과 수차례의 유럽여행으로, 아시아인들이 무시받고 노골적인 ‘길거리 성희롱’의 대상이 되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많이 경험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런데 그 후, 의외로 많은 아시아 여성들이 유럽여행 중에 ‘길거리 성희롱․성추행’ 피해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게 되었다. 


사실 일반적으로 장시간 여행에 지쳐있고 시간에 쫓기는 여행자들이 이런 상황을 대처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상대적으로 약하고 세상 경험이 적은 젊은 여성이 홀로 여행하다 당하는 경우 무척 당황스러울 것이다. 더구나 영어나 현지 언어에 능숙하지 않을 경우에는....


           퐁 뇌프(Pont neuf)에서 원경으로 찍은 에펠탑과  센강          Copyright 2018. 'Praxis' All rights reserved.


물론, 비단 여행자들뿐만 아니라 유럽 현지 여성들도 ‘길거리 성희롱’으로 고통을 겪는 경우가 꽤 있다. (지난 7월 말에 발생했던 프랑스 여대생 라게르 양 사건도 그 유형의 하나이다.) 하지만, 이번에 파리 퐁뇌프 다리 위에서 필자가 경험한 사건에서 경악한 것은 ‘길거리 성희롱’이 아니라 노골적인 ‘신체접촉’으로 발생한 대낮 ‘성추행’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범죄 유형의 정도가 ‘동양계 여성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더욱 심해진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 중의 하나로는, ‘아마도 일부 유럽 사람들이 아시아계 여성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길거리 범죄를 반복 경험하면서, 부정적으로 강화학습된 것 아닌가?’하고 나름 추정해본다. 정확한 통계를 낼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잘라 말하기는 힘들지만, ‘아시아계 여성 여행자들의 저항 정도가 약하고, 신고와 처벌로 이어지지 않더라.’는 식의 ‘근거 없는 신념’이 이런 유형의 범죄를 조장하는 일부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약간 벗어난 일례이지만, 한국 등 아시아계 여행자들이 현금을 많이 가지고 다닌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유럽의 소매치기들이 아시아계 여행자들을 노린다는 사실은 아주 오래되고 확인된 정설이다. 그리고 그 수법 중 하나가 일당 중 일부가 ‘신체접촉’하여, 여행자들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다른 한 명이 지갑․가방 등을 훔쳐 달아나는 것이다. 이런 신체접촉 경험들에서, 상대적으로 대항력과 저항 강도가 약한 아시아계 여성 여행자들을 쉬운 범죄 대상으로 학습했을 것이다. 실제로 해외여행 경험도 있고, 외국어도 능통한 한국 여성들도 '이런저런 이유로 그냥 당하고 떠나는 사례들'이 많이 발견된다. 안타깝게도, 못된 사람들은 그 경험을 은연중 공유하면서, 이 또한 ‘길거리 성추행’을 조장하는 방향으로 어느 정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추정해본다.


‘길거리 성희롱․성추행’ 그 자체로도 문제이지만, 범죄자들이 상대를 가늠해보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대응이 어설프면, 여행지가 낯설고 외국어로 항의하기 어려워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아시아 여성 여행자들이라고 쉽게 생각하기 때문에, 성희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폭행․강도까지 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범죄자들은 범죄대상을 선택할 때, 일단 '견적'을 내고, 쉬운 상대를 고른다는 정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유럽여행지 길거리에서 낯선 여자에게 대뜸 “예쁘다”며 접근하거나 캣콜링을 하는 경우, 순수한 호감 표현으로 착각해서 그냥 웃으며 받아넘기는 것은 위험한 일일수 있다. 더욱 강도 높은 성희롱과 성추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상황에 따라, 강하고 단호하게 “싫다” “아니다”라고 표현해야 한다. 


예를 들면, 

불쾌한 표정 지으며 경멸적인 눈빛으로 훑어보기 

주위 사람들에게 들리도록 큰 소리로 화 내기 등이다. 


그리고 외국어를 사용하지 않고 한국어로 표현하거나 욕을 해도, 화난 표정과 고성으로 감정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필자도 그 퐁뇌프 현장에서 영어로 항의하고 대처했지만, 한국어로 화끈하게 욕설을 퍼부으며 험악하게 대했어도 결과의 차이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 자가 하는 욕을 알아듣지 못했으나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다. ^^ 


만약 필자의 파리 퐁뇌프 경험처럼 갑작스러운 ‘길거리 성추행’ 상황이라면, 신속하게 그 사건 현장에서 정상적(?)으로 보이는 다수의 현지인들에게 요청하여 도움을 받고 항의해야 한다. 다른 글에서 상세하게 언급할 예정이지만, 적어도 서유럽에는 기꺼이 호의를 베풀고 이유 없이 오지랖 넓은 좋은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증인 및 정황증거를 확보하여 신고하는 적극적인 대처가 바람직하다. 물론 상황에 따라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으로 지혜롭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는 한국 여성들이 많은데, 아무쪼록 성범죄 등으로부터 안전한 유럽여행이 되기를 기원한다. 




덧붙이자면,

프랑스에서는 앞서 언급한 여대생 ‘라게르 양 사건’의 영향으로, 계류 중이던 ‘길거리 성희롱’ 처벌 법안이 서둘러 가결되었다. 라게르 양 사건은 ‘캣콜링(cat-calling)’과 관련된 사건으로, 프랑스의 공대생인 마리 라게르 양이 집 근처 카페 앞에서 낯선 남성에게 ‘캣 콜링’을 당했고, 이에 항의하자 그 남성이  폭행한 사건이다.  폭행당하는 CCTV 동영상이 공개되며, 프랑스는 물론 유럽 전역을 충격에 빠뜨리며 ‘길거리 성희롱’의 심각성을 부각시켰다. 


(※ '캣콜링'은 길거리 등 에서 여성에게 휘파람을 불거나, 외설적인 표현을 하며 치근거리거나, 집요하게 추파를 던지는 등의 행위를 말한다.)


프랑스 ‘길거리 성희롱’ 처벌 법안에 따르면, 이번 9월부터 ‘길거리 성희롱’ 범죄에 죄질에 따라 90~750유로(약 11만~1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대표적인 ‘길거리 성희롱’ 처벌 행위는 ▶휘파람 부는 행위 ▶저속한 표현 보내기 ▶전화번호 여러 차례 요구하는 행위 등이다. 또한 ‘길거리’는 좀 더 넓은 의미로 해석되어, 노상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수단의 내부 등도 포함된다.  실제로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범죄의 약 40%는 지하철 버스 등 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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