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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빈 May 16. 2022

방구석 일본어 25 : 面白い(재미있다)

숨 넘어갈 듯 깔깔대고 웃었던 기억






저희 부부는 아주 가끔 둘이서 껄껄대며 웃는 일이 있는데, 남들의 공감 여부는 상관없는 우리만의 재미가 그 이유입니다.


TV에 나오는 외국 배우나 영화의 이름이 생각이 안 나서 한참을 고민하며 맞추려는데, 비슷하지도 않은 답을 연신 내면서도 끝까지 검색은 미루며 오기를 부리다가 결국 포기하고 한참을 배가 아플 정도로 웃게 됩니다.


정작 그때, 어떤 배우 이름이(또는 영화 이름이) 안 떠올랐더라? 적으려니 기억이 잘 안 날 정도로 금세 잊혔지만, 세상에서 가장 우스꽝스러운 순간을 보냈습니다.



어른이 되면, 아는 게 지금보다 더 많아지고 세상 살아가기가 훨씬 편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가 봐요. 상대적으로 초등학생 시절보다는 아는 것이 많지만, 모르는 것들은 그 너비와 깊이를 가늠할 수도 없을 만큼 까마득하고 아는 건 아는 대로 삶에 마땅히 도움이 되는 것만도 아닙니다. 무엇을 알아야 하고, 어떤 것은 몰라도 되는지 누가 정해주면 참 좋겠는데 어른이 되면 더욱 스스로 알아가야 한다고 보채는 바람에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준다는 영상 매체에 하염없이 시간을 빼앗기게 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봐요.


오늘의 단어인 <面白い(오모시로이)>는 '재미있다' 말고도, 즐겁다와 흥미롭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화에서 언급한 상황(주가가 오른다, 집 값이 오른다)들은 재미있다기보다는 흥미롭거나 부의 증식에 즐거운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집만 있으면 걱정이 없을 텐데'라던지, '이 주식으로 이만큼만 돈을 벌면 좋을 텐데'와 같은 목표를 정해두지만, 정작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무엇을 하기 위한 목표였는지는 잊고 다시 '수단'이 '목표'가 되어 집 한 채를 더 사기 위해 저축을 하거나, 다른 주식 종목을 기웃거리게 되지 않을까요?


저 역시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인생의 목표'가 분명한 사람은 아니어서, 차근차근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매년 날이 좋은 계절이 돌아오면 그 계절을 만끽할 수 있는 나라로 훌쩍 1주일 정도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여행으로 찾아간 곳에서는 자주 들러 안부를 나누듯 매번 주문하는 요리나 술이 있었으면 좋겠고, 지난번 여행과 같거나 다른 소회를 나누고 피곤한 몸을 뉘이러 호텔로 돌아갈 파트너가 쭉 함께하는 인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때로는 전혀 새로운 곳으로도 다녀오고 싶어요. 슬슬 나라 간의 이동이 자유로워지며, 프랑스 파리로 여행을 떠난 분의 SNS 사진을 통해 에펠탑을 보았는데 어느 날은 저도 그 배경에 서서 사진 한 장 남기고 싶습니다.


결국 돈인가 싶지만, 즐거운 인생이라는 목적이 있고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돈벌이를 바라본다면 매사 진지하게 바라봐야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즐거운 순간, 제 얼굴도 밝다 못해 하얗게 빛나고 있을까요? 말의 뿌리를 찾으며 만화를 그리는 것도 참 재미있는 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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