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상을 겪으며 다시 돌아본 직장생활의 의미
한 달 만에 글을 쓴다.
쓰려고 몇 번을 앉았다가, 그냥 덮었다.
첫 문장을 시작하는 순간마다
눈물이 먼저 나왔다.
아직 준비가 안 됐나 보다 싶어
노트북을 닫고, 또 닫고.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1월 말,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사실 아직도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설 명절에 얼굴 보자고
통화를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쓰러지시고
이틀 만에 돌아가실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쓰러지신 뒤로는 의식이 돌아오시지 않아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려서,
더 마음이 아픈 건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는 내가 이 회사에 입사하기 전부터
우리 회사를 좋아하셨다. 다른 이유 없이
우리나라 대표 기업이라 응원한다고 하셨고,
내가 입사한 뒤로는 그 애정이 더욱 깊어지셨다.
뉴스에서 회사 이름이 나올 때마다
문자를 보내오셨고, 지인들을 만나면 꼭 딸 얘기
그리고 우리 회사 얘기를 하셨다고 한다.
빈소를 찾아주신 아버지의 오랜 친구분들께
아버지가 만나면 항상 내 자랑을 하며 뿌듯해
하셨다는 얘기를 전해 들으니 더 마음이 아팠다.
좀 더 자주 전화드릴걸,
좀 더 자주 찾아뵐걸.
이제는 그럴 기회가 영영 없어져 버렸다.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얘기를 듣고 내려가자마자
다음 날 돌아가셔서 너무 경황이 없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른 채로 빈소를 차렸고,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했지만
나보다 더 힘들어하시는 엄마를 돌보고
빈소에서 손님을 맞이하느라
삼 일을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직장과 먼 곳에 빈소를 마련해서
회사 분들은 못 오실 거라 생각했는데,
그래도 같이 일하는 선후배님,
동료분들이 많이 와주셨다.
멀리서 조문을 와주시는 분들을 맞이할 때마다,
'아빠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딸이
이렇게 직장생활을 잘했는데...
아빠는 왜 여기 없어... '
라는 생각이 들어 자꾸만 더 눈물이 났다.
장례를 치르고 확인해 보니,
조의금을 보내주신 분이 200명이 넘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은 분들이 걱정과 위로의
마음을 보내주셨다.
200명이 넘는 회사 분들이 먼 길을 와주시거나
직접 오지 못해 미안하다며 메시지를 보내주고
바쁜 일상 속에서 따로 시간을 내어
이름을 적고 마음을 보내주신 것이다.
눈물이 났다. 슬픔 때문만은 아니었다.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 그리고
'아버지가 이걸 아셨다면 얼마나 좋으셨을까'
하는 마음이 한꺼번에 밀려와, 한참을 울었다.
아버지는 정말 기뻐하셨을 것이다.
"우리 딸, 회사생활 잘하고 있구나"라고,
그 특유의 환한 표정으로 말씀하셨을 것이다.
그 모습이 눈에 선한데 이제는 볼 수가 없어서,
더 슬펐다.
나는 신입사원일 때부터 회사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밝게 인사하려고 했다.
같은 부서가 아니라도 같은 층에서 일하는
팀원이면 이름을 기억하려고 하고
짧게라도 따뜻하게 인사의 말을 건네려고 했다.
업무관련 문의나 요청도 내가 아는 부분이라면
최대한 공유하고 도움을 주려고 하고
같이 일하는 동료의 바운더리를 최대한 넓게
생각하고 같은 부서인듯 대하고 일하려고 한다.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하루의 대부분을 한 공간에 같이 보내는
사람들을 따뜻하고 진정성있게 대하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에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런 나의 마음이 어느 정도 잘 전해지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것이 내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이기에 항상 그렇게 지내왔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부친상을 겪으면서
직접적으로 답을 듣기는 힘들 그 물음에
200명이 넘는 분들의 마음이 답을 준 것 같다.
나의 진심이 잘 전해졌다고...
이 글을 빌려,
아버지 보내드리는 날까지
빈소까지 와주신 분들,
멀리서 마음을 보내주신 분들,
걱정 어린 문자를 보내주신 분들,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싶다.
그 온기가 그 시간을 버티게 해 주었고,
아직도 그 따뜻한 마음들이 나의 텅 빈 가슴을
채워주고 붙들어 주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장례를 치르고 나서 한 달이 채 되지 않아서인지
하루에도 몇 번이나 아버지 생각이 난다.
아버지는...
맡은 일은 반드시 제대로 마무리 하는 분이셨다.
작은 부분도 절대 대충 넘기지 않으셨고,
늘 더 나은 방법을 찾으셨다.
일에 있어서 최고를 기준으로 삼으셨고,
문제 앞에서 포기하는 법이 없으셨다.
주변에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라는 말을
많이 들으셨다고도 하는데, 이 말은
내가 회사에서 자주 듣는 말이기도 하다.
책임감을 가지고 끝까지 해내는 것.
사소한 것도 허투루 하지 않는 것.
반드시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
완성도에 대해 누구보다 높은 기준을 가지고
누구에게도 당당할 수 있는
나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해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아버지가 물려주신 일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내가 일하는 방식이 아버지를
참 많이 닮았구나 싶다.
앞으로도 직장 생활하면서
일이 힘들 때에도, 일이 잘 될 때에도
아버지 생각이 날 것 같다.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추억이
나에게 무한한 힘을 줄 것 같다.
직장인들은 직장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
나도 내 인생에서 정말 긴 시간을 이곳에서 있다.
그렇기에 직장에서의 시간을 더욱
의미있게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까운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그때 그때 더 많이 표현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회사에서도 일이 바빠서,
정신이 없어서, '나중에 말하지 뭐' 라며
넘기던 말도 이제는 바로바로
전하면서 지내려고 한다.
아버지께 미처 못 드린 말들이
너무 많아서 슬픈 시간을 보내보고 나니,
이제는 알 것 같다.
나중이라고 표현해야지라고 미루다 보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항상 그랬듯 앞으로도
우리 아버지가 자랑스러워하실 수 있게,
그리고 나를 아껴주시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어주신 선후배님들, 동료분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씩씩하게 힘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나답게 잘 살아갈 것이다.
아빠,
고마워.
사랑해.
나,
씩씩하게 잘 살아볼게요.