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생각이 많은 사람이었다. 무언가를 하기 전에, 먼저 계산하고 판단하는 쪽에 가까웠다. 거리, 시간, 에너지, 감정. 이건 되고, 이건 안 되고. 머릿속에서 한 번 정리가 끝나야 움직일 수 있었다.
그래서 대체로 무리하지 않는 선택을 해왔다. 크게 흔들리지도, 크게 벗어나지도 않는 방향으로.
그런데 어느 순간, 조금 다른 선택을 하게 됐다. 어딘가에 가기 위해 열차를 탔던 날부터였던 것 같다.
그때 나는 생각보다 먼저 움직였다. 멀다는 이유로 포기하지 않았고,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던 선도 넘어봤다.
정확히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그때의 나는 ‘이건 안 돼’라고 선을 긋기보다는 ‘일단 가보자’에 가까웠다.
파도 위에 올라탄 느낌이었다. 어디로 흘러갈지 몰랐고, 내가 원하던 지점에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었지만 그 흐름 자체를 한 번 타보고 싶었다.
그 시간 동안의 나는, 내가 알던 나와 조금 달랐다. 생각보다 더 잘 움직였고, 생각보다 더 많이 느꼈고, 생각보다 덜 두려워했다.
그래서 알게 됐다.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던 게 아니라, 그렇게 살지 않고 있었을 뿐이라는 걸. 누군가를 통해 시작된 경험이었지만그 안에서 내가 발견한 건 결국 나 자신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더 오래 남아 있는 건 그때의 나다. 파도 위에 올라타던 나, 흐름을 따라가던 나, 결과보다 경험을 선택하던 나.
나는 그 나를 좋아하게 됐다. 그래서 앞으로도 가끔은 너무 많은 생각을 하기 전에 그때를 떠올려보려고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예상과 다른 곳에 도착해도 괜찮다.
한 번쯤은 다시 파도 위에 올라타도 되지 않을까. 나는 이미 그걸 해본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