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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빈 May 08. 2022

방구석 일본어 24 : 해봐야 안다

긍정적인 것은 좋지만, 너무 앞서 가지는 말자고





일본 회사에서 일하면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많이 듣는 말이 "해보지 않고는 모르겠다"입니다. 많이 듣기도 하고, 많이 답답합니다. 전화나 메일로 다투기도 지칠 정도로요. 또 이 한마디 때문에 답답할 일들이 많겠지만, 얻는 것도 있습니다. 


실수를 기억하고, 반복하지 않는 것. 일로 만난 상대에게 화가 치밀어 생각나는 말들을 구구절절 적어 이메일을 보내던 어린 시절 실수를 기억하고, 이제는 꼭 퇴고합니다. 바로 다시 읽어보기도 하고, 때로는 임시저장 기능을 활용해서 다음날 아침에 다시 읽어보고는 메일을 지워버리는 일도 있으니 스스로가 참 대견합니다.


대부분의 오해는 풀리지만, 시간이 필요합니다. 서로 뜨거운 감정으로 부딪히는 그 순간에는 주변을 잘 둘러보지 못하는데 1시간만이라도 떨어져 머리를 식히고 보면, 이게 이럴 일이었나 싶을 정도로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는 게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또 하나는, 제대로 할 말을 하는 것입니다. 사랑해서 함께 사는 부부도 말로 표현하지 않고는 이해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은데, 어릴 적 저는 상사가 내 마음을 몰라줘서 대단히 섭섭했습니다. 어떤 때는 '이렇게 간단할 일을, 왜 모르고 매번 내게 물어보는 거야?'라며 부글부글 끓던 적도 있었고요.


참고 참다가 또 터뜨리고 쏟아내기를 반복하던, 잊고 싶은 그 시절을 지나온 후로는 다소 버릇없어 보일지라도 제 의견을 제대로 전달하려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즉흥적으로 떠오른 생각을 바로 말로 옮기는 것은 비슷한 실수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메일로 정리해서 연락하기도 합니다. 



결국, 돌아보면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지 못했던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저 역시 타인을 그렇게 대하고 있고요. 딱딱하게 주어진 질문에 답만 전달하는 기계는 아닌지라, 각자에게 중요한 일은 눈앞에 앉아있는 내가 아닐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면 그렇게 화를 낼 일도 아니었지요.


한편, 뜨겁게 서로를 마주하며 설전을 벌였던(이 역시 돌아보면,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후회가 대부분이지만) 젊은 시절이 조금은 그립기도 합니다. 아주 조금요. 그 시절에 비해 지금은 몰라도 될 일들을 너무 많이 알게 된 기분이랄까요?


실행해보고, 결과를 바로 대하며, 잊지 않고 기억하는 사람으로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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