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창빈 Apr 01. 2022

방구석 일본어 19 : らしい(〜답다)

'~스럽다'와 '~답다'







몇 년 전에, 기업의 문화를 만들기 위한 '인터널 브랜딩(internal branding)'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책 속에서 유독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있는 내용은 '~스럽다'와 '~답다'를 가지고 인터널 브랜딩을 설명한 부분입니다. 두 접미사는 모두 사전상 '성질이 있음의 뜻을 더하고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용례를 보면 묘한 뉘앙스 차이를 느낄 수 있어요.


1) 나답게 살아야 후회가 없다.

2) 그는 어른스럽다. / 어른답다.


1)은 '답다'를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인데, '긍정의 표현'과 '응당 그래야 하는 모습'을 표현하는 접미사로서 사용되었습니다. 반면에 2)에서 사용한 '어른스럽다'는 '든든하다'는 문장 전체의 톤도 있지만,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어른스럽다'와 같이, 본래 그렇지 아니하나, 다르게 보여진다(또는 느껴진다)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답다'와는 구분해서 사용하여야 합니다.


인터널 브랜딩을 이야기하는 책에서도 '우리 다움'을 만드는 작업을 통해서 튼튼한 문화가 만들어져야, 비로소 익스터널(external / 회사 외부로 향하는) 브랜딩도 충실할 수 있다는 논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답다'는 건 뭘까요? 분명하게 정의를 내려보려고 해도, 사전에 적힌 것처럼 명확하게 이야기하기가 어려워요. 'K-드라마의 대표 클리셰'에서도 자주 다뤄지는 '~다움'은 자주 사용하지만,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습니다. 


너답지 않게 왜 이래?
왜? 나는 이러면 안 돼? 도대체 나다운 게 뭔데?

나 스스로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의하기 힘든데,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라도 '나 다움'을 다 안다는 듯이 이야기하면 화가 나는 게 당연하죠. 요새 유행하는 16개 성격 유형으로 개개인의 성향을 판단하는 MBTI를 포함해서, '일정한 경향'을 판단하는 지표들도 많이 발전했다지만, 세상에 100% 일치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진짜 나를 찾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까지 해봅니다.


어느 날 SNS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보았습니다. 그분은 '자기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해요. 어느 날 굉장히 속상한 일을 겪고는 기분전환 위해 어떤 행위를 시도하고, 그 행동이 성공했다면 기억을 문서로 정리해두었다고 합니다. 첨부된 매뉴얼 표지에는 정성스레 목차까지 적혀있었어요.(WOW!) 이렇게 나를 알아가는 과정을 경험하면, 매번 100%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겠지만, 내가 찾은 '비스포크(Bespoke) 스트레스 해소법'이니까 높은 확률로 긍정적인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대전제(가설)였습니다. 와! 저절로 감탄사를 내질렀을 정도로 기발한 아이디어였습니다. 


얼마 전에 남겼던 글처럼 '화가 나서 써 내려간 이메일은, 그날 보내지 말고 임시 저장할 것. 다음날 아침에 다시 봐도 분노가 생생하면 그대로 보내도 좋다고 판단함'과 같은 룰을 차곡차곡 정리하면, 비법까지는 아니더라도, 매년 때가 되면 판매량이 잠깐 늘어나는'직장생활 꿀팁' 정도의 책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나에 대해 자세하게 적다 보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나지만, 삶 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관계에 맞추어 '나 다움'도 조금씩 변화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너무 한결같은 사람으로 살려고 노력하면 나만 힘들 수도 있어요. 이건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사회적 동물로서 제대로 진화했다고 멋지게 평가하면 어떨까요?


제 매뉴얼 이름이 정해졌습니다. <창빈의 사회적 진화 기록 / 부제 : 인생 n회차처럼은 못살아도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는 행복한 삶을 위해>. 나중에, 진짜 끄적이기 시작할 즈음에는 부제를 좀 더 멋지게 꾸며볼 생각입니다 :)

작가의 이전글 방구석 일본어 18 : ネタ(네타/소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