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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빈 Apr 17. 2022

방구석 일본어 22 : 頭に来る(화가 나다)

반면교사의 지혜






지난 주말 저녁에는 유명한 중고거래 앱에 있는 '동네 생활' 탭에서 대학생으로 보이는 사람의 글을 발견했습니다. 대뜸 "공장 견학을 가야 하는데, 도와줄 분을 찾는다"면서요. 읽다 보니 답답했습니다. 아는 사람 중에 공장을 운영하는 분이 없는데, 학교 과제로 공장 견학이 주어졌다. 그냥 기계만 돌아가는 공장이면 되는데, 누군가 도움을 주실 수 있겠는가 부탁하는 글이었습니다.


젊은 꼰대 소리를 들을까 싶어서 망설이다가, 10년 넘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의 내가 아직 사회경험이 없던 대학생인 나에게 건네는 말처럼 적어보면 어떨까 해서 댓글을 적었습니다.


학교까지 밝힐 필요는 없겠지만, 글쓴이가 공부 중인 전공은 적는 게 좋겠어요.

공장 견학을 가서 보내야 하는 시간, 부탁드려야 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자세한 내용을 적어보면 어떨까요?

'그냥 기계만 돌아가는 공장이면 된다'는 글을 보고,
기분 좋아하실 분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분들께는 일터니까요.



몇 초 지나지 않아서 그 대학생은 글을 지웠습니다. '아차! 내가 실수했구나' 싶었을까요? 아니면, '자기는 뭐하는 사람인지 밝히지도 않으면서, 뭘 안다고 훈계를 하나 ㅉㅉ' 였을까요. 저보다 나이가 어린 분들에게는 항상 한 마디 건네기가 조심스러운데, 안타까운 마음에 적었던 몇 줄이 어떻게 읽혔을지는 알 도리가 없습니다.


거꾸로 입장을 바꿔서 제가 똑같이 공장 견학 과제를 받았다면, 그 수업 학점은 포기했을 것 같아요. 적어도 여기저기 문의라도 해보며 해결방법을 찾고 있던 그 학생이 저보다는 더 나아 보입니다. 많이 고민하지 않고 동네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이 생긴 것에서도 세월을 느낍니다.


그나저나, 공장 견학을 과제로 낸 교수님은 무엇을 보고 오라고 하신 걸까요? 그전에 그 학생은 어떤 공부를 하는 사람이었을까요? 





오늘 만화에 담은 頭に来る(아타마니 쿠루, 화가 나다)는, 사전에서 '화나다'나 '화가 나다'를 검색해서는 찾을 수 있는 관용구입니다. 한자에 뿌리를 두지 않고, 보이는 모양을 표현하는 관용구는 기억에도 오래 남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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