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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빈 Apr 24. 2022

방구석 일본어 23 : 軌道に乗る(궤도에 오르다)

22년도 벌써 4개월 차 순조로우신가요?






아직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라 성급하게 밝힐 일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좋은 연락을 받았습니다.


제게는 인스타그램에 만화를 1년 넘게 연재하면서도 계속 머릿속에 맴돌던 질문이 있습니다. 새로운 일을 시도하며,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불안한 마음을 갖는 모든 분들이 비슷한 생각을 해보신 것 아닐까요?


꾸준함은 보답받을 수 있을까?



4월 1일, 만우절 농담처럼 받은 연락은 아직도 믿기 힘들지만 크게 한 발을 내딛게 된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내 영상을 인기 동영상 탭 상단에 띄워주는 효과처럼, 계기는 큰 기회이지만 오래 지속하기 위해 매주 그리는 한 편의 만화에 더 집중하자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오늘은 꾸준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저는, 쭉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애니메이션(그 시절에는 이런 근사한 어휘 말고 '만화영화'라고 더 많이 불렸던 것 같네요.)도 가리지 않고 즐겁게 봤는데, 대학생이 되고부터는 일정한 시간을 꼬박 들여야만 볼 수 있고 장소까지 제약을 받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흥미는 조금씩 줄어들었습니다.


마침 전공 삼은 일본어 공부도 있어서, 대형 서점에서 판매하는 원서 만화책을 구매해 읽고는 했습니다. 휴대하고 다니면서 원할 때 꺼내 읽을 수 있는 데다 번역되어 출판하는 데까지는 적어도 1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남들보다 미리 만화를 읽는다는 기분도 꽤 신선했습니다.  


그런 제가 이제 만화책도 잘 보지 않습니다. 소년지에 실리는 만화에 공감을 덜 하게 된 걸까요? 만화가 아니어도 할 일이 많아져서일까요? 정기적으로 읽고 있는 두세 편의 타이틀 말고는 시들해진 지금을 돌아보니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국내 대형서점에서 원서 취급량을 대폭 줄인 것입니다. 영풍문고(종각점)나 교보문고(강남점)에는 외서 코너가 사라지거나 잡지 위주의 시류(時流)에 맞춘 구성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제가 대학생이던 2000년 초반에는 저 말고도 오프라인 서점에서 원서를 구매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걸까요? (왠지 반가웠.. 습니다.)


둘째, 제가 2년 넘게 일본 출장을 안(못) 가고 있는 것. 적어도 3~4개월에 한 번 꼴로 일본에 다녀오며 현지에서 신간을 구매하고 비행기에서 읽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번 전염병은 여러모로 저라는 개인의 취향도 일변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완전히 끊지 않고 '만화'라는 매체를 원합니다.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 안에서 훨씬 먼저 만화를 그려온 작가님들부터 이제 1년 전 저처럼 첫 발을 떼는 작가님들까지, 다양한 테마를 10장 안으로 요약하거나 몇 번의 단편으로 연재하는 등 감히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 '읽던 사람'에서 '읽고 또 그리며 생각하는 사람'이 된 제게, 새로운 꾸준함이 생겼습니다. 과거 다독하였던 경험이 지금의 표현력에 큰 거름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꾸준함은 보답이 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어릴 적 어머니가 만화에 빠져 살며, 만화가가 될 거라고 말하는 제게 하셨던 말씀이 기억나요. 


"창빈아, 만화가가 되는 건 말리지 않을게. 그런데, 만화가도 아는 게 많아야 해. 책을 많이 읽어야 나중에 더 재미있는 만화를 그릴 수 있단다."


당시 유행했던 '드래곤 볼' 같은 만화를 그리는데 왜 독서가 필요한지 도통 모르겠던 소년이, 몇십 년이 지나 생각하니 과연 맞는 말씀이기도 해요. 여러분의 꾸준함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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