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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axis Sep 06. 2018

유럽여행 중 자동차 전투[Scene #1]

프락시스의  유럽여행 이야기  3 





그런저런 해외여행들과 해외 체류 기간을 보내면서, 당연하지만, 참으로 많은 미지의 것들과 마주쳤다. 

그렇게 만난 것은 ‘삶의 다양함 그 자체’였다. 

더러는 익숙해져 나 자신의 일부가 되기도 했지만, 끝내 낯설게 떠나보낸 많은 이방의 것들....   

좋은 것, 나쁜 것, 이상한 것들이 칡넝쿨처럼 뒤엉켜있다. 이제는 기억의 창고에서 조차 흔적을 찾기 힘든 많은 것이 그 여행들 속에  용해되어있다.     



 
  

 #1-1 나쁜 것들: 위험한 놈들  

 
  

대체로 나는 홀로 하는 여행을 즐긴다. 

당연히 여러 가지 위험에 홀로 맞닥뜨리는 경우도 많다. 흉기를 소지한 범죄자들도 상당수 상대했으니, 사지 멀쩡하고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진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쉽게 경험하기 힘든 섬찟했던 순간들이 많았다. 

지난 글에서 파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길거리 성추행범’과의 짤막했지만, 긴장감 넘쳤던 대치를 언급했다. 

프랑스에서 만난 ‘위험한 놈’ 한 분과의 에피소드를 풀었으니, 이번에는 그 이웃나라 독일에서 경험했던 ‘위험한 놈’과의 일화를 이야기할까 한다.      

 



  

홀로 유럽 자동차 여행을 하던 때였다. 


독일의 남부 퓌센(Fussen)과 쉬반가우(Schwangau) 근처의 호숫가에서 일어난 일이다. 

꽤 장거리를 운전한 후,  '디즈니랜드 판타지 성'의 원형 모델로 알려진, '노이쉬반스타인 성城(Schloss Neuschwanstein)'을 둘러보고 무척 피곤함을 느꼈던 날이었다. 


Copyright 2018. 'Praxis' All rights reserved.




노이쉬반스타인 성城(Schloss Neuschwanstein)            Copyright 2018. 'Praxis' All rights reserved.



Schloss Neuschwanstein  안내판                            Copyright 2018. 'Praxis' All rights reserved.



홀로 수천 Km를 운전하며 무리한 여정을 강행한 탓에 밤은 깊어가고 피곤에 지쳐, 인적 드문 독일의 호숫가 공원 무료주차장에서 차숙(車宿)하기로 결정했다. 장황한 과정이 있었으나, 이 글에서는 생략하겠다.    


    ( ※차숙[車宿]은 ‘자동차 안에서 노숙하는 것’을 말하는데, 유럽의 많은 지역에서는 불법이거나, 제한적으로만 허용된다. 무엇보다도 낯선 땅에서 '홀로' 차숙하는 것은 늘 위험하다. )  


  

Copyright 2018. 'Praxis' All rights reserved.


당연히 한밤중인 그 시간대에는 주차장에 나 홀로 있는 상황이어서 꺼림칙했지만, ‘별일 없겠거니’ 하고 잠을 청했다. 차문을 확실하게 걸어 잠그고, 수건으로 얼굴을 덮고 곤하게 잠들었다.    

 
 



문득 이상한 느낌에 새벽 세 시쯤에 눈을 떠보니, 첫눈에도 범죄자로 보이는 어떤 독일 놈이 내차와 나를 살피고 있었다. 안을 살펴 상대를 파악하고, 값나가는 물건들이 있을만한가 등을 견적 내고 있었던 것 같다.  틀림없이 차문을 열어보려 시도했었을 것이고 그 기척에 내가 깨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눕혀진 운전석에서 몸을 일으켜 그놈을 노려보았다. 놈은 약간 놀란 듯하더니, 곧 정말 너무나 태연하게 범죄자들 특유의 껄렁한 걸음걸이로 자기 차로 돌아갔다. 곯아떨어져, 한적한 주차장에 언제 그놈이 들어왔는지 알지 못했다. 약간 경사가 있는 주차장이었는데, 내 바로 뒤쪽 약간 높은 곳에 그놈의 차가 있었다.   

 
  

     "이 야심한 시간에 저 놈은 왜 여기에 왔을까?"  

     "상당히 넓은 주차장인데, 하필 왜 내차 바로 뒤쪽 조금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고, 나를 살폈을까?"  

     "혹시 이곳은 한밤에 마약 같은 불법 물품을 거래하는 접선 장소인가? "  

 
  

여러 가지 추측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미국 로스쿨에서 공부할 때, 바로 옆 건물에 멀쩡하게 잘생긴 백인 마약 딜러가 입주해 있었는데, 그가 체포당하는 현장을 목격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런 느낌이 직감적으로 오버랩되었다. 본능적으로 옆에 두고 있던 '과도 겸 호신용 작은 칼'에 손을 뻗어 움켜쥐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놈의 차량 헤드라이트가 켜지며, 바로 뒤에서 나를 비추었다.   

   

     “무슨 뜻이지?”  

     “행동 개시인가?”     

   

그놈의 ‘무례한 전조등 공격’을 받으며, 몇 분이 흘렀다. 

나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한 그놈이,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나를 놀리거나 겁주려는 의도로 하는 행동으로 판단되었다.  

본능적으로 가슴이 요동쳤지만, 심호흡을 하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어설프게 대응했다가는 일이 더 위험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나로서는 물러설 수 없었다. 차에 시동을 걸고, 그놈에게 총기류는 없기를 바라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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