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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진 Sep 22. 2020

우리는 코로나-블루를 극복할 수 있을까

낙천적인 내게도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우울증이 왔다

원래도 고민이 많은 타입이지만, 근래엔 더 고민을 잔뜩 안고 산다. 그간 눈부시게 성장했던 내 산업분야가 상상도 못 했던 일로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내 꿈도 자긍심도 조각이 나버리는 듯하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모두의 일상생활이 더는 일상적이지 않게 되어버리면서,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지게 되는 현상을 코로나-블루(Corona Blues)라 일컫는다. 브런치에 몇 달간 올렸던 글들에는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차야 할 신입사원의 마음보다는 실직의 두려움에 떠는 미생의 걱정이 훨씬 큰 자리를 차지한다. 이것도 코로나-블루의 일종으로 생각해야 하는 걸까.


우울증의 증상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했다. 심각한 정도의 우울은 아니지만 내 경우에는 수면장애와 무기력증이 해당하는 듯싶다. 밤잠을 설친다는 것은 교대근무자의 숙명이기도 하지만, 입사하고 난 후로는 근무하기 전 날 밤에는 자는 도중에 반드시 깨게 된다. 깨어서 지금은 도대체 몇 시인가하며 다급히 핸드폰을 찾고, 아직 일어나기엔 한참 남은 시간이라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한 후에야 다시 불완전한 잠을 청한다.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하루에 열 시간씩 잠을 자곤 했다. 열 시간을 자도 부족하다고 느꼈다. 이제는 예닐곱 시간 정도 자면 더 이상 자고 싶지가 않다. 깨있는다고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자는 시간이 아까워졌다. 그렇다. 쉬는 날에는 딱히 하고 싶은 것도, 해야만 하는 것도 없이 무기력하다. 바보처럼 티비를 틀어놓은 채로 핸드폰 인터넷이나 뒤적거리고 있으니까. 그래도 가끔은 혼자 노래방에서 스트레스를 풀어왔는데 이제는 이런 사소한 취미조차 영유할 수가 없게 됐다. 2n년을 스스로가 매우 낙천적인 성격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인간은 역시 환경에 엄청난 영향을 받는 사회적 동물이구나 싶다.


특히 약속 없이 쉬는 날에 집에 혼자 있게 되면 교감할 대상이 없어서 그런지 그 적막함과 따분함을 더 못 견디겠다. 밖에 나가서 산책이라도 하려고 치면 어김없이 핸드폰에서 울리는 지역 재난 문자. 오늘은 건너편 동네에서 또 확진자가 나왔다더라. 심지어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던 기억도 있다. 가을이 되면 얼마나 더 심해질지, 모든 경제 분야에서 사실 내년이 더 걱정스럽다.



불안하고 우울한 마음을 진단했으니 떨쳐낼 방법도 알아내야 했다. 정기 구독하는 책 서비스 검색창에 ‘우울’이라고 검색해본다. 일본 정신과 의사 미야지마 겐야가 쓴 <고마워, 우울증>이라는 책이 눈길을 끌었다. 우울증을 직접 겪어봤다니 마음에 안 드는 헛소리를 써놨어도 조금은 믿음이 갈 것 같다. 약을 먹지 않고, 우울증을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소개해 준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정신건강은 정신적으로 치료해야지 약물을 사용한다고 해결되지는 않겠지. 읽다 보니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내용이 꽤 있다. 직업이 불안정하고 불안하다고 해서 지레 겁먹기보다는 다시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는 긍정에 젖을 것. 작심삼일이라고 스스로를 몰아세우기보다는 원래 재미없는 일이었으니 다른 흥밋거리를 찾아보자라는 낙천에 젖을 것. 원래 이런 식으로 살아왔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우울과 함께하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 우울은 짜증을 동반하는 건가. 미안하게도 가장 사랑해주어야 할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짜증이 늘었다. 두고두고 미안할 일이다.


그래서 새로운 취미를 가져볼까 한다. 몸 쓰는 운동은 가끔 잘하고 있으니 악기를 배우는 게 좋겠구나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어디에 나가기도 무서운 상황이지만, 여기서 혼자 더 고립되면 우울하고만 돈독해져서 불안의 세계에서 나오지 못 할까봐. 비슷한 이유로 코로나-블루를 겪고 있을 익명의 누군가에게도 동질감에서 오는 안타까움과 따뜻한 격려를 전하며, 오늘보다 긍정적인 내일을 살기로 ontact로 약속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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