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창빈 May 30. 2022

방구석 일본어 26 : 兎に角(좌우간)

화제를 급전환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







저는 회사에서 '낀 세대'입니다. 개인적으로 특정 연령대에 속하는 사람들을 묶어 부르는 표현은 좋아하지 않지만, 나이나 직급을 떠나서 입사한 시기(입사 후, 0년 차 등)로 보았을 때 그렇다는 말입니다.


위로는 10년 이상 긴 시간을 근속 중인 중견 이상의 사원들이 포진하고 계시고, 아래로는 길어야 3년 정도 근무하며 두, 세 바퀴 돌아보니 이제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이기 시작하는 연차의 사원들이 계십니다. 저는 애매한 7년 차인데, 위로도 아래로도 섞이지 못하는 불편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느 쪽으로라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어느 그룹에 들어가도 주류가 아니며, 평소 말수가 적은 저는 주로 '듣는'사람이며 '말하는 사람'이기를 꺼려합니다. 오늘 만화에서 언급한 것처럼, 실수로 내뱉은 말 한마디가 미치는 파급에 대해 몇 번의 쓴 경험을 한 결과이기도 해요.


서로 숨기는 것 없이 솔직하면 좋겠는데 어른이 되면 가장 알기 어려운 것이 '진실'이 되는 것 같아요. 저도 그래요. 오늘은 점심시간을 나 혼자 충실히 보내고 싶다는 한 마디가 안 떨어져서 은행과 우체국 핑계를 대고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고는 합니다.


말을 잘하는 것(= 생각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빠르게 배설하는 것)과, 말을 극도로 아끼는 것(= 말을 시작하기 전에 꽤나 뜸을 들인다던지, 기회가 주어져도 굳이 말하려 나서지 않는 것) 중에서 어떤 것이 더 안 좋을까요? 저는 전자와 같은 사람들에게 알레르기 반응이 나고는 합니다. 청산유수 말이 이어지는 것 같지만, 가만히 듣고 있으면 말 사이에 불필요한 말버릇들이 끼어들어 전체 길이를 늘리고 있을 뿐이에요. (제가 경험한 대부분은 그렇습니다.)


그런데 요새는 조금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마음을 편하게 먹자고요. 할 말은 하자고 자주 생각합니다. 제가 이제껏 하고 있던 오해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아마도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일 텐데, 팀장님은 내 힘든 상황을 잘 알아주실 거야 등의 유치한 마음은 아니지만, 그것조차도 조리 있게, 시기를 놓치지 않고 내어놓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매사 이기고 지는 싸움은 아니지만, 때로는 침묵이 동의가 되듯이 아무 말도 없이 앉아있다가 불편을 겪는 일이 없도록 나를 지키는 말도 중요한 것 같아요. 또, 말을 하려고 생각하니 뾰족하게 상대를 찌를 듯 한 화법에도 주의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오늘 만화에서 다룬 兎に角(토니카쿠)는 사실 제가 자주 쓸 말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주 사용하는 사람을 날카롭게 째려볼 것 같아요. 아직 이 이야기 안 끝났는데 서두러 마무리지으려는 것처럼 들리거든요. 이 마음도 조금 더 여유를 갖고 꼼꼼히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왜 화가 날까? 무엇 때문에 화가 나는 걸까? 하고요. 


평소에는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갖지 않는 저인데, 왜 일을 하면서는 이렇게 꼼꼼하게 상대의 행동이나 말 한마디를 가지고 집착하는 걸까. 제 마음도 잘 모르면서 근 40년을 살아왔습니다. 아직 만으로는 40이 안되었으니, 세상 일에 더 흔들리며 살 여유는 남았다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좌우간, 오늘은 두서없는 일기를 적었습니다.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주제여서인지, 퇴고하며 전에 쓴 글을 모조리 지웠습니다. 이 글은 잘 남겨두고, 다시 열어보고 읽을 때에는 이 시기의 고민도 웃고 넘길 수 있는 제가 되어있기를 바라봅니다.

작가의 이전글 방구석 일본어 25 : 面白い(재미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