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창빈 Apr 10. 2022

방구석 일본어 20 : 本音(혼네)와 建前(타테마에)

'겉바속촉'한 사람이 되고 싶어






회사에서 진짜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얼마나 있나요?


저는 본능적으로 속마음을 숨기는 편입니다. 거꾸로, 상대가 불편하지 않도록 적절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몰라서 서로 마음 상하는 일도 가끔 있고요. 그런데, 너무 솔직하기만 해도 상대가 불편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같은 회사에 다니는 직원 중에 유독 마음이 쓰이는 친구가 하나 있어요. 지금 직장에서 일하기 전에 여러 곳을 경험하며 보고 들은 것이 많아서 일은(?) 잘한다는 평을 받는 친구예요. 일은 잘한다니. 우리 회사에서는, 전임자에게 받은 제대로 된 업무인계도, A/S도 없이 바닥부터 시작해도 한 달 정도 고생하면 맥락을 이해하고 스스로 일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을 '일은 잘한다'라고 평가합니다.


그런데 이 직원과 가끔 점심이나 커피를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나면, 내 선의가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어서 살짝 불편해져요. 자주 제게 와서 말을 거는 게 점점 더 불편해져서, 시간을 들여 이야기해야 할 일이 생기면 1/n으로 내 고충을 분담할 다른 참가자를 찾고 있었습니다..


제가 나이도 많고, 입사도 빨라서 선배 대접을 받고 싶은 것도 아닌데. 무시당하는 기분은 아니고, 왜 불편할까 고민 끝에 내린 답이 '혼네와 다테마에'입니다. 



아, 그건 알고 있고요.
그것도 다 알고 해 봤는데요.


불편한 마음을 들여다보니, '말버릇'이나 '태도'가 원인이었어요. 제가 일로 만난 사이에, 개인사를 구구절절 들어줄 만큼 관대한 사람도 아니었으니 화제는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분명히 투덜투덜 푸념을 하는 것으로 들려서 '이렇게 시도해보면 어때?' 정도로 가벼운 조언을 건네고 적잖게 당황했습니다.


다 알고 있다고요. 직속 상사는 답답하고, 같이 일하는 여직원들도 힘들어한다고. 차상급자에게 조언을 구해봐라, 내가 대신 슬쩍 말씀드려볼까? 어떤 조언도 튕겨내는 방패를 든 듯, 미동도 없는 자세에 놀라다 못해 불편해진 것이었어요.


이럴 거면 왜 나한테 와서 이런 이야기를 할까? 이내 '그냥 푸념할 상대가 필요한가 보다'로 결론지었습니다. 특별히 제 조언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었던 걸로요. 그냥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커피 한 잔 하면서 불평을 늘어놓다가 자기 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이었나 봅니다.


'다 알면 왜 사냐, 빨리 죽지'하고 독설을 내뱉어주려고 마음도 먹어봤다가,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이런 캐릭터도 있다고 인정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또 건성으로 푸념을 듣다 보면, 금방 눈치를 챌 것 같아서 점점 거리를 두거나 제3의 피해자를 찾게 되었답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사람의 마음을 알기는 어렵다는 옛 말을 생각합니다. '나에겐 솔직해도 되는데' 안타까워하면서도, 나 역시 남에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비밀이 있으니까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세상은 끝내 진실을 알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하니까요.


태도를 추슬러야 하겠습니다. 누군가에게 의견을 말할 때, 더 나답고 당당할 수 있도록 마음의 옷깃도 좀 다듬고요. 설령 그것이 상대를 안심시키기 위한 '타테마에' 또는 '하얀 거짓말'일지라도 전하는 사람으로서의 예의는 다하는 사회적인 사람. 직장생활도 쉬운 게 아니네요. 다 적고보니,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혼네'와 타테마에'는 인간이 갖는 마음속 딜레마 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방구석 일본어 19 : らしい(〜답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