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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axis Oct 17. 2018

와인 장터, '매니아' 와 '호갱' 의 장터

와인장터, 그 할인 행사의  빛과 어둠




 "안녕하세요 고객님! ... 와인샵 김 0 희 입니다 ^.^"  

 

"2018년 하반기 와인장터 행사를 진행합니다.  

 최대 80%까지 할인 행사하오니,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10월이 되니 '와인 장터'가 열린다는 메시지가 여기저기서 들어온다.  

 와인 재고를 대량 방출하며, 할인 가격에 판매하겠다는 행사가 ‘와인 장터’이다.  

 주로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와인 판매코너에서 벌어지는 세일 이벤트이다.  

 
  

 그런데, '와인 장터'의 가격이 정말 착한지는 여전히 의심스럽다.  

 정상가를 처음부터 높이 책정해놓고, 대폭 할인 판매하는 것처럼 하는 꼼수가 기사화되기도 한다.  

 나름 선별할 수 있는 혜안(?)과 사전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와인장터를 대하는 나의 지론이다.  

 




 와인장터는 고객님을 위해 와인 유통업체와 대형마트가 벌이는 사은 이벤트일까?
  


 재고 처리 위해, 또는 변질 위험이 높은 폭탄들을 미리 처리하기 위한 행사일까?  

 




 물론, 착한 보물들도 꽤 발견된다.     

  

 
  





 와인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린 세월이 얼추 이십 년이다.  

 외국에서 체류할 때, 상대적으로 착한 와인 가격과 맛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와인이 내 몸에 맞는(?) 착한 주종[酒種]이라는 것도 알아챘다.  

 무엇보다도, 적어도 나에게는, 다른 술에 비해 숙취와 후유증이 무척 적었다.   

 "이런 귀염둥이가 ... ."


 당연히 다음날 일찍 일어나 정상적인 일상을 해나가는데도 지장이 없었다.  

 그 후로 와인은 '나의 술'이 되었다.  

 
  




 귀국해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와인을 즐겼지만, 불만도 커져갔다.  

 상대적으로 터무니없는 와인 가격과 와인 상태에 대한 불만이었다.  

 최근에는 그나마 많이 투명해졌고, 와인의 종류도 다채로워졌다.  

 하지만 여전히 폭리가 심하고 상태가 좋지 않은 와인들도 많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시중에 유통되는 와인의 상태는 정말 다양하다.  

 절대 판매되어서는 안 될 상태의 와인들도 버젓이 소비되고 있다.  

 와인은 온도․빛․습도 등에 굉장히 민감한 '살아 있는' 상품이라 유통과정과 보관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값 나가는 와인이 아닌 이상, 그런 조건에 맞춰 유통․보관되는 것은 어렵다.

 한국 와인 시장의 현재 상황이다.  

 심지어 고가의 와인들조차도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았다.   

 와인의 특성상 미리 맛보고 살 수도 없기에, 저질 폭탄들이 지뢰처럼 깔려있다.  

 와알못(함; 와인 관련 경험과 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 주요 피해자들이라 생각된다.    

 
  

 물론 와인을 판매하는 측에서는 문제 있는 와인은 언제든지 반품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일단 개봉한 와인을 반품 교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뜻하지 않은 고통이 수반된다.  

 무례한 담당자나 판매직원을 마주하게 되면, 기분 더러워지고 시간 낭비하게 된다.  

 '수입품'이면서 대체로 '고가'였던 와인에 대한 거부감 등의 이유로, ‘갑질’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상당기간 다채로운 와인들을 접해보지 않고서는, 불량 와인을 확실하게 판별하는 것도 쉽지 않다.  

 어느 정도의 와인 관련 지식을 교육받고 체득한 와인매장 직원(매니저)을 상대로,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지적하고 납득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더욱 나쁜 것은 대부분의 ‘상태 불량 와인들’이 확실하게 변질되기 직전에 판매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즉, 반품할 정도까지는 아니고, 마시기에 불편한 정도로 시거나(acetic, oxydised), ‘돈 버렸다’는 느낌이 강하게 오는 정도의 상태에서 소비자의 수중에 도달하는 것이다.  

 특히 지난여름 같은 무더위를, 특별한 장치 없는 창고나 진열대에서 묵묵히 보내고, 한가위 전후에 패키지로 박스 포장되어 나오는 와인 중에 상당수는 그런 느낌이었다.  

 구매 한 자는 비싼 돈을 지불하고,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저질폭탄’을 선물했으나, 그 맛과 향은 확인하지 못했다.  

   

 
 


 

 상태 불량의 양상과 정도는 말 그대로 다채롭다.  

 와인은 다양한 가격대인지라 쉽게 접할 수 있는 술이기도 하지만, 그 세계는 넓고 깊고 오묘하다.  

 ‘신의 물방울’이라 추앙되기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럴듯하게 와인 지식을 뽐내며, 차별화된 듯한 ‘척’을 드러낼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런저런 매력에 취해, 와인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을 ‘와인 매니아’라 한다.   

 지난 십여 년간 한국에도 와인 매니아들이 많아졌음을 쉽게 체감할 수 있다.  

 그만큼 ‘와인 호갱’들도 많았고, '비싼 수업료를 치른 사람들도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의 와인 시장은 커졌고, 제법 와인 마실만한 다양함도 갖추었다.  

 

  

 어쨌든, ‘와인장터’ ‘와인 할인 행사․이벤트’는 와인을 구매하기에 '좋은 기회'이면서도, 선구안과 지혜가 필요한 ‘복마전’이기도 하다.  

 와인 지식이 풍부하지 않다면, 저가 와인 위주로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소한 ‘병입일’이 확인되지 않는 와인은 피하고, 할인율에 이끌려 고가의 와인을 충동구매하는 것을 자제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 와인 유통과 판매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읽으시면, '불편해질 수도 있는 글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와인 좋아하고 즐기는 한 사람의 와인매니아로서, 

한국 와인 시장이 더욱 건강하게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가감 없이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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