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평일 점심시간이었다. 회사 근처에서 밥을 먹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일을 이어가는 그런 하루. 늘 그렇듯 흘러갈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이사님의 새로운 차 벤츠 마이바흐를 타고 이동했기 때문일까. 동여의도에서 서여의도, 국회의사당 근처까지.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그 짧은 이동은 이상하게도 ‘이동’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짧은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었다.
차 문을 닫는 순간, 바깥의 일상과 분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넓고 조용한 공간, 부드러운 시트, 자연광. 그리고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을 때, 그곳은 더 이상 자동차가 아니었다. 작은 콘서트장이었다. 차에서 내리고 싶지 않았다.
분명 식사는 평소처럼 했는데, 오늘의 경험 전체는 전혀 평소 같지 않았다. 왜였을까.
생각해보니, 오늘은 단순히 ‘좋은 것을 경험한 날’이 아니었다. 공간이 달라지자, 시간의 결이 달라졌고, 감각이 열리자 감정도 함께 열렸다. 같은 한 시간인데도 어떤 시간은 흘러가고, 어떤 시간은 남는다. 오늘은 분명히 ‘남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느꼈다. 나는 나에게 새로운 경험을 열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익숙한 일상을 조금 다른 각도로 보여주고, 내가 아직 알지 못했던 감각을 경험하게 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은 나를 조금 더 넓은 세계로 데려가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돈으로 좋은 경험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 경험이 의미 있는 기억이 되는 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해지기 때문인 것 같다.
오늘의 점심은 끝났지만, 오늘의 감각은 아직 남아 있다. 아마도 나는 오늘 점심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