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날엔 비행기, 그대로 멈춰라
수험생 여러분 파이팅!
바야흐로 수능의 계절이 돌아왔다. 올해는 예전만한 한파가 없다니 참 다행이기도 하다. 내가 본 수능은 국어 영역이 너무 어렵게 출제되어서 다들 국어 시험을 마치고 옹기종기 모여 '1교시부터 완전 망했다-!'라는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정규 교육과정을 걸어오는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날로 꼽히는 수능날에는 우리나라 상공 10,000ft(약 3km) 이하에서의 비행기 운항과 이착륙이 모두 금지되는 시간이 있다. 농담이 아니고 진짜다. 인천공항도 예외가 없다.
JIN AIR X KNOTTED영어 영역 듣기 평가가 진행되는 동안, 시험장에서는 조금의 소음도 허용할 수 없다. 그래서 수능 영어 듣기 평가가 실시되는 그 시간에 시끄러운 소음을 내는 비행기는 잠시 운항을 멈춘다. 마치 얼음-땡 놀이를 하는 것처럼 무사히 듣기 평가가 끝나면 비행기는 다시 움직일 수 있다.
'수능 듣기 평가 때문에 비행기 운항을 잠시동안 금지합니다.'라고 이야기하면 우리나라 조종사는 어느 정도 이해하겠지만, 우리나라를 돌아다니는 타 국가의 조종사도 이해시켜줘야 한다. 비행기 운항을 중단하는 사실과 그 이유를 모든 비행기에게 충분히 설명해 주기 위해 ‘NOTAM (Notice To AirMan)'이라는 항공정보를 발행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말로는 '항공고시보'라고 표현하며, '노탐'이라고 읽는다.
국토부 고시에 따르면, 항공고시보(NOTAM)란 항공 관련시설, 업무, 절차 또는 장애요소, 항공기 운항관련자가 필수적으로 적시에 알아야 할 지식 등의 신설, 상태 또는 변경과 관련된 정보를 포함하는 통신수단을 통해 배포되는 공고문을 말한다. 그러니까 쉽게 얘기하면 비행기 운항이랑 관련된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적시에 알아야 하는 중요한 정보를 전 세계적으로 공유하는 체계라고 생각하면 된다. 매년 수능마다 관련된 NOTAM이 나오곤 하는데, 올해도 수능을 위한 NOTAM이 발행되어 가져왔다.
2024 수능 NOTAM2024 수능 NOTAM의 NOTAM 번호는 D2890/23이다. 우리가 중요하게 알아야 할 정보는 아래와 같다.
ㅇ 관할 지역 : 인천비행정보구역(RKRR)
ㅇ NOTAM 정보코드 : 금지구역에 대한 활성화(QRPCA)
ㅇ 적용 비행방식 : 계기비행(IFR) 및 시계비행(VFR)
ㅇ 고도 : 지표면에서부터 10,000ft까지
ㅇ 해당 지역 : 인천비행정보구역(RKRR), 그러니까 대한민국의 관할 상공 전체
ㅇ 발효 일시 : 23년 11월 16일 04시 05분(UTC), 23년 11월 16일 13시 05분(KST)부터
ㅇ 종료 일시 : 23년 11월 16일 04시 40분(UTC), 23년 11월 16일 13시 40분(KST)까지
ㅇ 내용 : 대학수학능력평가를 위한 소음방지의 일환으로 임시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합니다.
1. 헬리콥터, 경량항공기, 초경량비행장치를 포함한 모든 항공기는 아래의 지역에서 운항 및 이착륙이 금지됩니다.
A. 수평 한계
- 해안가로부터 3NM 이내 지역을 포함한 대한민국 영토 내
- 해안가로부터 3NM 이내 지역을 포함한 강화, 영종, 거제, 진도, 제주도
B. 수직 한계 : 지표면으로부터 10,000ft 상공까지
2. 예외사항
- 비상항공기, 긴급구조항공기, 응급의료항공기, 소방 또는 재난 구조 항공기는 제외합니다.
NOTAM으로 공유된 사실처럼 영어 듣기 평가가 진행되는 시간 동안 우리나라 영토 상공 3km 아래에 있는 비행기는 전부 얼음! 해야 하는 것이다. 하늘에서 움직이는 항공기를 갑자기 멈춰버릴 순 없으니까 만약 떠 있는 항공기면 얼른 3km 상공 위로 더 올라가거나, 빨리 땅에 내려야 한다. 보통은 이 NOTAM을 항공사에서 수집해서 조종사에게 전달하고 공유해 주기 때문에 그 시간에 관제기관에서 부가적으로 항공기에게 설명을 할 필요는 없다. 벌써 관제사가 되고 4번이나 수능을 겪었는데 아쉽게 한 번도 수능날에 주간근무를 해본 적이 없어서, 실제로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체감이 잘 안 된다. 아마도 이륙 예정인 항공기는 땅에 잠시 잡아두고, 착륙 예정인 항공기는 조금 높은 고도에서 착륙하지 못하고 빙글빙글 돌게 될 것이다.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간도 조정하고, 날씨도 주목하게 만들고, 비행기 운항까지 멈춰버리는 수능이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중요한 시험인지가 보인다. 관련된 모두가 마음을 모아 안정적이고 무탈한 수능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열심히 달려온 수험생들에게도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