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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빈 Jun 01. 2022

방구석 일본어 27 : 間違い(실수, 잘못)

해도 되는 것. 해서는 안 되는 것.






지나가는 시간을 매 순간 체감(体感)하며 살아갈 수 있나요? 저는 그렇지 못합니다. 주로 뉴스에서 앵커의 오프닝/클로징 멘트를 듣고 나서야 '벌써 올 해가 절반이나 지났다'라고 깨닫거나, 제법 신경 써서 챙겨 입은 리넨 재킷 덕분에 만원 전철에서 등줄기로 땀 한 방울이 흘러 소름이 돋고 나서야 여름을 실감합니다.


약 3년 만에 일본 출장을 가게 되어 각종 서류를 준비하던 중, 작년 8월에 여권이 만료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10년 전에 신혼여행을 가기 위해 발급받았던 여권은, 일본을 시작으로 중국, 대만, 미국, 말레이시아 등등 해외로의 여정이 도장이나 스티커로 남아있습니다. 


새로 발급한 여권은 디자인도 새로웠지만, 다음 갱신 시기가 앞으로 10년 후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고 조금 무서웠습니다. 10년 후 나는 어떤 모습일까? 어떻게 살고 있을까? 다른 것은 몰라도 지금처럼 부부가 함께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결혼 11주년을 바라보는 부부인데, 오늘 만화에 담긴 이야기를 실제로 많이 겪었습니다. 유독 부동산에 들렀을 때 자 겪는 일인데, 몇 번이나 겪어본 결과 아래의 이유로 과감한 선 넘기를 시도하였던 것이 아닌가 해요.



1) 부부가 둘이서 집을 보러 왔다. (딸린 식구가 없다면, 이제 막 결혼했을 것이다.)


2) 구경하려는 집도 상대적으로 좁은 평수가 대부분이다. (둘이 살려고 하나? 신혼일 가능성이 배가 된다)


3) 아무리 봐도 둘이 사이가 좋아 보인다. (신혼이 아니고서야 이럴 수 없다)



부동산 사장님들이 긴장을 풀라며(또는 본인들이 긴장을 풀고, 우리에게 압박을 가하려는 예비동작) 건네는 농담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매번 너무나도 단호하게 신혼부부로 단정 짓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아뇨 아뇨 아이만 없고 결혼한지는 꽤 되었습니다라고 답하면 놀라운 듯, 칭찬인지 자기 방어인지 모를 말들을 구구절절 늘어놓는 민망한 시간이 찾아옵니다.

(최근에는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잘못 보신 것 같기도 하네요.)


당시에는 웃고 넘겼지만, 돌아보면 기쁘거나 즐거운 감정은 아니었습니다. 놀라거나 당황해서 멋쩍게 웃었을 뿐인데 거기에서 되레 화를 내며 사실을 분명히 했다면 어땠을까요?


계약 후에는 당분간 만날 일이 없는 사이이고, 이제 막 만난 데다가 우리가 살 집을 잘 찾을 수 있게 도움을 구해야 하는 약자의 입장에서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이 민망한 하하하로 튀어나왔겠지요. 이제 가끔씩 비슷한 오해를 받으면 '참 보는 눈이 없으신가 보다'하고 오해한 채로 내버려 두기도 합니다.


일상에서 겪는 이런 무례함이 가볍게 여겨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 번은 실수이지만, 반복되면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배려의 부재입니다. 너무 딱딱한 입장일지도 모르겠으나, 저는 그렇답니다. 막역한 친구보다 예의를 지키는 타인이 더 편한 저는 비정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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