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창빈 Apr 14. 2022

방구석 일본어 : 21 無駄(むだ)

쓸데없는 일은 없다







스스로 정한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하는 편입니다. 인스타툰, 블로그나 브런치에 게재하는 글과 그림은 '목표'가 있고 달성하기 위해 일정량의 노력을 반복하다 보니 겨우 궤도에 올라왔습니다. 그래도 매주 만화의 소재를 생각하고 그려내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중요하고 급한 일이 생겼을 때, 본능적으로 '딴짓'을 하고 계실까요? 적어도 우리 부부는 그렇습니다. 본방 사수하던 드라마는 아닌데, 과제 제출이 임박한 오늘 밤은 왜 이렇게 스토리가 다이내믹한 거냐고요. 


나중에 업로드할 만화에서 소재로 다뤄질 텐데, 제게는 '전화 공포증'이 있나 봅니다. 아내를 제외한 세상 모든 사람이 대상입니다. 하는 일이 순발력(또는 임기응변)을 발휘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세상 사람들이 조금만 더 착하고 순수하게 원하는 것을 말해주면 어떨까? 바라는 것이 일상입니다. 물론 그 덕분에 제가 이 일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항상 통화를 앞두고는 여러 가지 의식(?)을 수행합니다.


종이에 할 말을 적어보기, '지금 내가 전화를 걸었다!' 상상하며 구두 시뮬레이션을 해 보기도 합니다. 예상할 수 있는 질문과 답변에 대해서도 꽤 공들여 생각하는 편이지만, 그래 봐야 제 머리에서 나온 것들이기 때문에 대개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겨나가고 또 당황하며 전화를 마칩니다.



쓸데없는 일은 없어



이 말은 오늘을 살고 있는 제게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그 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내가 느끼는 감정으로 쓸데없음을 정의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대신, 언젠가는 비효율적인 '그 행동'을 멈출 것이라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합니다.


얼마 전, 스마트폰에서 게임을 몽땅 삭제한 뒤에 우연히 SNS에서 발견한 킬링타임용 퍼즐 게임을 다운로드하고 깊은 늪에 빠졌습니다. 게임을 그만두려는 순간마다 딱 30분만, 딱 1시간만 무제한으로 시도할 수 있게 하트를 준다며 소맷자락을 붙잡는데 당해내질 못하겠더라고요. 간단한 방법이 되레 더 무섭습니다. 


그래도, 언젠가 그만두는 날이 오겠지. 만화를 그려야 할 때(또는 브런치에 글이 뜸했으니, 초안이라도 적고자 할 때)가 오면 또 책상 앞에 앉아서 고민하는 시간을 갖겠지 하고 너무 넘치지 않게만 잡아둡니다. 이렇게 보내는 시간도 어떻게든 도움이 될 거라고 믿어요. 오늘도 이렇게 글감이 되어주었고, 만화로 그려봐도 재미있게 봐주실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어휘 無駄(むだ, ムダ)는, 본래 짐을 싣고 다니는 말이 일감을 등에 싣지 않은 모양을 보고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쓸모없다거나, 효율적이지 않다는 뜻을 갖기는 하지만 나쁘다고만 나무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일도 없어봐야 소중함을 알 것이고, 조금 더 쉬면서 스스로를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저, 하트가 2개 충전되어서 게임 좀 하다 오겠습니다 ;)



작가의 이전글 방구석 일본어 20 : 本音(혼네)와 建前(타테마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