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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진 Oct 28. 2023

인천공항 꼭대기에서 식사하기

밥은 잘 먹고 다녀야죠!

저녁 먹고 왔어요?

조원들의 저녁은 먹었냐는 질문으로 야간 근무를 시작하곤 한다. 보통 교대로 밥시간을 가지기 때문에, 식사를 챙기지 못했으면 먼저 다녀오라는 뜻으로 건네는 말이다. 관제사든 아니든 한국 사람들은 식사여부를 안부로 묻기도 한다. 여하튼 밥심으로 사는 사람들에게 궁금한 것이 하나 더 있었으니, 그건 바로 관제사는 어떻게 식사를 하는가에 관련된 의문이다.


내가 일하는 관제탑은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터미널과는 분리되어 있다. 거기에 꼭대기층에서 일하다 보니 뭔가 제 때 밥을 못 챙겨 먹을 것 같이 보이나 보다. 근데 관제탑 꼭대기 층에는 의외로 사람이 하루종일 일하기에 좋은 환경이 갖춰져 있다. 예컨대 냉장고, 책상과 컴퓨터 여러 대, 그리고 간식, 정수기도 있다. 일반적인 사무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하다 심심하면 당충전을 하겠다고 달달한 과자를 까먹기도 하고, 카페인이 모자라는 것 같으면 근처 터미널에 있는 카페에서 포장을 해오기도 하고, 밤근무를 하다가 뭔가 출출하면 아래층에 내려가서 라면을 끓여 먹기도 하고. 그렇게 산다.



탑승동 직원식당의 모습
그냥 밥



점심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터미널 직원식당의 메뉴판을 확인한다. 보통은 동편과 서편, 두 개의 식당 중 맘에 드는 메뉴를 파는 곳에 들른다. 우리 관제탑은 탑승동과 제2여객터미널까지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밥 먹으러 가기 불편하지는 않다. 직원 식당에 들어서면 이미 줄을 서서 배식을 받는 공항 사람들이 보인다. 회사에서 하루에 하나씩 지급하는 식권을 바코드 기계에 찍으면 식사 준비 완료! 맛은 그냥 딱 단체급식의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밥 먹을 시간이 없거나 혼자 먹는 게 편한 사람을 위한 간편식도 각 식당마다 준비되어 있다. 두유와 선식, 샌드위치, 샐러드 등 종류도 다양한 편이다. 나는 주로 간편식을 타다 먹고, 혼자 더 이상 할 게 없으면 남는 점심시간 동안에는 쪽잠을 자기도 한다.



제2여객터미널 직원 식당 샐러드


근무 중엔 관제탑을 비울 수 없기 때문에, 단체로 식사를 관제탑 내부에서 하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바로 특식 먹는 날! 크리스마스와 같은 특별한 날에는 물론, 그냥 뭔가 맛있는 걸 모여서 먹고 싶을 때에도. 아니면 눈이 많이 와서 도저히 관제석을 떠날 수 없다면, 식사를 마치면 곧바로 관제석으로 돌아가 자리를 교대해주기도 한다. 이제는 좀 익숙해진 모습이다.





코로나가 한창 심할 땐, 따로 회식을 할 수가 없으니 호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옮겨와서 먹기도 했다.


공항의 멋진 전경을 감상하면서 컵라면을 먹을 수 있다는 것도 관제사만이 누릴 수 있는 하나의 복지일지도?





식사를 한다는 것이 인간에게 영양학적으로 필수적인 행동인 동시에, 사람과의 관계 형성에서도 큰 역할을 한다는 게 놀랍다.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다면 자꾸 구실을 만들어 뭔가 먹으러가거나, 커피를 한 잔 하자는 등 일종의 제안을 해볼 수 있으니까. 출근했을 때 식사는 챙겨 먹었냐고 물어오는 동료들의 말이 얼마나 따뜻한 물음인지 새삼 깨닫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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